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전국 최초 ‘공유 어린이집’ 시스템 도입
서초구, 전국 최초 ‘공유 어린이집’ 시스템 도입
  • 김시온 기자
  • 승인 2020.11.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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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국공립-민간 통합 형태 … 3~7개 국공립-민간어린이집 묶어 운영

 

서초구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신개념 ‘서초형 공유어린이집’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오는 12월 8일 “서초형 공유어린이집 성과보고회”를 예정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초구는 작년 9월 서초권역 4개 어린이집이 참여한 ‘서초형 공유어린이집’시범사업이 도입 1년 만에 학부모와 참여 어린이집이 모두 만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입소대기, 보육수급 불균형’등 보육계의 고질적 문제들을 해소하면서, 공동구매에 따른 비용절감과 보육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이다.

이 같은 평가는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진행한 「서초형 공유보육 법제화 방안 연구용역」에서 ‘서초형 공유어린이집은 돌봄공동체 조성, 어린이집 재구조화, 지역사회 상생형 보육 모델’이라는 연구 결과로 드러났다.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교직원지원국장(사회학 박사)은 “서초형 공유어린이집은 입소대기와 보육수급의 불균형 등 現 보육시스템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예산의 문제가 아닌 발상의 전환으로 지역공동체 내에서 어린이집들이 상호교류를 통해 해결하는 방식의 모델이다. 이 모델이 성공적으로 적용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부모들에게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공성이 담보된 어린이집을제공하는 획기적인 제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초형 공유어린이집’이란 인근 지역의 3~7개의 국공립 어린이집과 민간‧가정 어린이집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 국공립과 민간이 지역의 아이들을 같이 키우는 보육 시스템이다. 전국에서 아직 한번도 실시된 적이 없는 국공립-민간 통합 형태의 어린이집이다. 단,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서초 모범어린이집’에 한한다.

서초 모범어린이집은 일정 자격조건과 평가기준을 통과한 민간‧가정어린이집을 공인하여 운영 보조금과 교사 인센티브 지원을 통해 국공립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하고자 201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현재 42개소로 2021년 50개소 공인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대체 국공립 어린이집을 몇 개나 더 지어야 만성적인 어린이집 부족문제가 해결될까? 어린이집 즉 현재 보육시스템은 학부모, 조부모, 관계자 다수가 어려움을 토로하는 심각한 과제다.

서초형 공유어린이집은 이런 고민 가운데 탄생했다.

서초구에 따르면, 민선5기까지 국공립 어린이집은 고작 32개 뿐이었다. 개청 이래 매년 1개씩 지어진 셈으로 보육 수급률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꼴찌였다.

그러나 민선6기 조은희 구청장은 취임 이후 국공립어린이집 '10배 플랜’이라는 통 큰 계획을 세웠다. 매년 1개가 아니라 10배, 매년 10개 이상씩 국공립 어린이집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2016년 48개소, 2017년 62개소, 2018년 74개소로 4년만에 42개소를 늘려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현재까지 서초구는 82개 국공립 어린이집이 지어져, 57%로 서울시 최하위였던 보육수급률이 무려 93.4%로 증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서초구에서 아무리 국공립 어린이집을 많이 지어도 대기자 수는 여전히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어린이집은 시설 규모에 따라 30인 이하 시설은 영아 위주의 반편성을 하고, 50인 이상 시설은 만0세~만5세까지 전 연령으로 획일적인 반편성을 하다 보니 실제 지역의 보육수요를 반영하지 못해 보육 수급의 미스매칭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렇다 보니 어떤 어린이집은 영유아 대기자가 많아 입소가 힘든데 비해 인근 다른 어린이집은 영유아반 정원이 차지 않은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또한 20인 이하 소규모 어린이집(만0세~만2세)을 이용하는 부모는 자녀가 만2세에 접어드는 시기부터 인근 어린이집에 다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입소를 신청한 어린이집의 반편성 구조가 만2세 재원 아동이 그대로 만3세반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이라면 진입은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초구는 2017년부터 학술용역, 보육포럼, 전문가 회의, 학부모와의 대화 보육톡 등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과 공유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서초형 공유어린이집이 탄생하게 되었다.

서초구는 신개념 보육시스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2020년 4월부터 7월까지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와 함께 ‘서초형 공유보육 법제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하였다.

2019년 7월 12일 개최한 보육포럼에는 학계의 뜨거운 관심속에 한국보육진흥원, 육아정책연구소장, 보육분야 교수 등 400여명이 참여하여, 열띤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이 자리에서는 서초형 공유어린이집이라는 신개념 보육패러다임의 필요성, 발전방향, 사업의 안정적 정착방안에 대한 많은 의견이 교류되었으며, 이를 기반한 본격적인 사업추진이 이루어졌다.

