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폭파'에 "응분의 책임" 경고했지만…책임 묻기 위한 방법 '막막'
정부, 北 '폭파'에 "응분의 책임" 경고했지만…책임 묻기 위한 방법 '막막'
  • 김시온 기자
  • 승인 2020.06.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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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보장합의서는 '정부 자산' 해당 안되는 듯…국제법도 살폈지만 현실성 없어
KBS가 17일 오전 휴전선 인근 비행금지구역(NFL) 인근 2천m 상공에서 촬영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뼈대만 남은 모습을 보도했다. 2020.6.17 [KBS 뉴스 화면 캡처]
KBS가 17일 오전 휴전선 인근 비행금지구역(NFL) 인근 2천m 상공에서 촬영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뼈대만 남은 모습을 보도했다. 2020.6.17 [KBS 뉴스 화면 캡처]

 

정부가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책임을 묻기 위한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심 중이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지난 16일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직후 브리핑에서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의 염원을 저버렸다"면서 "북측은 이번 행동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후 북한의 일방적이고 비상식적인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북한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법적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이 체결한 각종 합의서를 들여다봐도 우선 남북이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의 후속 조치로 체결한 '남북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의 경우, 투자자에 대한 북한의 책임이 명시됐다는 점에서 적용이 검토됐다.

이 합의서에는 분쟁이 생겼을 때 협의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남북 합의로 구성되는 남북상사중재위원회에 제기해 해결한다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이 합의서는 투자자를 '법인 또는 개인'으로 제한하고 있어, 이번처럼 정부 예산이 투입된 연락사무소 건물 폭파 건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있다.

북한 법인 개성공업지구법의 경우 "공업지구에서는 투자가의 권리나 이익을 보호하며 투자 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투자가'의 범위를 법인과 개인으로 한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북한법인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가 자신들의 법을 위반했다고 스스로 판단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남북이 2018년 9월 연락사무소 개소 직후에 서명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도 있지만, 여기에는 보상에 대한 직접적인 조항이 없다.

그러자 정부는 외부의 법률 조언을 받아 국제법을 적용하는 방안까지 들여다보고 있지만, 이 또한 현실성은 떨어진다.

국제 분쟁과 관련한 해결 메커니즘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나 국제사법재판소(ICJ) 등이 있다.

ICSID는 국제투자에서 발생하는 분쟁 해결을 위해 설립된 세계은행 산하 중재기관인데, 중재 절차를 밟으려면 양측이 ICSID 협약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북한은 ICSID 협약 가입국이 아니다.

ICJ는 지난 2010년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자산을 몰수했을 때도 검토된 방안이지만, 이 역시 적용이 어렵다. ICJ의 재판 관할권이 국가 동의에 기초하고 있어 남측이 제소하더라도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국제법 적용은 실효성 문제와 별개로 타당성 논란도 불러올 수 있다.

남북 간 현안을 국제사회로 끌고 나가는 건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증폭시킬 가능성이 농후하고, 북한은 헌법상 우리 영토인데 국제법을 적용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선 북한에 구속력 있는 책임을 묻기 위해선 결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등이 이에 동의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한국 또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포기한 게 아니라면 이를 추진하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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