등대글로벌스쿨 교사칼럼(2), 너무 숨이 찰 땐, 한 번씩 쉬었다가 가면 돼!
등대글로벌스쿨 교사칼럼(2), 너무 숨이 찰 땐, 한 번씩 쉬었다가 가면 돼!
  • 김변호 기자
  • 승인 2018.10.26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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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를 향해 정진할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나와 함께 달리는 친구들을 돌아보고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기 위해서.
등대글로벌스쿨 사랑하는 제자들. 업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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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이 되면 전 세계는 핼러윈(Halloween) 축제로 들썩인다. 이 축제는 본래 켈트족이 만성절(萬聖節) 전날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드리며 죽은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는 풍습이었다. 그래서 악령들에게 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악령과 같은 기괴한 모습으로 자신을 꾸미는 것으로 시작되었었다. 하지만 요즘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어른과 아이 구분 없이 분장 파티로 즐기며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거나 음식을 나누는 등 좋은 취지로 발전되기도 했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축제를 즐기는 형태로 변화되었다.

필자의 학교에서는 이 시기 전에 개교기념일이 있다. 그래서 개교기념일을 기념하면서 학생회를 중심으로 그 기간에 전통적으로 핼러윈이 아닌 홀리윈(Holy-win) 축제주간을 지낸다. 이 기간에 학생들은 그간 입었던 교복이 아닌 요일별로 다양한 복장을 정해서 그것에 맞게 입고 등교를 한다. 예를 들면, 1970~80년대 복장, 영화 코스프레 복장, 영국 프레피 복장이나 파자마 복장, 반별 컨셉트 복장 등이 그것이다. 이때는 학생은 물론 교사도 함께 축제에 참여한다. 수업과 교과과정은 그대로 진행하지만 자유로운 복장을 하고 등교하는 탓에 한 주간은 모든 학생이 평소와 다르게 들떠있고 흥겨운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한다.

등대글로벌스쿨 사랑하는 제자들. 업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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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축제도 축제의 근원과 그 기원을 이해하고 좋은 취지로 축제를 즐기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단순히 마녀나 귀신, 호박 분장을 하고 즐기는 축제로만 그친다면 그 의미가 희석되게 마련일 것이다. 우리 학교는 그런 취지의 축제에서 탈피하여 기독교 학교인 만큼 세상의 축제와 구별되게 한 주를 보내자는 의미로 홀리윈의 기간을 시작하게 되었다. 마지막 날에는 학년을 초월해서 서로 하로 싶었던 말을 롤링페이퍼로 전해주거나 하는 등의 특별한 행사로 따뜻하게 마무리를 한다.

요즘 중고생들의 삶을 보면 우리가 생활했던 학창시절과 비교해서 무척이나 바쁘고 힘겹게 지내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과 공부 이외에 해야 할 공부도 많고 신경 써야 할 것들도 많다. 따로 학원을 몇 가지씩 다녀야 하며 학교 수행평가는 물론, 학원 숙제도 해야 한다. 교내외 다양한 활동과 봉사활동, 자기계발 및 꾸준한 독서 활동 등으로 생활기록부도 관리해야 한다. 이들에게 잠시나마 하늘을 보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있느냐 묻는다면 여지없이 그럴 겨를이 언제 있겠냐는 답이 돌아올 것이다.

등대글로벌스쿨 사랑하는 제자들. 업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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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대학과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과도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리거나 뉴스에서 접하는 것처럼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학과 성적을 조작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남들이 다 하는데 나만 주저앉아 여유를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상황이 좋은 모습이 아니라는 것은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교육을 책임지는 교사도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모두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이 상황을 전면적으로 뒤집거나 개혁할 수가 없다. 그러기에는 이런 학원풍토가 너무 많이 굳어져 왔고 급진적으로 개혁하기에는 출혈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신체가 성장하는 만큼 마음도 정신도 성장하는 시기. 어느 때보다도 그들의 마음을 돌아볼 여유, 정신을 돌아볼 여유가 필요하다. 너무 정신이 없을 때는 한 번쯤 가던 길에서 멈춰 서서 지금까지 어떻게 달려왔는지 뒤를 돌아보거나, 넓고 광활한 하늘을 보며 대자연의 위대함에 기대여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 그 여유를 갖는다면, 다시금 앞을 향해 나아갈 기운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학생들에게는 지금 숨을 잠시 고를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홀리윈 기간은 그들에게 잠시나마 숨을 고를 여유를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정진할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나와 함께 달리는 친구들을 돌아보고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기 위해서.

박진희(등대글로벌스쿨 교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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