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격동의 근현대사, 역사·문화 꿈꾸는 망우리공원
살아있는 격동의 근현대사, 역사·문화 꿈꾸는 망우리공원
  • 김시온 기자
  • 승인 2019.02.19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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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근현대사를 살아낸 역사의 증언이자 축소판인 망우리공원
망우리공원 인물전시관
망우리공원 인물전시관

 

이 곳에는 한용운, 방정환 등 등록문화재 9인의 묘를 비롯해 박인환, 이중섭, 계용묵 등 이름만 대면 알 정도의 유명인사 묘역 46기가 한 곳에 모여있다. 한 곳에 이렇게 많은 위인들이 함께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가 드물다. 독립운동가, 정치인, 소설가, 시인, 영화감독, 극작가, 가수, 의사, 언론인, 공주와 부마, 일본 산림 관료까지 이 곳에 묻힌 인물들의 명함도 각양각색이다.

망우리공원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3년 일제는 전쟁준비를 위해 이태원 공동묘지를 이전시켜 이곳 망우리에 묘지를 조성했다. 1973년 폐장되기까지 망우리공원은 일제강점기에서부터 해방을 거쳐 6·25전쟁과 4·19혁명 등 우리나라 격동의 근현대사와 역사를 함께 한다. 당시 가난했던 독립운동가, 문학예술인, 근현대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몸바친 위인들이 이 곳에 잠들었다.

망우리공원은 망우리 공동묘지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폐장 당시 이 곳은 수 만개의 묘지로 꽉찬 민둥산이었다. 90년대 후반 망우리공원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역사적 인문학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사업이 시작됐다.

망우리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순환도로 5.2km는 아스콘 포장을 완료했고 도심 환경림을 식수해 울창한 숲길을 만들고 자연관찰로를 조성했다. 유명인사는 연보비를 세워 업적을 기리고 역사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묘지 이전도 계속해 나갔다. 그 결과 1966년 당시 4만7,754기였던 분묘는 2019년 현재 7,420기로 줄었다. 일반인 묘역에 대해서는 묘 정비 및 이장을 적극 권유하는 한편 근현대사 유명인사 묘역은 "역사문화공원 조성에 동참해달라"며 유가족들을 설득했다. 

관계법상 묘지공원으로 등록된 망우리공원은 공원관리와 묘지관리가 분리돼 있다. 국가보훈처의 관리를 받고 있는 국립묘지와 달리 공원관리는 서울시설공단에서, 묘지 관리는 유족, 후손 등 개인이 하고 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일부 묘지만 구에서 위탁관리하고 있어 유족이 없는 묘소는 관리가 소홀한 상태다. 독립운동가의 묘소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 현장을 돌아보면 흥사단원이었던 이영학의 묘소는 무심히 방치된 채 잡풀이 우거지고 심지어 나무가 자라기도 하는 등 초라하기 그지 없다. 길 안쪽 깊숙이 자리한 등록문화재 묘소 일부는 안내판이 없어 찾아가기도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에서는 망우리공원의 통합관리를 서울시에 요청한 상태다. 공원과 묘지로 이분화된 관리를 중랑구가 직접하겠다는 것이다. 공원관리에 대한 위탁운영안은 이미 나왔고 묘지관리에 대한 안을 준비중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근현대 격동기에 큰 족적을 남긴 60분의 묘역과 봉사단을 1:1로 결연해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묘소를 관리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수차례 현장답사를 실시해 진입로와 묘역상태를 확인하고 전문가와 협의를 통해 60개소를 선정했다. 현재는 자원봉사단을 모집 중에 있으며 향후 잡풀 제거, 묘비 관리, 헌화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또한 등록문화재 묘소에 대한 묘역잔디보식, 봉분보수, 문화재 안내판 및 묘역 이정표지판 설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국가지정문화재 보수에 쓰일 예산 6200만원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망우리공원은 중랑구의 소중한 역사문화자산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역사문화공원으로의 조성계획만 무성한 채 구체적 실행은 미진한 상태였다. 이분화된 소유와 관리주체, 도시공원법 등으로 인한 여러 제약 때문이다. 

민선7기 출범과 함께 구는 망우리공원을 숲과 산책로, 애국지사 묘역이 공존하는 서울의 대표적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류경기 구청장의 공약을 실천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지난해 8월 구청 각 부서를 총망라한 TF팀 구성을 시작으로 역사·문화, 교육, 공원 등 각 분야 민간전문가 28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이후 현장탐방과 수차례의 자문회의를 열었다. 서울시 유관기관 및 인접 구리시 관계자와도 실무회의를 통해 협조를 이끌어내고 있다. 최근에는 망우리공원 입구에 안내소와 휴게시설을 겸한 '웰컴센터' 건립 설계공모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예산 55억원을 투입, 2020년에 웰컴센터를 준공한다. 

향후 망우역사문화공원의 세부추진방향을 결정할 기본계획 연구용역도 곧 착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망우리공원을 인근 중랑캠핑숲, 용마테마공원과 연결한 관광지 개발이라는 큰 틀 아래 유명인사 묘역 추가발굴 및 체계적 관리방안 마련, 묘역 연계 프로그램 개발 및 역사·문화 신규 탐방코스 발굴, 부족한 주차장과 대중교통 연결방안 등의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갈 것이다. 

망우리공원 초입 망우저류조공원에는 항일의병의 구국혼을 기리기 위한 13도창의군탑이 세워져 있다. 이 곳은 구한말 전국 13도에서 모인 의병들이 서울로 진격하려다 일본군과 혈전을 치른 곳이다. 망우리 일대는 항일의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3·1만세운동의 상징인 유관순 열사의 이태원합장비와 분묘 합장 표지비도 망우리공원에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구에서는 특별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3월 1일 유관순 묘역 앞에서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13도 창의군탑까지 100년 전 그날의 만세운동을 재현한다. 의병 추모식과 13도창의군탑 알리기 행사, 독립운동가 묘소와 봉사자간 1:1 결연식도 가질 예정이다. 

이제 망우리공원은 단순한 묘지공원이 아니다. 근현대사의 보고, 한국의 페르라셰즈, 시민힐링공간, 역사의 산 교육장 등 수식어만 해도 수개다. 공동묘지였던 망우리공원은 인문학적 역사성이 덧입혀진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의 명칭변경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울창한 숲길과 인문학적 사잇길 곳곳에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망우리공원, 새이름으로 다시 태어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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