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글로벌스쿨 교육칼럼(8), 더 크게 보고, 더 넓게 이해하도록 노력할게
등대글로벌스쿨 교육칼럼(8), 더 크게 보고, 더 넓게 이해하도록 노력할게
  • 박진희 교사
  • 승인 2019.01.07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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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이제는 더 크게 보고, 더 넓게 이해하도록 노력할게~!
기독교 대안학교 등대글로벌스쿨 발표회 모습.
기독교 대안학교 등대글로벌스쿨 발표회 모습.

기말고사가 끝나고 학기가 마무리되어갈 무렵, 본교에서는 ‘School Night ‘이라는 독특한 행사를 준비한다. 학부모님을 초대하여 학기의 마무리를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을 살린 발표회 형식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학급별로 한 가지씩 준비하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팀을 짜서 준비하기도 한다. 또 음악선생님의 주도하에 합창팀도 꾸려진다. 그렇게 되면, 재능과 열정이 많은 친구들은 3~4개의 발표를 동시에 준비하게 되기도 한다.

학부모님까지 초대가 되는 자리인 만큼, 일부 학생들은 무대에 나가서 발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준비하는 과정도 힘들어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준비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그들은 분명 그 모든 과정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열심히 달린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정규 수업이 끝난 상태에서 자신들의 재능과 열정을 쏟는 시간인 만큼 친구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많이 보기 때문이다.

그 시기 복도를 지나가면 교실마다 다양한 악기소리, 음악소리, 노래 연습하는 소리, 서로 의견을 조율하며 연습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정말 시장바닥에 온 기분이 들 정도이다. 그러나 그 소리는 전혀 듣기 싫은 소음이 아니다. 모두 흥에 겨운 즐거운 목소리이고, 틀리면 틀리는 대로 서로 이야기 나누고, 잘 되면 서로 격려하는 목소리를 통해 그 소리들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하모니가 되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들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진지한 모습을 보여 필자가 사뭇 놀라기도 했었다. 초등학생이었는데, 뮤지컬에서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긴박하게 옷을 갈아입는 시간이었다. 평소 필자가 알던 그 학생은 개구쟁이로 유명한 친구였다. 그런데 그 시간이 되자 학생은 더 손을 댈 필요도 없이 스스로 옷을 챙겨 갈아입고 있었고, 주변에 있는 손이 굼뜬 친구의 소품도 챙기며 옷 갈아입는 것을 도와 주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보자 필자의 입꼬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또, 무대에서 암송하는 순서가 되자 준비하는 다른 친구들은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친구가 내용을 틀리거나 까먹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친구의 암송차례가 끝이 나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모두 하나가 되어 큰 소리의 함성과 함께 박수를 치며 격려해 주었다. 평소에는 서로 아웅다웅 투닥거리던 친구들이, 너무나 순수하게 친구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모습에 필자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했었다.

교실에서 보던 학생들의 이미지와 School Night을 준비하며 무대에서 자신의 끼와 재능을 펼치는 친구들의 이미지는 너무나 다르게 다가왔다. 이전에 개구쟁이, 장난꾸러기 학생들이 서로를 챙기고 격려하는 모습은 새롭게 다가왔다. 또, 차분하고 얌전하던 학생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웃으며 악기를 연주하거나 춤을 추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전에 내가 어떤 편견으로 이들을 바라보았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한 학생이 품고 있는 다양한 면을 두루 보지 못한 채 교실 안에서, 학교 테두리 안에서만 보이는 특정 단면만을 가지고 그들을 판단했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학생들은 여러 가지 성품과 기질을 가지고 있고, 자신들이 가진 다양한 모습으로 생활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른이라는, 교사라는 혹은 어떤 규칙과 규율이라는 안경으로만 그들을 보고, 판단했던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된다. 실은 더 많은 가치와 재능, 장점들을 가진 학생들을 아주 작은 테두리로만 묶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학생들이 School Night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한 대로 생각의 틀을 만든다. 그리고 그 틀로 세상의 모든 것들을 보고 판단한다. 그 틀이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그런데 우리가 학생들을 바라보는 그 틀은 어쩌면 너무 규격화되고, 작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렇게 행동해야만 한다는 그 틀이 우리의 아이들의 숨겨진 선한 성품을 못 보게 만들었고, 재능을 못 크게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얘들아~! 이제는 더 크게 보고, 더 넓게 이해하도록 노력할게~!

박진희 교사(등대글로벌스쿨 교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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