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시작인 개학날, 서울 초미세먼지 나흘 연속 '매우나쁨'… 초비상
새학기 시작인 개학날, 서울 초미세먼지 나흘 연속 '매우나쁨'… 초비상
  • 김시온 기자
  • 승인 2019.03.04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부모들 "학교 청정기 구비해야"…직장인들 "봄 날씨에 버스 창문도 못 열어"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4일 오전 서울 종로가 미세먼지에 갇혀 있다. 2019.3.4 [사진=연합뉴스]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4일 오전 서울 종로가 미세먼지에 갇혀 있다. 2019.3.4 [사진=연합뉴스]

 

그야말로 '초' 비상이다. 미세먼지 '비상'이 벌써 나흘 연속 이어지고 있는 4일, 서울 시내가 또다시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이날 오전 6시 서울 강남구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161㎍/㎥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날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시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서울(132㎍/㎥), 인천(138㎍/㎥), 경기(136㎍/㎥), 충북(85㎍/㎥), 세종(115㎍/㎥), 충남(112㎍/㎥), 대전(96㎍/㎥), 전북(102㎍/㎥), 광주(98㎍/㎥)는 '매우 나쁨' 경계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도권, 충청권, 전북을 제외한 전라권 등 총 9개 시·도에는 초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 중이다.

이와 달리 영남권은 오전 9시 현재 시간 평균 농도가 부산(23㎍/㎥), 울산(17㎍/㎥), 경남(21㎍/㎥), 대구(29㎍/㎥), 경북(24㎍/㎥) 등으로 '보통'(16∼35㎍/㎥) 범위에 들고 있다.

강원도는 44㎍/㎥로 '나쁨'(36∼75㎍/㎥) 수준이지만 영서 지방인 원주가 76㎍/㎥로 높을 뿐, 강릉(31㎍/㎥), 동해(22㎍/㎥), 삼척(25㎍/㎥) 등 영동 지방은 양호하다.

서울과 부산의 최근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를 살펴보면 지난달 27일 서울 45㎍/㎥·부산 25㎍/㎥, 28일 서울 60㎍/㎥·부산 35㎍/㎥, 1일 서울 84㎍/㎥·부산 56㎍/㎥, 2일 서울 85㎍/㎥·부산 54㎍/㎥, 3일 서울 77㎍/㎥·부산 21㎍/㎥, 4일(오전 9시까지) 서울 131㎍/㎥·부산 16㎍/㎥ 등으로 차이가 극명하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겨울철에는 국외(중국) 미세먼지가 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된다"며 "수도권을 포함한 서쪽 지방을 강타한 미세먼지가 태백산맥을 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아 영동 지방은 상대적으로 청정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어제 오후 동풍에 밀려 서해안으로 휩쓸려간 미세먼지가 오늘 다시 서풍을 타고 수도권 등에 밀려들어 왔다"며 "이 대기 오염 물질이 영동 등 동쪽 지역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은 구름 없이 맑게 갠 하늘이었지만 시선을 조금만 내려도 탁한 먼지가 뿌옇게 눈 앞을 가린다. 

시민들은 숨이 막히는 듯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서울 강남의 직장으로 출근하는 박모(32)씨는 "마스크를 안 쓰고 나올 수가 없다"며 "봄이 왔는데 버스에서 창문조차 열 수 없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난다. 차라리 비라도 왔으면 좋겠다"며 걸음을 바삐 옮겼다. 

직장인 이모(30)씨는 "차량 2부제나 공공기관 주차장 폐쇄 등 국내 대책보다 중국이 보내는 미세먼지를 어떻게 줄일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며 "이렇게 살 수는 없다. 이민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새 학기 입학·개학을 맞이한 학교 주변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학생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초등학교 등굣길에서는 10명 중 8∼9명이 미세먼지 마스크를 쓴 상태였다.

출근길에 아파트 단지 내 초등학교로 아들(10)을 등교시켜주던 이모(36)씨는 "어른용, 어린이용 보건 마스크를 대량으로 사놓고 요샌 매일같이 꺼내 쓰고 있다"며 "아직 학교에 공기청정기가 없다던데 마스크 쓰라고만 재촉할 게 아니라 필요한 장비는 돈이 좀 들더라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며 걱정했다.

4학년 딸과 2학년 아들을 데려다주러 나온 학부모 이모(40)씨는 "방학을 맞아서 애들을 데리고 외국을 다녀와 미세먼지가 이렇게나 심각한지 잘 몰랐다"며 "아이들을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학교에 공기청정기라든지 시설을 잘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얼굴을 찌푸렸다.

2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정모(43)씨는 "올해 겨울은 예년보다 덜 추운 대신 미세먼지가 유독 기승을 부린 것 같다"며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도록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