구는 양적인 사업 확대에 만족하지 않고, 2020년 8월부터 현재까지 보육분야 전문가 및 어린이집 원장과의 간담회를 수십 차례 진행하며 질적 향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2017년부터 이어진 학부모와의 대화채널인 ‘보육톡’은 지금까지 총 42회에 걸쳐 4,000여명의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그 의견을 구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오랜 기간동안 입소대기에 대한 어려움’, ‘인근 타 어린이집으로의 이동에 대한 시스템 건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요구’등 현장의 의견들은 오늘의 서초형 공유어린이집 탄생의 배경이 되었다.

2019. 3월부터 원장과 구청관계자가 모여 어린이집 규모, 접근성, 반편성 등을 검토하여 서초권역의 4개소 어린이집을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하였고, 6월에는 서초권역 설명회를 개최하여 학부모들에게 시범운영에 대한 사전 홍보 과정도 거쳤다.

2019. 9월 실제 현장에서 4개소의 어린이집을 하나의 시설인 것처럼 재구조화하여 영아전담, 영유아혼합, 유아전담 어린이집으로 구성했다.

이에 따라 영아반 확대로 실제 영아 대기자 수를 286명('19. 6월)에서 173명('20. 6월)으로 113명을 대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또 유아전담 어린이집 운영으로 서초4동 권역의 보육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나아가 정원 충족률까지 올라가는 효과를 보았다. 실제 누리아미 어린이집의 유아반 정원 충족률은 95.4%로 서초구 평균(82.2%)보다 월등히 높다.

어린이집 유휴공간을 유희실로 리모델링하여 아동이 뛰어놀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 시설적인 면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간 공동보육시스템 운영으로 운영안내서 및 기본서식을 통일하고, 입학준비물을 공동 제작하는 등 입소공동화 및 프로그램, 교사교육, 부모교육을 공동으로 진행하여 학부모에게 “공유어린이집”을 지속적으로 홍보했다.

시행후 2020년 7월 서초권역 학부모 187명을 대상으로 “서초형 공유어린이집 만족도조사”를 실시한 결과 81.5%가 연속적으로 재원의사를 밝혔으며, 프로그램 만족도는 92.7%로 매우 높았다.

당초 1차 시범운영에 이어 2020년 3월 2차 시범사업으로 방배권 2개 권역을 추가하여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었으나, 1차 공유어린이집의 획기적인 성공으로, 서초구 관내 어린이집의 신청이 쇄도하여 2020년 9월 17개권역 84개어린이집이 공유어린이집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도입 1년 만에 국공립, 민간을 불문하고 구 전체 어린이집 162개소(직장어린이집 21개소 제외)의 50% 이상이 공유어린이집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서초형 공유어린이집은 국공립-민간 어린이집의 보육 서비스를 향상하기 위해 공동‧공유‧상생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원장과 교사가 주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어린이집 운영 및 보육에 관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공유하며 상호 지원해 나간다.

지금처럼 코로나19 상황에는 온라인으로 송출할 수 있는 보육프로그램을 어린이집별로 제작하여 공유하고 키즈노트 등 SNS를 통해 학부모와 소통한다.

강당과 텃밭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놀이감과 교재교구도 권역의 어린이집 간 공동으로 사용한다. 또한 연간 보육 운영계획을 함께 논의하고 가정통신문과 입소안내문 등도 함께 만들어 각 가정에서 다양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이러한 보육 프로그램 공유 등을 통해 공유어린이집의 아이들은 거부감 없이 인근 어린이집으로 옮겨갈 수 있어 아이에게 좀 더 안정적인 보육환경이 조성된다.

또한 서초형 공유어린이집에서는 지역의 보육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그 지역의 입소대기를 분석하여 운영 재구조화를 시도하고 있다.

어린이집 입소 상담을 원하는 학부모에게 공유어린이집으로 묶인 어린이집으로 입소 할 수 있도록 연계하여 입소대기를 줄이고, 어린이집 간 소통과 협의를 통해 반편성을 지속적으로 조정한다.

특히 서초구는 획기적 발상으로 ‘유아전담 어린이집’을 별도로 운영함으로써 만4, 5세 단독반 운영과 유아 특성에 맞는 전문화된 보육프로그램 운영으로 학부모들의 보육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기존의 서초권역의 누리아미어린이집 외에 방배권역의 방배열린어린이집과 반포‧잠원권역의 사랑의어린이집은 공동으로 묶인 권역의 보육 수요를 반영하여 내년 3월부터 ‘유아전담 어린이집’으로 운영 구조를 재편성할 계획이다.

구는 유아전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에는 운영의 어려움 해소와 유아전문 교육을 돕기 위해 교사 인건비 지원을 기존 30%에서 80%까지 높여 지원한다.

서초형 공유어린이집의 운영 체계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은 바로 교사다.

