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공감’ 펀치볼 마을 이장님과 반장님의 시래기 대작전
‘다큐공감’ 펀치볼 마을 이장님과 반장님의 시래기 대작전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9.03.10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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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
사진 : KBS

 

[톱뉴스=이가영 기자] 드넓은 무밭에 ‘노란 꽃’이 피었다. 해마다 10월~11월이 되면,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펀치볼 마을에서는 대대적인 시래기 작업이 시작된다. 이 마을 전체 시래기 덕장의 넓이는 약 550만㎡. 축구장 800배 규모의 시래기 덕장에 시래기를 널 때쯤 겨울이 시작되고, 시래기가 마르면 봄이 찾아온다. 칼바람 불던 겨울을 지나 지금 이곳에선 어떤 봄이 시작되고 있을까.

▶ 이장님과 반장님의 시래기 대작전

강원도 양구군 펀치볼 마을 전기철(55세) 이장의 올해 시래기 생산량 목표는 마른 시래기 기준 약 25t. 눈이 와서 시래기들이 얼기 전에 12만㎡(3만5천 평) 규모의 무밭에서 시래기를 잘라다 330㎡(100평) 규모의 하우스 25개와 야외 덕장에 널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시골엔 일할 사람이 없다. 일손이 모자란다. 신순자(65세) 작업반장에게 막중한 임무가 떨어졌다. 춘천-인제-양구 시내를 돌며 아주머니들을 모집해 와야 하는 것이다. 일 년 중 가장 바쁘다는 시래기 철을 맞아  ‘이장님과 반장님의 20일 작전’이 시작된다.

▶ 반장님의 미니버스는 인생버스

신순자 반장(65세)의 미니버스는 춘천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한다. 춘천 시내를 돌며 일할 사람들을 태우고, 양구 읍내와 해안면 일대를 돌며 아주머니들을 한 사람씩 태워 아침 7시경 시래기 밭에 도착한다. 이 버스에 오르는 아주머니들은 대부분 별명이 있다. ‘태평양 여사’, ‘냉면 여사’, ‘안테나 형님’, ‘흰머리 언니’ 등이다. 전직 간호사에서부터, 춘천 사모님까지 이름도, 직업도, 사연도 모두 다른 사람들. 그들은 이 작은 버스를 타고 시래기 밭을 오가며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을까. 

▶ ‘인생의 겨울’을 이겨 낸 사람들 

시래기는 가난과 배고픔의 상징이었다. 김장을 하면서 우수리로 얻은 것을 말려 쓴 까닭이다.
힘겨운 시절을 상징하는 시래기처럼 시래기 밭에 나와 일하는 사람들 또한 ‘인생의 겨울’을 견뎌낸 사람들이다. 가장 노릇을 하며 세 명의 동생을 키워내느라 청춘을 보낸 신순자(65) 반장. 간호사 출신이었으나 마음의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은 김복선(52) 씨. 이들은 서로 어울려 어떻게 추운 시절을 이겨 내고 있을까.

▶ 우직한 사람들이 봄 길을 연다.

시래기는 혹독한 바람과 모진 서리를 맞으며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가운데 ‘맛’이 들어간다. 우리의 삶도 그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좋은 일, 나쁜 일‘이 반복되며 인생의 깊이를 알게 되는 것은 아닐지. 시래기는 ‘겨울을 견뎌 내게 하는 음식’이었다. 늦가을 김장철부터 이른 봄 푸성귀가 날 때까지 김장김치와 함께 겨울 밥상을 지키던 긴한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래기처럼 소박하지만 우직하게 삶의 덕장을 일궈온 사람들. 그들은 이제 잘 마른 시래기들을 수확하며 봄을 기다린다. 

KBS 1TV ‘다큐공감’은 10일 오후 8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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