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손이 향하는 길 ‘손길’
[간호사의 단상] 손이 향하는 길 ‘손길’
  • 김혜선 인재기자
  • 승인 2021.06.30 2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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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는 독일 뉘른베르크 출신의 르네상스 시대 화가, 조각가, 판화가다. 뒤러의 이름은 생소할지라도 그의 그림 <기도하는 손>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림에는 가난한 젊은 화가 뒤러와 프란츠 나이스타인(Franz Knigstein)의 아름다운 우정이 담겨 있다. 생계를 걱정하며 살던 그들은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없어 한 사람이 먼저 미술공부를 하고 한 사람은 생계를 돌보기로 했다. 먼저 뒤러가 그림공부를 시작한다. 미술학교 졸업 후 그림이 팔리기 시작하자 뒤러는 약속대로 돌아온다. 하지만 친구의 손은 오랜 육체노동으로 굳어 있었다. 프란츠는 상심해하는 대신 뒤러가 자신의 몫까지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뒤러는 프란츠의 모습을 작품으로 그려냈다. 굳은살과 여기저기 상처가 있는 투박한 두 손을 정성스럽게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는 프란츠의 모습은 명작 <기도하는 손>으로 탄생했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 '기도하는 손' (출처 : 구글 이미지 제공 DB)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 '기도하는 손' (출처 : 구글 이미지 제공 DB)

 

#2

얼마 전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남성 A씨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기사에 따르면 A씨의 온몸에는 폭행당한 흔적이 남아있었고 몸무게 34㎏의 저체중 상태였다. 고교 동창 2명에 의해 A씨는 노예처럼 학대받고 감금당했다. 또 이들은 A씨를 괴롭히는 모습과 학대 행위를 지속적으로 촬영했는데 이 모든 일은 A씨에게서 고소당한 데 대한 보복으로 밝혀졌다.

 

#3

2021년 5월 새벽, 서울 마포대교.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20대 남성이 환일고 4명의 고등학생에 의해 구조됐다. 학생들이 난간 사이로 손을 넣어 남성을 힘껏 붙잡았고 구조대원이 난간을 넘어가 신속하게 생명을 구해냈다. 이 사실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으며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던 학생들의 손길과 관심이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구해냈다.

 

#4

영국의 위인 윌리엄 윌버포스는 노예무역 폐지와 영국 동인도회사의 인도착취를 반대했던 인물이다. 그는 약자들에 대한 억압과 약탈이 제도화 되어있던 사회에 반기를 들었다. 당시 인도문화에는 살아 있는 여자를 죽은 남편의 시신과 함께 산 채로 화장하는 수티(suttie)라는 관습이 있었다. 윌버포스는 야만스럽고 잔인한 관습의 철폐를 주장했다. 조금 전까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여인의 화형식에 이웃 주민들은 재미있어하는 표정으로 참여한다. 잔인한 의식에 사용되는 나뭇가지는 아주 작다. 불쌍한 여인의 다리가 괴로움을 못 이겨 불길 속에서 발버둥 칠 때 이웃 사람들은 그 다리를 두들겨 패서 다시 불 속으로 밀어 넣고 웃는다. 그리고 여인의 자녀들은 부모를 모두 잃는다.

 

❚ 손길

1. 내밀거나 잡거나 닿거나 만지거나 할 때의 손.

2. 도와주거나 해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손의 움직임.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그대의 손은 어떤 손인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손인가? 다른 이들을 학대하고 폭행하는 손인가? 아니면 악행에 동참하는 손인가? 죽어가는 자를 살리는 손인가 아니면 죽음의 길로 밀어 넣는 손인가? 우리의 손길은 삶의 방향성을 나타낸다. 손이 향하는 길, ‘손길‘은 나의 가치관 뿐 아니라 나를 대표한다. 누군가를 위해 펼친 손은 그냥 손이 아니다. 그러기에 이 단어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표현에 주로 사용한다. ’사랑의 손길, 감사의 손길, 도움의 손길, 온정의 손길‘ 등처럼 말이다.

 

지금 나의 손길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오프라인이 아닌 컴퓨터 마우스나 휴대폰을 쥐고 있다면 악플을 달거나 성착취물 등에 로그인하고 있는지 아니면 따뜻한 댓글을 올리거나 누군가를 돕는 펀딩이나 기부에 참여하고 있는지 돌아보자. 내가 남기는 흔적은 세상을 선하게 만드는 방향과 악하게 만드는 방향 중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그대의 손길은 지금도 선택의 길목에 있는 셈이다. 코로나 19로 직접적인 신체접촉은 여의치 않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도 나의 손길은 세상으로 뻗어나가며 따뜻한 온기와 차가운 냉기는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의식하지 못할 뿐, 오늘도 세상은 사람들의 수많은 손길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버스를 운전하는 손길, 환자를 돌보는 손길, 요리를 담아내는 손길, 아이를 안고 있는 손길, 글을 써내려가는 손길, 어깨를 토닥이는 친구의 손길, 쓰레기를 담아내는 손길, 악기를 연주하는 손길, 씨앗을 뿌리는 손길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손길에 의해서 말이다.

 

그대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해본 적이 있는가? 타인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은 상대를 따뜻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마음에 그 사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기도는 서로의 마음을 하나로 해준다. 그리고 누군가를 향하는 기도는 돌아서 나에게로 돌아온다. 따뜻함이 선순환 되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다. 뒤러의 그림은 우리에게 참된 기도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오늘 그대의 손길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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