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원 변호사, 이탄희 판사에 “농촌 가서 살자”
오지원 변호사, 이탄희 판사에 “농촌 가서 살자”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9.03.1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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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
사진 : KBS

 

[톱뉴스=이가영 기자] 올해 초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억울하고 힘없는 국민이 마지막 희망을 품고 가는 곳, 법원. 그곳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KBS ‘거리의 만찬’에서는 『존경하는 판사님께』 2부작을 통해 어렵고 멀게만 느껴져 외면해왔지만, 우리 사회에 중요한 주제인 사법 문제를 다룬다. 이번 녹화에는 가수 김윤아가 게스트로 합류해 촬영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했다.

1부에서는 사법농단을 최초로 밝힌 이탄희 판사와 그의 아내 오지원 변호사를 만나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생각을 나눈다. 2부에서는 현직 판사, 검사가 출연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법부 내의 문제들과 사법 개혁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 ‘사법농단을 밝힌’ 이탄희 판사, 아내와 함께 방송 첫 출연

이번 ‘거리의 만찬’에서 만난 특별한 손님은 바로 ‘이탄희 판사’다.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그는 누구일까? 그는 처음으로 사법농단 의혹을 세상에 드러나게 한 사람이다. 2년 전, 법원 내 요직으로 통하는 법원행정처로 발령이 난 이탄희 판사. 그는 부당한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탄희 판사가 낸 사직서는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며 사법농단의 실체를 밝히게 되었다.

보장된 성공 대신 판사로서의 양심을 지킨 이탄희 판사. 그간 언론사들의 숱한 취재 요청에도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가 ‘거리의 만찬’에 출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렵사리 나온 방송에서 이탄희 판사는 어디서도 말하지 않았던 지난 2년간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녹화에는 이 판사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그의 배후(?)인 아내 오지원 변호사도 함께했다. 오지원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현재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사무처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녀는 지난 2년간 이탄희 판사의 아내로서, 또 한 명의 법조인으로서 느낀 사법농단에 대해 이야기했다.

■ 판사 졸업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준비한 ‘중식 코스요리’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할 말 했던” 이탄희 판사는 올해 2월 판사직을 내려놓았다. 그는 지난 2년 간 많이 지쳤던 것 같다며 재충전 후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거리의 만찬’에서는 그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히 중식 코스요리를 준비했다.

■ 재판거래, 기울어진 정의의 저울

이탄희 판사로 인해 밝혀진 사법농단의 실체 중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바로 재판거래 의혹이다. 법과 양심에 따라 이뤄져야 할 재판이 권력과 사법부 이익을 위해 거래됐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법원 스스로 “국정 협력 사례”라고 표현한 판결은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긴급조치 사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등 수십 개에 달한다.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는 게 평생 소원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사건도 개입하려고 한 사실에 박미선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거리의 만찬’에서는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사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판사 부부에게 직접 들려줬다. 재판거래가 의심되는 판결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그들. 재판거래 의혹 피해자들은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과연 이것이 정상인 나라인가, 정상인 사법부인가”, “법은 문제가 없는데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거죠”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착잡한 표정이었던 이탄희 판사는 끝내 목이 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저분들의 고통이 느껴져요. 판사가 양심적으로 재판하지 않을 때 사람들이 받는 고통을 판사들이 다 알아야 해요”라며 자신도 이번 일을 겪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지원 변호사는 “부끄럽고 참담하죠”라며 “(사법부가) 통렬히 반성해서 정말 국민들하고 눈높이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아는 “재판거래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을 거래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박미선은 재심을 받을 수 없냐며 억울한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 전했다. 국민의 마음을 이해하고 약자의 목소리를 들어주며 공정한 재판을 하는 사법부의 모습은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 사법부의 제왕을 꿈꿨던 전직 대법원장

사법부가 재판과 맞바꾸려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대표적인 게 바로 상고법원 도입이다. 상고법원이란 대법원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등법원과 대법원 사이에 만드는 법원으로 양승태 대법원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런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을 갈망했던 진짜 이유는 인사권 확대와 대법원의 위상 강화라고 하는데….

양승태 대법원은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성향에 따라 판사를 분류하고 대법원의 뜻에 비판적인 판사는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불이익까지 주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 판사는 대법원과 반대되는 판결을 했다는 이유로 물의 야기 법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대법원에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한 한 판사는 조울증 환자로 몰았다. 3MC는 이게 가능한 일이냐며 충격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이런 일들을 도운 사람은 다름 아닌 그들의 동료 판사들이었다. 이탄희 판사는 “서로가 서로에게 존경을 표하는 판사들의 문화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이 판사는 물론 동료 판사들 모두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박미선은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 스토리 같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 끝나지 않은 이탄희 판사의 이야기

이날 ‘거리의 만찬’에서는 이탄희 판사 부부가 지난 2년 동안 사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방송 말미에는 이탄희 판사를 잘(?) 안다는 현직 판사가 직접 등장해 궁금증을 유발했다. 3월 22일에 방영될 『존경하는 판사님께』 2부에서는 현직 판사가 말하는 사법농단 이야기와 사법 개혁을 통해 회복해야 할 사법부의 공적인 가치 등에 대해 나눈다. 이에 더해 현직 검사의 깜짝 등장(?)으로 만찬 토크는 더욱 풍성해질 예정이다.

2주에 걸쳐 두 편으로 나뉘어 방송될 “할 말 있는 당신”과 함께하는 ‘거리의 만찬’ 『존경하는 판사님께』 1부는 3월 15일 밤 10시 KBS 1TV를 통해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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