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을 통해 더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60대 할머니 작가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교훈
재혼을 통해 더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60대 할머니 작가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교훈
  • 권기숙 인재기자
  • 승인 2021.11.18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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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살포시 건네주는 서라작가를 만나다

서라작가는 그림 그리기와 독서라는 평범한 취미활동과는 달리 평탄하지 않는 삶을 살아온 예비 작가 60대 할머니다. 그녀의 소녀 감성과 섬세한 감각이 탄생시킨 작품 하나하나는 작가의 인생 굴곡을 대변해준다. 작가는 그림 속 온화함과 평온한 모습과는 달리 이혼과 재혼이라는 어려운 시간을 걸어왔다. 하지만 ‘나도 사실 재혼했어요’라고 당당히 말할 줄 아는 그녀는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 그리고 이제는 이혼과 재혼의 중간지점에서 갈등하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경험이 선한 영향을 끼치길 원한다.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인생 여정 속에 담긴 삶의 지혜와 교훈을 배워보자.

 

서라작가
서라작가

Q. 작가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현재 ’도란서재‘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60대 후반 할머니 윤서라입니다. 다른 카페에서는 제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몰랑하게 해준다고 해서 ’몰랑몰랑 할머니 서라작가‘로도 소개되고 있지요. 블로그의 ’도란서재‘는 제가 좋아하는 책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고 나누고 싶어서 지은 이름이에요. 취미로 독서와 여행을 하거나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해서 인스타에 올리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재혼 14년차 된 주부기도 합니다.

 

​Q. 보통 어떤 그림을 주로 그리시고 인스타에 올리시나요?

A. 연필인물화를 그려서 올리거나 펜으로 일상을 스케치한 간단한 그림을 주로 올립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낸 시간을 그려서 올리기도 하지요.

 

Q. 그럼 그림을 전공하신건가요?

A. 전공은 하지 않았어요. 그냥 좋아해서 취미로 그리고 있어요.

 

Q. 현재 책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의 책을 준비하시는 건가요?

A. 저와 가까운 블로그 이웃신 작가님 한 분이 제 블로그에 글과 그림을 보고 좋게 생각해 주셨어요. 그분은 그림이 들어간 에세이집을 한번 출간해 보면 어떻겠냐고 권해주셨지요. 그래서 그동안 제가 살아온 시간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에세이집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Q. 앞에서 소개 중에 재혼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데 작가님께서 살아오신 여정을 듣고 싶습니다.

A. 저는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중학교부터 서울에서 생활했어요. 부모님께서 저를 늦둥이로 낳으셔서 빨리 공부를 마치게 하고 싶었는지 6살 때 초등학교에 입학시켰어요. 대학교를 졸업하니까 22살이었어요. 너무 쉽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지요. 그리고 연년생으로 남매를 낳고 살면서 남들 사는 것처럼 평범하게 잘 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전남편이 사업을 시작하고, 해외출장을 갔었는데 따로 살림을 차리면서 이혼을 하게 됐어요.

 

Q. 힘든 과정을 지나오셨네요. 그 당시 자녀분들의 나이는 어떻게 됐나요?

A.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한 상태였던 것 같아요. 제가 결혼과 출산을 일찍했기 때문에 많이 자라 있었어요. 그래서 전남편과 서류상으로 정리를 할 때 아이들에게 동의를 묻기가 수월했어요.

 

남편과 함께 (서라작가)
남편과 함께 (서라작가)

Q. 그러면 지금의 남편분은 어떻게 만나시게 되셨나요?

A. 제가 교회를 다니는데 잘 아는 장로님의 소개로 만나게 됐어요. 남편은 그 당시에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재직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재혼은 정년퇴직을 하기 전에 해야 한다고 서두르고 있었어요. 남편은 키가 작고 조금 차가운 인상이었어요. 그런데 대화를 해보니까 자기 관리나 생활을 반듯하게 하는 사람이더라고요.

​남편을 봤을 때 친정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어요. 친정아버지가 키가 작은 체구에 학교 선생님이셨거든요. 남편에게 첫눈에 반하지는 않았지만 그 이유 때문인지 특별한 감정이 생겼었어요. 그 당시에 남편은 자신의 재혼상대로 몇 가지 조건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건 교회를 다니는 사람, 운전을 할 줄 아는 사람, 아침밥은 꼭 해주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그 조건에 들어가는 사람이었어요.

​재혼을 했는데 고마웠어요. 퇴직하기 전에 재혼을 해야 자기가 받을 연금이 나중에 부인한테 넘어올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결혼식을 하기 전에 혼인신고를 먼저 했어요. 그런데 재혼을 하니까 전남편하고 재혼한 남편이 비교가 됐어요. 전남편은 사람은 착하고 친구를 좋아하는 반면에 생활력은 떨어지고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부족한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남편은 수입이 적더라도 내가 선택한 아내와 가정은 내가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철저한 사람이라 제가 많이 편했어요.

 

Q. 작가님의 인생 스토리는 책으로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두 분은 인생 후반에 정말 잘 만나신 것 같아요.

A. 사실 저희 부부는 성향이나 취미가 다릅니다. 그러나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려고 합니다. 재혼을 할 때 결심한 게 있었어요. 노년에 만나서 앞으로 살 여생이 아무리 길어도 30년이 안될 텐데 언젠가 죽을 때는 당신하고 살면서 내 노년이 너무 행복했다고 말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나도 노력하겠고 당신도 그렇게 해줄 거라고 믿는다고 했어요. 만약에 재혼을 하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사랑이라는 감정 뿐만 아니라 그 감정 이외의 조건들도 충분히 생각하고 결혼하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가족 (서라작가)
               가족 (서라작가)

​Q. 자녀분들끼리 소통에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A. 남편은 연년생의 아들이 있고, 저는 남매가 있어요. 아이들 나이는 한 살씩 차이가 났어요. 재혼할 때 남편 아들 둘은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있었고, 제 딸은 결혼을 한 상태였어요. 그리고 아들은 언제라도 독립할 준비가 된 직장인이었어요. 그런 상태로 결혼을 하니까 재혼에 있어서 자녀는 걸림이 되지 않았어요. 자녀들은 지금 모두 자립이 다 됐고요. 남편과 저만 잘 지내면 되지요. 저는 조건부터가 재혼을 잘 한 케이스에 들어간 사람이지요.

 

​Q.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시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A. 재혼을 자랑할 만한 건 아니지만 저는 재혼을 통해 삶이 더 나아진 케이스예요. 물론 처음 결혼 생활이 끝까지 가면 더 바람직하고 아름답겠지만요. 그런데 제가 재혼을 드러냈을 때 ‘나도 사실 재혼했어요. 나도 이혼을 했는데 재혼을 하고 싶어요.’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심지어는 남편이 너무 싫어서 나도 이혼을 하고 작가님처럼 재혼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웃음) 정말 재혼에 대한 반응이 여러 가지였어요. 그런 반응을 보면서 재혼 이야기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 준비하는 책이 누군가 숨겨놓은 재혼 이야기를 말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책을 통해 저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기도 하고, 그 사람들이 살면서 힘을 얻으면 좋겠어요. 이것이 저에게 사명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는 그렇지만 제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 (서라작가)

Q. 인생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나를 직면하는 시간을 꼭 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만들어진 뒤에 숨어있는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그런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이기 때문에 살아야 한다’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이런 사람이니까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Q. ‘나를 직면하는 시간을 가져라. 객관적으로 자신을 볼 줄 알아야 한다’라는 마지막 말씀이 와 닿습니다. 그럼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고 마치겠습니다.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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