서초구의 교사 학습공동체 연구모임 지원으로 전체 교사 교육을 비롯해 권역별 주임교사 모임, 연령별 사례 공유 모임,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교사 모임이 결성되면서 보육교사들에게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타 어린이집 간 교류가 거의 없던 가운데 서로 모여 경험과 활동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장이 되어 보육교사의 전문성이 향상되고 어린이집 간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편, 서초구는 매월 실무협의체를 열어 권역별 특화사업을 지원한다.

우면동권역은 ‘친환경 생태보육’을 특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유어린이집이다. 친환경 식재료를 공동 구매하여 건강한 먹거리로 아이들을 보육하고, 급식판도 친환경 도자기 식기로 교체하여 학부모의 호응이 크다.

방배1동권역은 ‘자연이 숨쉬는 숲속 보육실’을 특화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보육교사는 아이들과 매일 방배근린공원을 찾아 숲체험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공원 내에 공동으로 사용할 실외 창고를 구비해 권역의 어린이집이 숲을 찾을 때마다 함께 사용한다. 매번 숲놀이 준비물 챙겨야 하는 보육 교사의 수고로움을 덜고 아이들의 이동을 보다 안전하게 지킬 수 있게 되었다.

서초형 공유어린이집은 1석 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첫째, 이동거리를 고려하여 몇 개의 어린이집을 묶어 규모를 확대하고, 인근 지역의 보육수요에 맞춰 입소와 반편성을 공동으로 진행해 입소 대기를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점이다.

대상 어린이집의 정원과 수요·공급의 과부족을 유연하게 조정하여 여러 미스매치를 해소한 것이다. 어린이집 보육 수요가 예측 가능해짐에 따라 탄력적인 반편성이 가능해졌다.

둘째, 식자재・프로그램・강사・장난감 등 공동 운영으로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 공동 발주로 급식과 간식의 질이 높아지고 가방‧이불 등 어린이집 물품의 구매 단가도 낮아졌다. 학부모들의 경제 사정에도 큰 도움을 준 것이다. 어린이집 한 곳이 개별적으로 진행하기에 비용 부담이 있는 대규모 공연 관람, 체험학습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양질의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한 점도 서초형 공유어린이집의 큰 장점이다.

셋째, 공공과 민간이 경쟁과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상호 선의 경쟁이 가능한 체계로 보육에 대한 질적 개선이 일어난 것이다. 원장과 교사들이 주기적인 모임을 갖고 어린이집 운영 및 보육에 관한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공유하며 공동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어린이집 간 격차를 줄이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사회성을 기르는 효과도 내고 있다. 성장 속도에 맞춰 상급 어린이집으로 옮기는 시스템 덕분에 또래 아이들과 함께 자라며 사회성 함양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학부모 만족도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서초4동 서초푸르지오 써밋에 거주하는 학부모(만4세 원아)는 “영아 전담 시설을 졸업하고 어린이집을 구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많았다”면서 “기다릴 필요 없이 서초구가 인근 유아 전담 시설로 안정적으로 연계해줘 매우 만족했다”고 말했다. 이 부모는 “여러 어린이집이 주기적으로 교류하고 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운 점”이라고 밝혔다.

보육 현장의 만족도 또한 크다.

홍진경 누리아미원장은 “영아와 유아로 반 구성을 나누면 특화하고 전문성 있는 교육을 할 수 있기에 교사들도 좋아한다”면서 “어린이집이기 때문에 학습이 부족하다는 학부모들의 걱정을 덜 수 있다”고 했다.

우면동권역 네이처힐1단지어린이집의 임선영 보육교사(만2세 담임)는 “어린이집 교사는 다른 어린이집을 접할 기회가 전혀 없다. 그런데 서초는 다르다”라면서 “다른 어린이집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싶어 많이 배우고 덩달아 더욱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황옥경 서울신학대학교 보육학과 교수는 “공유어린이집 시범운영 1년만에 공공‧민간어린이집 50%이상이 참여하는 것은 놀라운 성과”라면서 “저출산 확산, 민간 어린이집 폐원, 국공립 어린이집 쏠림 현상 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보육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점이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김은설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교육학 박사)은 “서초형 공유어린이집은 영유아 수가 감소되는 현 시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대응 사례가 될 것이다. 적절한 환경으로 어린이집을 재구조화함으로써 영유아 가정과 어린이집이 윈-윈하는 상생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보육의 질 또한 균형 있게 상향되어서 부모의 어린이집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내년에는 시범사업을 80%까지 확대하고, 2022년까지 모든 어린이집에서 서초형 공유어린이집을 운영할 예정”이라면서 “보육의 질을 높이고, 보육수급의 미스매칭을 해결하면서, 민간도 살리는 1석 3조 효과”라고 말했다.

조 구청장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하는 이런 새로운 보육정책 시도는 성과만큼이나 과정 또한 자산이 되고 있다”면서 “함께 키우는 전국 최초 신개념 서초형 공유어린이집이 대한민국 전체로 확대되어, 인구절벽 해소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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