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글로벌스쿨 교사칼럼(12),밀실? 아니 광장에서 놀자!
등대글로벌스쿨 교사칼럼(12),밀실? 아니 광장에서 놀자!
  • 박진희 교사
  • 승인 2019.04.12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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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 봉사활동팀은 매달 정기적으로 지역에 사시는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서 말동무도 해드리고 같이 밥도 먹고 청소를 돕는 등 사랑을 삶으로 실천하고 있다.
등대글로벌스쿨 학생들. 코리아톱뉴스.
등대글로벌스쿨 학생들. 코리아톱뉴스.

본교 9학년 친구들이 컴패션을 통해서 케냐 친구 한 명을 후원한다는 광고를 듣게 되었다. 어떻게 그런 기특한 결정을 내렸는지 궁금해서 처음 기부를 제안했던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이 일을 제안한 학생은 가정에서 이미 두 명의 학생에게 다른 기관을 통해서 후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학생은 어느 날 유투브에서 가난은 기부를 한다고 해서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교육기부 관련 단체를 알아보게 되었다. 가정에 이 일을 이야기하고 후원을 생각하다가 이미 두 명의 학생을 후원하고 있던 터라 학급에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급회의 때 친구들에게 그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학급 친구들은 이 친구의 제안에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그래서 바로 후원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졸업하면 학급의 이름으로 기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1년 정도만 후원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았다. 그래서 찾은 학생은 케냐의 19살 남학생으로, 학생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그 친구에게 매달 45,000원을 기부하게 되었다. 이 일이 귀감이 되자 채플 시간에 교목사님께서 공식적으로 9학년 학급 친구들의 선행을 알리게 되었고, 이로 인해 그 학급 친구들은 스스로를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정말 잘한 일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본교 봉사활동팀은 매달 정기적으로 지역에 사시는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서 말동무도 해드리고 같이 밥도 먹고 청소를 돕는 등 사랑을 삶으로 실천하고 있다. 봉사활동팀에 여러 조가 편성되어 있어서 각자 어르신들의 가정을 방문하게 된다. 자신들이 직접 반찬을 준비하기도 하고, 어르신들과 함께 식사를 만들어 먹기도 하면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얼굴이 미소가 만연하다.

요즘 학생들은 가정안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세대로 어쩌면 주변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것보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자랐다. 그래서 사랑을 주는 손길보다도 사랑을 받은 손길에 더 익숙하여,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는 일이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그런 친구들이 지역과 세대를 넘어서 자신보다 더 사랑이 많이 필요한 이웃에게 손을 내밀어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귀한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다.

현대는 각자가 개인화된 밀실 속에 살아가지만,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그 경계를 허물고 광장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이중적인 경계 속에서 밀실 속에서만 나의 삶에 집중하며 사는 것은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기에는 한계가 있다. 삶의 정수(精髓)는 개인적인 영역에서만 찾을 수 없고, 사회적이고 공적인 영역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밀실 안에 갇혀서 살기보다는 광장으로 나가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고 마음을 나누는 일은 중요하게 된다.

그 의미들을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깨우치고, 도전하여 찾아가는 여정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내가 여유가 있어서도 아니고, 시간이 남아서도 아니다.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는 그것들보다도 나보다 더 사랑이 많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내가 이전에 받았던 사랑을 다시 돌려주고, 더 나누어 주는 것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타인의 권유가 필요없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이 친구들은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후원 문화가 한 학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다른 학급, 다른 학년에서도 긍정적으로 확산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또한, 봉사의 참된 기쁨을 느끼며 더 많은 학생들이 봉사의 자리에 동참하기를 바라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감에 있어서 진정 중요한 것은 나 혼자만 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고 실천하고 있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필자는 너무 행복하다. 어른들이 미진하게 실천하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에는 미래가 없다고 했던가. 아니다. 다음 세대는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그래서 무한한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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