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글로벌스쿨 교사칼럼(3), 한 발 더 디디면, 더 큰 세계가 보일 거야
등대글로벌스쿨 교사칼럼(3), 한 발 더 디디면, 더 큰 세계가 보일 거야
  • 박진희 교사
  • 승인 2018.11.12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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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질서에 머물러 있으면 편안할 수 있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세계를 경험하고 배울 기회는 잡지 못한다.
등대글로리스쿨 학생들. 업코리아.
등대글로벌스쿨 학생들. 업코리아.

얼마 전 텔레비전 광고 중에 눈길을 끌었던 광고가 하나 있었다. 길을 가던 한국인에게 한 외국인이 말을 걸어오자 한국인의 눈빛은 갈 곳을 잃고,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상태가 되면서 머릿속에서 여러 줄기의 물이 뿜어져 나오는 장면이 나오는 영어프로그램 광고이다. 이 광고가 유독 눈에 들어온 이유는 그 모습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공교육과 사교육에서 영어공부에 대략 2000시간을 투자하고도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머릿속에서 영어 단어만 맴돌고 몇 마디 말조차 수월하게 나오지 못하는 우리 영어교육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책상 앞에서만 배우는 영어교육의 한계라고 말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최근 “Korean-German Exchange building bridges Program (한독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이 프로그램은 2년을 주기로 한 해는 한국 학생이 독일로 10일 가량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러 다녀오면, 그 다음해에는 지난 해 만났던 독일 학생들이 한국으로 와서 한국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진행된 것은 벌써 여섯 번째 맞이하는 것으로 독일 학생 10명이 한국에 오는 것이었다. 이번에 다녀간 학생들은 8학년부터 12학년까지 다양한 학년의 학생들로 본교의 학생들과 함께 한국의 많은 문화를 경험하고 돌아갔다.

두 나라가 분단의 경험을 공유한 만큼 임진각을 시작으로 서대문형무소, 독립문, 경복궁 등의 문화 유적지를 둘러보았고, 서울의 명소인 명동이나 동대문, 롯데월드나 SM타운도 방문했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같이 수업을 들으며 학교의 문화와 수업도 체험해 보았고, 한독 학생들이 한 팀이 되어 두 나라의 차이점을 주제별로 준비해서 전교생 앞에서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시간도 있었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담당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프로그램 이후 소감에 대해서 여쭈고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내용은 또래의 외국인들과 영어로 소통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본교에서는 대부분의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고, 외국인 선생님들도 계시며, 몇몇 외국인 친구들이 재학하고 있다. 그러나 함께 먹고, 자는 등의 생활까지는 하지 못한다. 이 기간 독일 친구들은 한국인 학생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었다. 그들과 같이 밥 먹고 생활하고, 다양한 문화를 ‘생활 속에서’ 경험한 것이다. 늘 영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주변에 있음에도 학생들은 또래의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이 단연 좋았다고 말한 것이다.

또 하나는 외국에 가면 동양인들이 차별을 많이 당하고 무시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독일 학생들에게 그런 모습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굉장히 적극적이고 활발한 자세로 모든 시간에 참여해서 인상적이었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독일 친구들도 그렇고, 우리 학생들도 서로를 굉장히 딱딱하고 수줍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양국의 학생들 모두 활발하게 대화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서로의 선입견을 깨는 기회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이 만남은 양국의 문화를 경험하는 ‘한 번의 기회’였을 수 있으나 다른 말로 바꾸면, 새로운 문화를 알아가는 ‘첫걸음’이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SNS에서 지속적인 소통을 하고 있었고, 일부 독일 학생들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이후에도 몇 차례 한국을 더 방문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과거에 비해 요즘은 주변에서 외국인을 마주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런데 외국인이 먼저 말을 붙일까 염려하며 모른 척 지나간 경험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안 되고 부족하더라도 시도해 보면 능숙하지는 못하더라도 간단한 한 두 마디 말 정도는 하게 된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 학생들은 양국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가고, 기존에 있던 선입견도 깨는 좋은 시간을 경험했다. 이 걸음을 시작으로 이제는 다양한 나라와 문화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자세를 기르게 될 것이다.

기존의 질서에 머물러 있으면 편안할 수 있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세계를 경험하고 배울 기회는 잡지 못한다. 그리고 도전하는 정신을 배우지 못한다. ‘잘해서’가 아니라 ‘더 배우기 위해서’ 우리는 한 발 더 내딛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교육자인 수엘렌 프리드는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유일한 죄악은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라는 말을 했다. 그렇다. 시도하는 것은 잘못한 것이 아니지만, 시도하지 않는 것은 잘못한 것이다. 비상(飛上)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한 발 더 내디디라.

박진희(등대글로벌스쿨 교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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