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에게 더 팍팍한 서울살이…임대차법 시행 이후 '하위 20%' 아파트값 8%↑
서민에게 더 팍팍한 서울살이…임대차법 시행 이후 '하위 20%' 아파트값 8%↑
  • 김시온 기자
  • 승인 2020.11.0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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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권' 경기도 상위 20% 아파트값도 7억5천만원…1년새 27.5%↑
'하위 20%' 아파트 1년새 27% 상승…직전 1년 상승률의 5배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동 일대 아파트단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동 일대 아파트단지 [사진=연합뉴스]

 

 3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저가 아파트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어 전세난에 지친 서민이 외곽에 작은 집 한 채를 마련하려 해도 벅찬 것으로 나타났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에도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값이 크게 오르면서 서울의 저가 아파트값 상승 속도는 고가 아파트의 두 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경기도 주요 지역의 고가 아파트값도 빠르게 오르고 있어 그야말로 '서울살이'가 녹록지 않다.

지난달 서울의 1분위(하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4억5천638만원으로 조사 이후 처음 4억5천만원을 넘겼다.

이는 1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새 임대차 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3개월 전(4억2천312만원)과 비교하면 7.9% 상승한 것으로 같은 기간 5분위(상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18억4천605만원에서 19억2천28만원으로 3개월 사이 4.0% 상승했다.

고가 아파트가 4.0% 오르는 동안 저가 아파트는 7.9% 올라 저가 아파트 상승 속도가 2배가량 빨랐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4.2로, 2017년 5월(4.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 가격 상위 20% 평균(5분위)을 하위 20% 평균(1분위)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이다.

통상 5분위 배율이 낮아지는 것은 주거 양극화가 완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최근 5분위 배율이 내려간 것은 저가 아파트값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고가와 가격 차이를 좁힌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품귀와 전셋값 급등이 이어지면서 전세 수요를 대체할 만한 서울 외곽의 소형 아파트값도 크게 뛰었다.

지난달 1㎡당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천182만원으로, 3개월 사이 6.6%(73만원) 상승했다.

구별로 보면 3개월 동안 아파트값이 가장 크게 오른 곳은 도봉구(11.0%)로, 평균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이어 노원구(10.3%)가 10% 넘게, 강북구(9.6%)와 중랑구(9.4%)가 9% 넘게 올랐고, 성북구(8.2%), 은평구(8.6%), 구로구(8.1%)도 8% 이상 상승해 다른 구에 비해 아파트값 상승 폭이 컸다.

이들 지역에서 소형 면적인 전용 59㎡ 아파트를 살 때 필요한 금액은 중랑구가 4억3천975만원으로 가장 낮았고, 도봉구 4억3천450만원, 강북구 4억5천418만원, 은평구 4억6천276만원 등의 순이었다.

구로구(5억472만원)와 노원구(5억863만원), 성북구(5억5천425만원)는 5억∼5억5천만원은 있어야 했다.

석 달 전 서울의 아파트 3분위 평균 전셋값이 4억3천841만원인 것을 생각하면, 3분위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가족이 내 집 마련을 위해 5분위 아파트를 사들이려 해도 벅찬 상황이다.

지난달 서울의 1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2년 전(3억4천540만원)과 비교하면 32.1%(1억1천98만원) 올랐고, 1년 전(3억5천926만원)보다는 27.0%(9천712만원) 상승하면서 저가 아파트값 상승 속도는 최근 1년간 두드러졌다.

최근 1년간 상승분(27.0%)이 그 전 1년간 상승분(5.1%)의 5.3배에 달한다.

1분위 아파트값은 국민은행이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12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2억2천만∼2억5천만원 박스권에 머무르다가 2015년 12월 2억5천만원을 넘어섰다.

이후 2년 만인 2017년 12월 3억원, 여기서 1년 뒤인 2018년 12월 3억5천만원을 각각 돌파하며 가격 상승에 속도가 붙었다.

그러다가 올해 6월 처음 4억원을 넘겼고 이후 4개월 만인 지난달 4억5천만원 선을 넘겨 빠르게 오르고 있다.

전국의 1분위 평균 아파트값(1억1천17만원)이 3개월 전보다는 0.5%, 1년 전보다는 1.0% 상승하는 데 그치고, 2년 전에 비해서는 오히려 4.4%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서울의 저가 아파트값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주택난에 서울 외곽을 넘어 경기도로 집을 옮기는 경우에도 오른 집값을 대기가 녹록지 않아 보인다.

KB국민은행 조사에서 경기도는 고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률이 최근 3개월 동안 5.6%, 저가 아파트는 0.8%로 고가 아파트값 상승 속도가 더 빨랐다.

이는 서울로 출퇴근과 등하교가 가능한 판교, 분당, 과천 등 인기 지역의 고가 아파트값이 수요 증가로 크게 뛰고, 수요가 덜한 경기도 외곽 지역 집값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도의 5분위(상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7월 7억863억원으로 처음 7억원을 넘긴 뒤 불과 3개월 만에 7억4천845만원으로 4천만원 가깝게 올랐다.

5분위 아파트값은 1년 전보다는 27.5%, 2년 전보다는 28.0% 오른 것으로 나타나 최근 1년 동안 가격 상승이 가팔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난 등 여파로 서울에서는 외곽 지역의 중소형·중저가 아파트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가격이 오르고, 교통·여건이 좋은 수도권 주요 도시에서는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뛰고 있다"며 "이런 영향으로 저가 아파트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 서민층 주거 안정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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