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5) 특별한 양육법 : 「예리하게 키워라」 유아 편 - ‘사고 싶다’와 ‘갖고 싶다’는 다르다
[교육칼럼] (5) 특별한 양육법 : 「예리하게 키워라」 유아 편 - ‘사고 싶다’와 ‘갖고 싶다’는 다르다
  • 최지연 인재기자
  • 승인 2021.03.15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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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씨앗을 심었을 뿐인데 풍성한 열매를 얻게 될 것이다.
작은 씨앗 심기를 멈추지 마라.

지난 칼럼 「예리하게 키워라 - ‘어렵다’와 ‘힘들다’는 다르다.」에서 초등학생과의 대화를 통해 단어의 뜻을 나누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다루었다. 이후 유아에게 적용 가능한 팁의 요청으로 같은 주제로 이어간다.

 

 

필자는 결혼한 후 바로 아이가 생겼다. 임신 후 건강이 악화되어 출강을 나가던 대학 강의를 그만두게 되었다. 출산 후 다시 일을 시작해보려고 했으나 장거리를 다녀야 했었고, 그 당시 어린이집은 다자녀, 맞벌이 우선 입학, 보육료 차등 지원 등으로 입학도 쉽지 않았고, 많은 비용을 지불했어야 했기에 남편과 나는 상의 끝에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우리 손으로만 키우기로 했다.

 

그렇게 육아를 하던 중 둘째가 생겼다. 부모님은 다른 지역에 살고 계셨고, 혼자서 첫째와 신생아를 돌볼 자신이 없었던 우리 부부는 출산을 즈음하여 큰 아이를 어린이집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4개월쯤 되었을 때 이사를 해야할 일이 생겼다. 당시 가정 어린이집은 우리가 이사할 곳까지 차량을 운행하지 않았고, 또한 많은 비용이 지불되고 있던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어린이집을 퇴소하게 되었다.

결코 나의 계획함이나 양육에 대한 가치관과 무관하게 집에서 키우기 시작되었다.

그렇게 큰 아이가 27개월 무렵 본격적으로 집콕 육아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침이면 EBS의 [방귀대장 뿡뿡이]와 함께 만들기를 하고 그림을 그렸고, 오후에는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며 그렇게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EBS 방송과 방송 사이의 광고를 보고 아이가 혼잣말을 시작했다.

“사고 싶다.”

그렇게 방송이 끝나면 쏟아져 나오는 장난감 광고를 바라보며 “사고 싶다.”를 연발했다.

‘사고 싶다.’라는 단어가 거슬렸고 뭔가 정정해야 할 것만 같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부정적인 언어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양육의 일관성은 그 어떤 것과도 타협이 되지 않는 부분이기에 정확한 반응 문장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열심히 머리를 굴렸으나 머릿 속은 텅 빈 것만 같았다. 나는 간절히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나보다 먼저 아이를 낳아 키우는 친구도 없었고, 양가 사촌을 다 털어도 우리 아이가 첫째였다. 도움받을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당시 종교는 없었음에도 정말 간절히 절대자의 지혜를 간구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이 흐른 후 떠오른 단어는

 

“가지고 싶다.”

 

‘사고 싶다’에는 ‘값을 치르고’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서너 살짜리 값을 치를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다 : 값을 치르고 어떤 물건이나 권리를 자기 것으로 만들다.

가지다 : 자기 것으로 하다.

표준국어 대사전

 

유아가 무언가를 가지게 되는 절차는 양육자에 의해 필요에 의한 공급을 받거나, 선물을 받는 것이다. '값을 치르고'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광고 속의 장난감들은 아이의 눈에 보기 좋은 ‘가지고 싶은 것’이다.

나는 곧바로 “사고 싶다.”라고 말하지 말고 “가지고 싶다.”라고 말하라고 정정을 요구했다.

아이는 한동안 “가지고 싶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있었다.

아이는 자신 안의 사고체계에 뭔가 시작되었다. ‘want’와 ‘need’에 대해 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단어를 예리하게 나눠주는 것만으로 변화는 시작되었다. 엄마가 먼저 사용할 단어를 뜻에 따라 나누주고 나니 ‘want’와 ‘need’의 개념이 들어오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대화에 새로운 방향이 생기기 시작되었다.

이 사건을 통해 광고가 없는 채널로 이동하였고, 그 과정을 통하여 또 다른 변화들이 있었으며 그로인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접하게 되었다. 꽤 오랜 시간을 다양한 언어와 함께 보냈고, 다양한 열매들이 맺혀졌었다.

현재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필자의 가정은 얼마 전 대파를 씨앗으로 심었고, 싹이 나고 자라기 시작했다.

씨앗 별로 심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

고추는 1월 말에서 2월 초 파종한다. 일 년에 딱 한 시즌만 가능하다.

대파 씨앗은 봄 파종, 가을 파종 두 번 가능하다고 한다.

온도만 맞으면 일 년 내내 파종이 가능 한 씨앗도 있다.

이처럼 씨앗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파종하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양육도 이와 같다. 시기에따라 적절히 씨앗을 심으면 열매를 맺게 된다.

대화에 사용되는 단어의 수를 자연스럽게 늘여주고, 단어의 세분화된 뜻을 상황에 맞게 알려주는 것만으로 생각이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씨앗을 심지 않는다면 거둘 열매는 없을 것이다.

작은 씨앗 심기를 멈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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