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중국 구정의 극장가]영화 ‘당인가탐안3(唐人街探案3)’의 독주를 가로 막고 나선 ‘안녕, 리환영(你好,李焕英)’
[2021년 중국 구정의 극장가]영화 ‘당인가탐안3(唐人街探案3)’의 독주를 가로 막고 나선 ‘안녕, 리환영(你好,李焕英)’
  • 김유리 인재기자
  • 승인 2021.06.05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인가탐안3’은 결국 거대 자본과 팬덤이 쌓아 올린 ‘바벨탑’의 신기루에 불과하고,

‘안녕, 리환영’은 탄탄한 스토리와 아울러 대중의 가슴에 울림을 준 대역전극이었다

2021년, 중국 춘제이땅떼이영(春节档电影)에 선정된 7편의 영화 중, ‘당인가탐안3’은 이미 형성된 팬덤에 예매 량부터 6억 위안(한화로 약 1,033억원) 벌어들이며 이미 대규모 흥행을 예고하며 당연히 독주를 예상했다. 그런데 개봉 4일차부터 자링(贾玲) 82년생 여감독이 만든 처녀작인 ‘안녕, 리환영’이 판세를 뒤집기 시작한다. 개봉 10일차엔 40.27억 위안(한화로 약 7,278억원)을 벌어들이며 1위에 등극하더니 54.14억 위안(한화 약 9,298억원)의 매출액으로 끌어올리며 역대 중국 최고 매출액인 56.8억 위안(한화로 약 9,779억원)을 자랑하는 ‘특수부대 전랑2(战狼2)’의 1위까지도 넘보며 민중의 마음에 80년대의 추억과 함께 감동을 선사하며 영화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안녕, 리환영’이 어떻게 이미 거대한 ‘바벨탑’을 쌓아 올린, 게다가 신기루가 되어있던 ‘당인가탐안3’을 과감히 막고 나서며 오늘과 같은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낸 것일까? 영향력 있는 중국 영화평론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이건 중국 ‘민중의 힘’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영화 포스트 스크랩

중국영화산업이 21세기 들어서며 고개를 치켜들며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구정을 위해 허쑤이펜(贺岁片) 영화가 만들어지며 춘제이땅떼이영으로 자리매김하며 영화산업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영화시장이 커지고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완다미디어(万达传媒)는 거대자본 투자해 상하이 아시아영화문화미디어와 손을 잡더니 시대감각이 뛰어난 진사성(陈思诚) 스타감독을 영입해 ‘당인가탐안(2015년)’ 같은 블랙버스터 시리즈 물 영화제작에 뛰어들게 된다.

총대를 맨 진사성 감독은 ‘당인가탐안’을 계획하며 주인공으로 왕바오창(王宝强)과 류하오란(刘昊然)을 캐스팅한 걸 봐도 그의 면밀 주도함은 물론이고 상업적인 영리함도 엿볼 수 있다.

​왕바오창(王宝强)은 중국의 유명한 펑샤오강(冯小刚) 감독이 연출한 허쑤이펜(贺岁片)인 ‘천하무적(天下无贼)’ 영화에서 농민공역을 맡으며 유명해져 구정이 되면 수억이 보는 춘완(春晚)에 출연해 농민공(农民工)들의 ‘희망아이콘(希望之星)’으로 떠오른다. 국내에서 팬덤이 형성되며 스타로 굳히게 된데다가 중국상업영화가 해외시장에서 유통역사를 살펴보면 한마디로 쿵푸(功夫)인데, 왕바오창이 6살부터 무술을 연마하고 8살에 소림사의 제자가 된 배경이 작용한다. 또다른 주인공 류하오란(刘昊然)은 1997년생인데, 2015년만해도 무병 배우였는데 온라인 세대인 1990년 이후에 출생한(대부분 유학하고 돌아온) 소분홍(小粉红)을 의식한 것이다.

