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민원, 불친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사의 단상] 민원, 불친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 김혜선 인재기자
  • 승인 2021.09.13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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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춥다고 에어컨을 꺼달라는 이기적인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지금 지하철 온도는 약 28도이고 현재 수백 명의 승객들이 이용 중인데 에어컨을 끄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더워하시는 승객들이 안 보이시는지요. 더운 날 춥다고 하실 거면 겉옷을 준비하시거나 다른 대중교통 이용 부탁드립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제공 DB]
[출처 : 구글 이미지 제공 DB]

 

 

한여름 퇴근시간, 만원 지하철의 안내방송이다. 인터넷 제보로도 올라와 있는 일명 퇴근길 에어컨 꺼달라는 민원에 대한 기관사의 답’. 해마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발생하는 민원이다. 제도의 불합리함이나 개선이 아닌 개인의 불편함 또는 기분 나쁨에 대한 내용이다. 병원에 근무하며 민원인을 응대했을 때 가장 큰 사유는 불친절이었다. 불친절함은 감정적인 영역이기에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와 반응의 차이가 크다.

 

지난 4월 서울 용산의 한 옷가게 직원 뺨을 때려 본국으로부터 귀국 조치가 내려졌던 벨기에 대사부인이 두 달 후 공원관리인의 도시락 가방을 발로 차고 뺨을 때려 물의를 일으켰다. 직원은 어느 범위까지 친절해야 하는가? 매장에서의 친절교육은 기본이다. 그럼에도 직원의 불친절에 대한 민원은 끊이지 않는다. 민원인에게 해당 직원이 사과를 안 한 경우도 있겠지만 사과후에도 계속 항의하는 경우는 직원 태도에 대한 불만족이 원인이었다. 반성의 태도가 아니라면서 말이다.

 

우리 동네에 삼겹살집이 엄청 맛있는 데가 있어요. 그 집 사장님 정말 멋있더라고요.”

?”

얼마 전에 지나가는데 가게 앞에 뭐가 붙어있어 가서 보니까 며칠 전에 우리 직원에게 막말하신 분, 얼른 와서 사과하세요!’ 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이야. 그 사장님 짱이다. 나 같아도 그런 데서 일하고 싶겠다.”

후배와 나눈 대화다.

 

 

매장에서 주문한 음료에 이물질이 섞여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물질이 들어가 기분이 찝찝한데 응대하는 직원의 태도까지 별로다. 이때, 기분 나쁜 상황을 그대로 표출할 것인가 아니면 기분은 좀 상했어도 하하 웃으면서 쿨하게 대처할 것인가.

, 많이 바쁘셨나 봐요. 여기에 이상한 것들이 왕창 들어있네요. 제가 무척 잘 먹지만 이건 차마 소화를 시킬 수가 없네요. 양 두 배로 빵빵하게 맛있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렇게 대처한다면 어떨까? 실수한 직원은 더 많이 미안해하고 고마워하지 않을까. 기분을 망칠 뻔했던 상황을 유쾌하게 전환시켰으니 가장 큰 수혜자는 상대가 아닌 . 그리고 만약 내가 그 직원처럼 실수했을 때 웃으며 감싸주는 고객이 있다면 또 부당하게 당했을 때 보호해주는 사장님이 있다면 참 고맙지 않을까.

 

나의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밀물에 밀려온 수많은 불가사리가 뜨거운 태양 아래 죽어갈 때 지나치지 않고 바닷물로 던져주어 살도록 해주고, 그저 그런 장미꽃에 애정을 더해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들어줄 수 있는 능력자가 바로 . ‘는 상대를 소중하고 유일한 존재로 만들 뿐 아니라 기쁨의 창조자인 것이다. 사람은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를 조금씩은 달고 산다. 내 앞에 기분대로 발산하는 길과 좀 참더라도 유쾌하게 가는 길이 있다고 하면 선명하게 나를 망치는 길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도 나를 욱하게, 화나게, 짜증나게 만드는 사건들 속에서 될 대로 되라는 식 또는 누군가의 마음의 생채기를 만드는 선택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선택을 하는 당신이 되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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