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8) 기분이 나쁘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교육칼럼] (8) 기분이 나쁘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 최지연 인재기자
  • 승인 2021.05.11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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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함을 가르치고 계십니까?

냉철함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이나 판단 따위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침착하며 사리에 밝다.」이다. 다시 말하면,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고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냉철함이다.

사람은 문제나 상황 앞에 감정으로 인하여 해결할 능력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냉철하다(冷徹하다)

• 생각이나 판단 따위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침착하며 사리에 밝다.

표준국어대사전

 

 

■ 감정의 분리는 가능한가?

필자가 자기 주도 학습 상담, 양육 상담 등의 상담 과정에서 [냉철함]에 대한 인지 자체가 부족한 경우와 [냉철함]의 결여로 인한 경우, 필자는 내담자에게 [감정을 분리]에 대해 전한다.

이때 반응은 둘 중 하나다.

1. 냉혈한이 되라는 거냐?

2. 그게 가능하냐?

첫 번째 답은 ‘아니다.’

두 번째 답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보겠다.

남편 혹은 아내가 퇴근해서 집에 돌아왔다. 회사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어 계속 인상을 쓰고 본인의 기분 나쁨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아내 혹은 남편과 아이들은 눈치를 본다. 이 정도의 예시에는 “사람이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답한다.

두 번째 예를 들어보겠다. 중학생인 자녀가 친구랑 싸워 무지 속상하고 화가 나서 집에 돌아왔다. 내일이 중간고사인데 공부할 기분이 아니라고 계속 화를 내거나 우울해하고만 있다.

이 상황은 “당연히 공부를 못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시 첫 번째 예를 반대로 들어보겠다. 집에서 부부 싸움을 했다. 회사에 나가서도 주변 동료들에게 계속 본인의 기분 나쁨을 표현하고, 짜증을 부린다.

이 상황은 “사람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라고 대답하는 경우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당신의 자녀가 감정에 휘둘려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혹은 감정에 휘둘려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감정을 스스로 절제할 줄 알고, 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하는 것을 원하는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과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냉혈한이 되라는 뜻이 아니다. 일상 가운데 발생되는 여러 가지 상황들 가운데 감정이 나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에서 감정을 분리하는 것이 쉽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같은 상황을 느끼는 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감정은 분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냉철함, 감정의 분리를 왜 교육칼럼에서 언급하고 있는가?

우리의 삶의 전 과정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배움’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숟가락질을 배우고, 컵으로 물을 마시는 것도 배운다.

기저귀를 떼고 화장실에서 용변을 해결하는 것도 배운다.

연필을 잡는 것도 배우고, 글씨를 배우고, 글을 읽는 법도 배운다.

어른이 된다고 배움이 멈추는가? 그렇지 않다. 새로 나온 핸드폰 조작법을 배우고, 새로운 가전 제품의 조작을 배운다. 직장에서 새로운 업무를 배우고, 새로운 요리법을 배운다.

그리고 상대방과 소통하는 방법도 배운다.

우리는 평생 배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수많은 것을 배워가며 살아간다.

필자의 아이들이 각각 여덟 살, 여섯 살, 네 살이 때 일이다.

둘째와 셋째를 픽업하러 잠시 집 앞에 나간 상황에 첫째는 혼자 집에 있었다. 5분 정도였을까? 잠시라고 생각해서 주방에 작은 창문을 방충망까지 훤히 열어 환기를 시켜두고 나간 것이 문제였다.

사이좋은 비둘기 한 쌍이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려는 순간을 첫째가 목격한 것이다. 한 마리가 이미 발을 딛었고, 나머지 한 마리가 들어오려는데 한 마리라도 못 들어오게 해야겠다고 판단한 아이는 놀라게 해서 쫓아냈다. 푸드덕 날아 들어와 책장 위에 자릴 잡고 앉은 비둘기와는 눈싸움을 하며 대치 상황을 벌이고 있었다. 집에 엄마와 동생들이 들어오자. 상황을 설명해주다 우앙~ 하면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거실 큰 창을 열어 날아갈 수 있게 하고는 아이에게 상황 설명을 마저 들었다. 순간적인 판단력과 용기, 그리고 실행한 모든 것을 칭찬해주었다.

이 아이가 감정이 앞섰다면? 아마 놀래서 울고 불고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그랬다면 비둘기는 온 집을 날아다니며 아이에게 더 큰 공포가 되었을 것이다.

■냉철함은 길러질 수 있다.

냉철함이 없다면, 자기 스스로 감정이나 생각에 치우쳐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지, 이성적으로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지 조차도 바르게 구별하기 힘들 것이다.

본인의 감정에 충실하게 아무데서나 떼를 쓰는 아이를 보면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야 하니 내버려 두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가?

그 상황에서는 어떻게 아이를 훈육해야 하며, 미리 집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감정과 이성은 분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매 상황 가운데 부모가 먼저 본이 되어 보여주고 대화하자는 것이다.

마음껏 슬퍼해도 되는 상황과 조금은 참아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것에 대한 대화, 그리고 이런 상황에 엄마는 이렇게 했었다. 아빠는 이렇게 했었다. 그랬는데 어떠했었다를 상황이 허락되는 모든 순간,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누자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거짓 인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힘든 것, 싫은 것을 무조건 참고 웃으며 하라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감정적인 불편함은 감수하고 해야 할 것들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감수되지 않을 정도의 불편함은 정중하게 거절할 줄도 알아야 한다.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고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냉철함.

기억하자, 냉철함은 길러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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