​소분홍(小粉红)은 중국 ‘문화혁명’의 ‘홍위병(红卫兵)’에 비교하기보다는 부모가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키운 ‘우주중심’이 중국인줄 알고 자란 왕자, 공주다. 정작 해외로 유학 가보니 중국이 ‘하드웨어’는 뒤떨진 게 별로 없지만 ‘소프트웨어’가 한참 뒤떨어진 걸 배운다. 그리고 요즘은 졸업 후에도 쉽게 해외에서 취직이 잘 안돼서 분을 가슴에 가득 안고 귀국해 어떡하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보려고 발버둥치다 보니 부모들 등에 업혀 ‘호가호위(狐假虎威)’ 중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진감독은 국내인은 물론, 중국영화가 세계시장으로 진입 칼자루를 쥐고 있는 할리우드 공략에, 소분홍(小粉红)의 ‘우주중심’ 신드롬까지 만족시키려는 심산이었다.

영화 '당인가탐안3' 캡처

​다행인 것은 ‘당인가탐안(唐人街探案)’이 주선율 영화(애국심 고취시키는 목적으로 전쟁영화나 역사영화가 대부분임)가 아닌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범죄수사에 스릴러가 감미 된 코미디이다. 작년 구정에 개봉 예정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지난 2월12일에 개봉하게 되었다. 소분홍(小粉红)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어떡하든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진풍(류하오란)을 신격화 시키고, 심지어 아시아에서 보기 드물게 영화 전체분량을 IMAX 카메라로 촬영했다. 반면 당인(왕바오창)의 인격은 바닥에 떨어졌고, 극중에서 진풍이 외삼촌인 당인을 대하는 태도는 윤리도덕의 대가 공자를 탄생시킨 정통 중국인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어려서 무술을 좋아하고 소림사제자라는 타이틀이 있어 왕바오창을 캐스팅해서는 이소령(李小龙)이 해외에서 닦아 놓은 쿵푸(功夫)의 상업적인 기초에, 그리고 성룡(成龙)과 이연걸(李连杰)이란 큰 별들이 할리우드에 쌓아 올린 쿵푸의 품격에 무차별적으로 발길질을 해댔다. 그것도 모자라 농민공의 ‘희망 아이콘’의 싹을 싹둑 자르고 금 이발에, 묵직한 금목걸이, 순박함은 사라진지 오래고 돈이나 밝히며 여색에 빠진 어릿광대(小丑)를 돌려줘 민중을 분노하게 한다.

극장가로 몰려들었던 부모세대는 ‘당인가탐안’이 쌓아 올린 ‘바벨탑’이 중국영화가 세계로 향하는 길목을 막는 걸 보고 심히 우려돼 신난 소분홍(小粉红)을 등에서 내리게 한다. 그리고 손을 잡고 82년생이 만든 ‘안녕, 리환영’을 함께 보러 가며 90년생에게 효’孝’가 뭔 지 가르친다.

‘안녕, 리환영’은 영어로 ‘HI, MOM’이라고 하는데, 딸 자링이 엄마 리환영에게 선사하는 작품이다. 초라한 촬영기술, 하지만 짜임새 있는 탄탄한 스토리가 효’孝’와 덕’德’이 사라진 중국인의 가슴에 울림을 주기엔 충분했으며 정직하고 솔직하게 중국의 순수하지만 않았던 80년대를 조명했다.

‘안녕, 리환영(你好, 李焕英)’이 중국영화가 세계시장으로 향하는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까? 감칠맛나는 대사를 얼마나 잘 세계인들에게 전달될지에 승패가 갈리긴 하겠지만, 최소한 완다미디어가 ‘당인가탐안4’를 계속해 만드는데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그렇다면 80년생들에게 한방 먹고 정신이 번쩍 든 90년생 소분홍(小粉红)들, 갈 길을 잃은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자링 감독이 넘지 못한 또다른 20년(2001~2021년)이란 갭을 이들이 메꿀 차례다. '소분홍'은 테크닉에 감각을 견비한데다가 식견이 있으며, 부모세대가 스토리를 만들어 주면 충분히 세계시장을 향할 콘텐츠를 만들어 낼 ‘당인가탐안’의 진풍 같은 능력이 있다. 그래서 중국영화의 미래가 더 기대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