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상담 칼럼] 3 통제적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로저스, 인간본성의 선천적 잠재력에 집중하다
[기독교상담 칼럼] 3 통제적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로저스, 인간본성의 선천적 잠재력에 집중하다
  • 정원철 인재기자
  • 승인 2021.04.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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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 자신이 본래 성장욕구 또는 자기실현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내담자는 적절한 치료적 상황이 주어진다면 스스로 충분히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인간에 가까워진다
인간중심 상담을 창안한 '칼 로저스'(사진=네이버 지식백과)
인간중심 상담을 창안한 '칼 로저스'(사진=네이버 지식백과)

이번 편에서는 기독교상담의 정의와 기초개념에 이어 인간중심 상담을 창안한 ‘칼 로저스’라는 상담자에 대한 이해를 가져보고자 한다.

칼 랜섬 로저스(Carl Ransom Rogers)는 1902년 1월 8일, 시카고 근교의 오크파크에서 5남 1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 가족의 뿌리는 미국 역사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 월터(Walter)는 대학교육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그 시절에 위스콘신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로저스가 태어났을 무렵에 이미 공학분야에서 맹활약하는 사업가의 위치에 있었다.

어머니 줄리아(Julia) 또한 2년간 대학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으며, 아버지의 가정처럼 17세기에 대서양을 건너와 300년 이상 지역사회와 미국 발전에 공헌해 온 가문의 출신이었다. 그 당시 미국 심리학계에서 유명했던 학자들은 유럽계 이주민이 많았지만 로저스는 유럽계 이주민이 아니라 순수한 미국 중서부 가문의 자손이었다.

로저스의 가정은 가족간의 유대가 강하지만 엄격하고 어떤 타협도 용납되지 않는 종교적, 윤리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로저스의 부모가 보여 준 사랑에는 근본주의적 기독교 접근과 열심히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정신에 기초를 둔 미묘하고 애정적인 통제가 뒤따랐다. 로저스 집안의 기본 가정(assumption)은 그들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고, 따라서 하나님의 ‘선택받은 자’에 걸맞은 행동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극장구경을 가고 카드게임을 하는 것 등 어떤 종류의 사교적인 생활도 로저스 가정에서는 거의 허용되지 않았다. 그 대신에 빈틈없이 짜인 가정생활과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강조되었다.1)

로저스가 가족의 전통에 따라 위스콘신대학의 학생이 되었을 때 그는 첫 해에 조지 험프리(George Humphrey) 교수가 지도하는 농학생의 일요 조찬 모임의 회원이 되었다. 그 모임에서 험프리 교수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결정을 하도록 격려하면서 전통적인 리더 역할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확실히 여느 지도자들과는 달랐다. 후에 로저스는 그때의 경험을 기쁘고 만족스럽게 묘사하였으며, 험프리 교수의 행동을 “촉진적 리더십의 뛰어난 실례”라고 표현하였다.2)

험프리 교수는 인자하지만 통제적이던 로저스 부모의 영향력과는 스타일이나 의도 면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여 주었으며, 그의 자유로운 사고와 감정은 로저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를 계기로 그리스도 본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어 로저스의 가정배경인 교리적이고 윤리적이던 기독교가 좀더 자신과 개인적인 관계로 변해갔다.

이는 또한 외국여행에서 얻은 자극과 완전히 다른 문화에 대한 체험뿐만 아니라 국제모임을 통해 상당히 지적이고 창의적인 세계의 젊은이들과 교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로저스의 생각은 폭넓게 변화되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몇 년 동안의 국민적 감정과 비통함이 어떤 것인지를 통렬히 직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진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매우 다른 종교적 믿음과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게 되었다.3)

인간중심 상담의 좋은 예를 보여준 영화 '굿 윗 헌팅'(사진=네이버 영화)
인간중심 상담의 좋은 예를 보여준 영화 '굿 윗 헌팅'(사진=네이버 영화)

당시 로저스가 가졌던 하나님의 본성에 대한 인식 변화는 기독교 신앙의 독실함을 지키도록 해주었지만, 이 독실함은 실재(reality)에 대한 부모의 좁은 관점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나중에 로저스가 공감, 수용, 그리고 진실성을 상담의 핵심조건으로 제시하게 된 자취가 여기에서 엿보인다.4)

그러나 로저스가 종교학에 대해서 미심쩍어하기 시작한 것은 유니온신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 그는 인접한 컬럼비아대학교 사범대학에서 몇 개의 과목을 수강함으로써 종교학의 답답함으로부터 탈출구를 찾았다. 단지 길 하나를 건너는 것만으로 레타 홀링워스가 지도하는 임상심리학 코스 한 과목을 들을 수 있었는데, 로저스는 당시 “홀링워스가 따뜻한 인간성과 유능한 연구가로서의 자질을 겸비하고 있었다”고 강조하듯이 말했다. 그가 처음으로 정서장애 아이들과 함께 일하는 경험을 얻게 된 것도 홀링워스 덕분이었다.5)

로저스 또한 랭크의 제자인 제시 태프트(Jessie Taft)의 업적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 여러 해가 지나서야 로저스는 자신이 제시 태프트에게 빚을 지고 있으며 ‘랭크 계열의 사상에 물들어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였다.6)

개인의 능력에 대하여 로저스가 믿게 된 것은 바로 로체스타에서였던 것 같다. 당시에 유명했던, 즉 로저스가 한 비행 청소년의 어머니를 결국 포기하려고 했을 때 일어났던 사건도 이 무렵이었다. 로저스에게 이 사건은 ‘(상담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 지를 아는 사람은 바로 내담자 자신이지 치료자가 아니라는 것과 치료의 진행방향에 대하여 내담자에게 의지하는 것이 바로 치료자의 과제’라는 것을 입증해 보여 주었다.7)

로저스는 로체스타에서 연구했던 다양한 치료유형을 고찰한 후에 그 유형들이 어느 정도까지는 치료자의 태도에 집중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모든 치료자들의 기본적인 속성을 네 가지로 규명하였는데 이는 첫째, 객관성(objectivity), 둘째, 개인에 대한 존중(a respect for the individual), 셋째, 자기에 대한 이해(understanding of the self), 그리고 심리학적 지식(psychological knowledge)을 말한다.

