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송병기 구속영장 기각…제동 걸린 검찰
법원, 송병기 구속영장 기각…제동 걸린 검찰
  • 김시온 기자
  • 승인 2020.01.0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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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소명 요구…"구속 필요성과 상당성 인정 안 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최초 제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31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건물을 나서고 있다. 2019.12.31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최초 제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31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건물을 나서고 있다. 2019.12.31 [사진=연합뉴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 인사들과 함께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송병기(58)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는 등 계속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청와대까지 염두에 뒀던 수사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송 부시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밤늦게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26일 황운하(58)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경찰인재개발원장) 고발 사건을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한 뒤 수사에 속도를 내온 검찰은 첫 핵심 피의자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것이다.

울산지검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원래 청와대와 경찰의 하명수사 의혹을 살피다가 선거개입 의혹이 드러나자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송 부시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최초로 제보한 인물로, 송철호(71) 현 울산시장의 최측근이다.

검찰은 송 부시장 신병 확보 여부가 이번 수사의 분수령이라고 보고 수사 한 달 만에 구속영장 청구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당혹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017년 10월 비서실장 박기성(51)씨 등 김 전 시장 측근의 비리 의혹을 수집해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문모(53) 행정관에게 제보하고, 지방선거 과정에서 송 시장의 선거운동을 도우며 청와대 인사들과 선거 전략 및 공약을 논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송 부시장을 검찰은 지난달 6∼7일 연이어 부르는 등 모두 5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송 부시장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도 공범으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송 부시장의 제보로 촉발된 경찰의 김 전 시장 주변 수사를 불법 선거 개입으로 판단했다. 2018년 지방선거 전까지 청와대가 울산 공공병원 건립 계획 등 송 시장의 공약 수립을 도운 정황 역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의심한다.

그러나 법원은 현재 수사 진행 경과를 고려했을 때 송 부시장을 구속 수사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조급하고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백원우 전 비서관을 한 차례 소환하긴 했으나 나머지 공모 관계에 있을 것으로 의심하는 인사들은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 법원은 검찰에 좀 더 객관적인 증거 확보 등을 통한 탄탄한 수사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소속 관청의 정보를 빼서 공약 수립을 도와주거나 채용 비리로 구속된 사례 등과 송 부시장 사례가 유사하다고 영장실질심사에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과 송 시장이 전화로 수사 내용을 주고받은 경우를 비롯해 사건 관련자들이 말 맞추기를 시도했던 것으로 판단되는 정황도 설명하며 증거인멸 우려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공소시효 만료 여부에 대한 검찰과 송 부시장 측의 엇갈린 주장에 대해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송 부시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만약 혐의가 인정돼도 공직선거법 제268조 제1항에 따라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이 조항은 선거사범의 경우 선거 후 6개월이 지나면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반면 검찰은 같은 법 제3항을 근거로 공소시효가 남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든 조항은 관권선거 등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거나 그 지위를 이용해 선거범죄를 저질렀을 때 공소시효를 10년으로 규정한다.

검찰 관계자는 "송 부시장은 2017년 8월 퇴직했고, 그 이후 송 시장을 도왔을 때는 공무원 신분은 아니다"며 "공무원인 청와대 관계자 등과 공범 관계라서 공소시효가 10년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송 부시장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1시간 뒤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검찰은 송 부시장이 채용 비리 관련 인정한 범행도 있는 점을 고려해 보강 수사 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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