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개학 미뤄진지 99일 만에 모든 학생 학교로
등교 개학 미뤄진지 99일 만에 모든 학생 학교로
  • 김시온 기자
  • 승인 2020.06.08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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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 떨어져도 좋아" 랜선 친구와 처음 등굣길 오른 학생들

초5∼6·중1 등 135만명 등교
전국 초등학교 5∼6학년생과 중학교 1학년생 135만여 명이 4차 등교를 재개한 8일 오전 강원 춘천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0.6.8 [사진=연합뉴스]
전국 초등학교 5∼6학년생과 중학교 1학년생 135만여 명이 4차 등교를 재개한 8일 오전 강원 춘천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0.6.8 [사진=연합뉴스]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등교 개학이 미뤄진 지 99일 만에 전국 초등학교 5∼6학년생과 중학교 1학년생 135만여 명이 4차 등교를 해 전국 모든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이 학교에 다니게 됐다.

학생들은 거리두기를 지키면서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고, 몇몇 학부모는 마음 졸이며 교문에서 자녀들의 발걸음을 지켜봤다.

"온라인 수업만 하다가 학교에 나와 친구들을 본다고 생각하니 반가워요. 옆에 있는 친구는 등교하기 전에 단톡방을 통해 친해졌는데 함께 등교하는 건 처음이에요."

이날 오전 8시 30분께 경기도 성남시 구미중학교 정문 앞에는 등굣길에 오른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학생들의 표정은 교문 앞에서 교장 선생님이 나눠주는 장미꽃 한송이씩을 받아 들고난 이후 더 환해졌다.

그 옆에선 등교일이 아닌데도 후배들의 첫 등교를 환영하기 위해 나온 학생회 소속 2∼3학년 학생들이 초콜릿을 나눠줬다.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방역을 염두에 둔 사회적 거리두기는 차분하게 지켜졌다.

신입생을 맞이하는 교직원과 고학년 학생들은 모두 1m 간격으로 떨어져 있었고, 등교하는 학생들도 "한 줄로 들어오라"는 지침을 듣고는 일렬로 걸어 들어갔다.

등교 첫날 학급별 회장 선거를 치른 학교도 눈길을 끌었다.

화성 병점중학교는 이날 1학년 학생 11개 반 340명이 등교한 직후 반별 회장 선거 투표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복도에 마련된 기표소에서 1년간 반을 이끌 반대표를 뽑았다.

이 학교는 학생자치, 민주주의 교육 차원에서 그동안 온라인상에서 후보 선출, 공약 발표, 유세 등을 하도록 했다.

기표만큼은 학생들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도록 등교일에 맞춰 기표소를 준비한 것이다.

홍인숙 병점중 교장은 "학급별 교실을 학교 건물 곳곳으로 분산 시켜 학생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했다"며 "학생 밀집도 최소화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고 했다.

전 학년이 등교를 시작했지만, 자녀 중 일부만 학교에 보낸 부모도 있었다.

청주시 흥덕구의 A(41)씨는 8일 등교하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교문 앞에서 헤어지면서 마스크를 벗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아들이 교실 건물로 들어가는 것까지 지켜보고 출근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아들은 이날 등교했지만,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은 친정에 맡기고 왔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초등학교 3∼4학년이 등교를 시작하면서 박씨의 출근 준비는 더 바빠졌다.

매일 아침 남매 중 1명은 친정, 1명은 학교로 보내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 학교 3∼6학년은 '2+3 등교·원격수업'을 한다.

이번 주에 5∼6학년이 월·화 2일, 3∼4학년이 수∼금 3일 등교하고, 다음 주에는 3∼4학년이 2일, 5∼6학년이 3일 등교하는 방식이다.

충북도교육청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과대학교(초 20학급 이상, 중·고 13학급 이상)는 같은 날 전교생의 2/3 이상이 등교하지 않도록 했다.

학생들의 밀집도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다.

이에 따라 과대학교는 학급, 학년별로 격일, 격주제 등의 원격·등교수업을 하고 있다.

까다로운 등교 절차 때문에 일부 학교는 등굣길에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강원 춘천중학교는 학생들이 교문에 들어서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자가진단 검사와 손 소독, 열화상 카메라를 통한 발열 검사 등 절차를 거쳐야 교실로 들어갈 수 있다.

오전 8시 30분께 학생들이 몰리자 현관 입구부터 운동장까지 긴 줄이 이어졌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거리두기 준수와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며 일일이 손 소독제를 뿌려줬다.

대부분 학생은 교복 대신 생활복이나 체육복 등 편안한 복장으로 등교했다.

교복을 입으면서 체육 시간에 탈의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면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제껏 온라인 수업으로만 대화했던 선생님과 친구들을 교실에서 처음 만난 학생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춘천중 1학년생 정지우(13)양은 "중학교 생활 시작이 조금 긴장되긴 하지만 재밌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온라인이나 메신저로만 얘기하던 친구들을 처음 만나니 색다른 기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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