로저스에게 명백한 것은 치료자의 필수능력이 결정되는 것이 ‘태도, 정서 그리고 통찰의 영역’에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우리는 공감,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그리고 일치성, 즉 조력관계를 이해하는 데 로저스의 가장 중요하고 혁신적인 공헌으로 남게 된 개념의 뿌리를 짐작할 수 있다.8)

칼 로저스는 상담의 세 가지 핵심조건으로 공감과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그리고 일치성을 강조했다(사진=픽사베이)
칼 로저스는 상담의 세 가지 핵심조건으로 공감과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그리고 일치성을 강조했다(사진=픽사베이)

그는 오하이오주립대학교 교수 재직 시 두 번째 저서에 착수했고 그 결과 1942년, 《상담과 심리치료: 치료의 새로운 개념》이 발간되었다. 이 책에서 ‘내담자’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했으며, 최초로 치료과정에 대한 완전한 기록들이 실려 출판되었다.9)

1951년에는 로저스의 세 번째 주요 저서, 《내담자-중심 치료(client-centered therapy)》가 나왔는데, 다시 한 번 심리학계의 냉담한 반응을 얻었지만 이내 수많은 열광적 독자층을 확보하게 됐다. 이 책은 많은 점에서 상담센터 활동에 대한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책은 내담자-중심 접근을 개인치료뿐만 아니라 놀이치료, 집단연구, 리더십과 관리자 역할 그리고 교수(teaching)와 훈련(training)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탐구하고 있다.10)

1968년 로저스는 그의 동료들과 ‘라 졸라’에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상담소를 열었다. 그 후 그는 상담의 분야에서 내담자 중심의 상담법의 기수로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는 내담자 자신이 본래 성장욕구 또는 자기실현의 욕구를 가지고 있어서 적절한 치료적 상황이 주어진다면 스스로 증세나 부적응에서 해방되어 충분히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인간에 가까워진다고 보았다.11)

그는 임상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비합리적이고 비사회적으로 파악되었던 그 당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해, 즉 인간이 자신과 사회에 대해 파괴적이라는 생각에 반대하여 인간은 근본적으로 합리적이며, 사회적이고 진보적이며 현실적이라고 했다. 즉 그는 인간은 자기를 이해할 수 있고, 또한 자아개념과 기본적 태도를 변경시킬 수 있는 방대한 자원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로저스의 인간에 대한 기본이해는 기본적으로 네 가지의 영역으로 구성되는데 그것은 개인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신념과 인간의 근본적 선성(善性)에 대한 신념, 그리고 자아실현의 행동의 지각적인 견해이다.12)

로저스는 사람들은 때때로 신뢰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남을 속이기도 하고 미워하며, 또 잔혹해질 수도 있으나,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특성은 방어성에서 나온 것이고 본질적으로는 선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러한 로저스의 인간관은 인간본성의 선천적인 잠재력(기독교 신앙으로 봤을 때, 달란트나 인간존재의 신묘막측함)이 나타나고 발휘될 경우 최상의 개인적인 발달과 효율성이 초래된다는 루소의 성선설을 명백히 나타내고 있다.13)

로저스의 상담이론은 처음에는 상담에 대한 일종의 기법적인 틀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기술적 시스템보다도 상담자가 내담자를 인식할 때에 필요한 준비방법과 태도를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갔다. 즉 상담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이해에 대한 사고 내지는 철학이 생성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이론을 처음에는 ‘비지시적 요법(Non-directive therapy)’이라고 하였다가 점차 ‘내담자 중심상담(Client-centered counseling)’이론이라 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처럼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을 개발하는 요법이라는 것을 강조하였기에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14)

기독교 신앙에서 벗어난 후 로저스는 심리학에 주력해 왔지만 그의 기독교적 배경이 그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이나 높았으리라 생각된다. 비록 그가 기독교의 핵심교리인 성악설을 부인하고 성선설을 주장하기는 했으나, 그의 논문의 많은 부분이 마치 성경을 각주로 달았어야 할 만큼 성경을 배경으로 한 듯한 내용들이 많다.15)

 

 

 

1) Brian Thorne. 이영희·박외숙·고향자 옮김. 인간중심치료의 창시자 칼 로저스. 학지사. 2007. 28
2) Ibid., 31-33
3) Ibid., 33
4)Ibid., 35
5) Ibid., 38
6) Ibid., 43
7) Ibid., 44-45
8) Ibid., 45-46
9) Ibid., 51
10) Ibid., 55
11) 배충실. 칼 로저스의 내담자중심 상담이론에 대한 목회 상담학적 고찰(계명대학교 신학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03). 15
12) Ibid., 16
13) 배충실. 칼 로저스의 내담자중심 상담이론에 대한 목회 상담학적 고찰. 계명대학교 신학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2003(Hielle. L. A. and P. J. Zieglker. 이훈구 역. 성격심리학. 법문사. 1990. 449 재인용)
14) Ibid., 21
15) 이기양. 기독교상담.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상담학과 강의노트. 2007

 

[참고도서}

정원철, "기독교상담과 인간중심 상담의 통합과 유용성에 대한 연구", 인카네이션,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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