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사이버대학교 구혜영 교수, 아동복지 관점에서 본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과 처벌 강화
한양사이버대학교 구혜영 교수, 아동복지 관점에서 본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과 처벌 강화
  • 구혜영 교수
  • 승인 2022.06.21 0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혜영(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동복지 관점에서 본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과 처벌 강화

- 구혜영(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구혜영(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구혜영(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얼마 전 종영한 ‘소년심판’ 드라마는 촉법소년에 대한 ‘연령 하향’과 ‘처벌 강화’라는 두 개의 화두를 던졌다. 살인, 집단 성폭행, 조직적 학교폭력, 패륜적·반사회적인 무서운 죄를 짓고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벌을 받지 않는 현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SNS 등을 통해 촉법소년 범죄가 갈수록 과격·잔혹해지고 지능화되면서 법망을 피해가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언론에 노출된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양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하동 서당 학교폭력 사건, 김해 초등학생 공원 화재사건,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대전 렌터카 사건, 인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등은 이것들이 정말 어린 소년들에 의해 발생된 사건이 맞는지 의문을 갖기 충분할 만큼 너무나도 대범하고 충격적이었다.

촉법소년이란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사람 중 형사책임능력이 없어 범죄의 종류를 막론하고,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을 근거로 가정법원 등에서 소년보호재판을 받아 감호위탁, 사회봉사,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은 자를 말한다. 전과 기록도 남지 않는다. 촉법소년에게 적용되는 가장 무거운 처분인 ‘보호처분 10호’는 소년원 2년 송치다. 촉법소년 연령 상한선은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줄곧 만 14세를 유지하고 있다. 법제정 당시에 비해 현재 청소년들의 육체적, 정신적, 지능적 성숙도는 매우 높아진 상태이며, 특히 범죄 수법과 잔혹성도 성인 범죄 못지않은 경우가 많아 형사미성년자의 상한 연령을 낮춰야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실제 주요 서방 국가들은 프랑스 13세, 캐나다 12세, 영국과 호주 10세 등으로 형사미성년자 상한 연령을 우리나라보다 낮게 정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가 이 촉법소년의 상한 연령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 연령은 적시하지 않았지만 현행 만 14세에서 만 12~13세로 낮춰질 전망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동복지적 관점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나 엄벌주의에 대해 몇 가지 사항을 다시금 심도 있게 고려해 봐야 할 시점이다. 첫째, 범죄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어야 한다. 소년범죄도 다른 연령대 범죄와 마찬가지로 그 원인이 가난과 차별, 소외, 결핍과 연결되어 있다. 결국 소년범죄의 원인은 어릴 때부터 가난과 부모로부터의 학대와 방임, 가족갈등, 학교폭력 피해에서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 보호받아야 할 울타리가 무너졌고, 학교생활에서도 적응하지 못했고, 범죄로 빠져들 유해환경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환경 체계의 파괴와 지원 체계의 부실로 범죄를 예방하지 못한 사회적 책임을 소년들에게 지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둘째, 연령을 낮추어 처벌받아 교정시설에 수감된다 하더라도 현재의 시설로는 소년교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정시설은 소년들이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게 하는데는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본연의 기능을 다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현재 소년원 시설은 열악하고, 다인실에 인구밀도도 높은 편이며, 급식비는 일반학생의 급식비의 절반에 불과하다. 전문 직업훈련이나 의료적 관리도 받기 어렵다. 만약 실제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 어린 소년들을 수용하게 되었을 때, 그 소년들에게 적합한 교육이나 교정시스템이 작동해야 함에도 돌봄이 더 필요한 낮은 연령의 소년들에게 안정과 보호를 제공하기 어렵다. 교화나 교정보다는 다른 입소 소년들과 함께 지내며 또 다른 범죄방법을 배우고, 관계를 형성해 사회로 나오게 되면서 결국 바로 재범소년이 되고 마는 것이다.

셋째, 연령을 낮춘다고 소년범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령을 낮추거나 강력한 처벌을 한다고 소년범죄가 줄어들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사례가 많다. 구체적으로 1997년 일본에서는 14세 중학생에 의한 초등학생 연쇄살인이 있었고, 피해자 중 한 명의 머리가 절단된 채 교문에 걸린 ‘고베아동연쇄살인 사건’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2000년 소년원 송치연령을 12세까지 낮췄고 엄벌화 정책이 시행됐다. 하지만 일본 전문가들에 의하면 일본 소년범죄 등락폭은 저연령화 엄벌화정책 전후를 비교해 봐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흉악범죄보다는 절도가 압도적으로 많아 전체적인 범죄 경향이 나빠졌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넷째,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처벌보다는 교화가 초점인 현행 소년법 취지에 맞지 않으며, 더 어린 나이에 인생 전체에 낙인이 찍히는 것이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적·사회적 낙인과 배척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잘못해서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보호를 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하는 보호 처분이 더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섯째, 아동복지적 관점에서 범죄소년도 아동복지의 대상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는 점이다. UN아동권리협약에서는 아동의 생존권과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을 인정하며,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소년이 범죄를저지른 곳이 사회이고, 사회는 가정과 학교, 또래집단, 지역사회, 온라인 환경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아동복지적 차원에서 아동의 인권과 보호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소년들이 속한 ‘가정과 환경의 문제’를 ‘소년 개인의 문제’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및 처벌 강화라는 최근의 논의들에 대해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검토여부를 떠나 더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학교 교육과정에 인성 및 사회성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나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책임과 자율, 질서존중과 차별금지, 협력과 공동체의식 등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유치원 및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AR·VR과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실천형·경험형 콘텐츠 등을 통해 바른 행동을 내면화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고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의 여러 가지 유해 환경들을 정화하고, 특히 N번방 사건과 같은 온라인상의 유해사이트 접근을 사전에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어른을 흉내낸 소년들의 범죄이자 어른들이 조장한 환경에 노출된 소년들의 범죄이기 때문이다.

셋째, 학교폭력이나 소년범죄 사안 처리 시 상시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전담 변호사나 학교사회복지사, 교육복지사, 상담교사와 협력하고, 다문화학생의 경우에는 전담통역사 등의 지원까지 포함해야 한다. 또한 잘못된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학교에서는 ‘회복적 생활교육 실천학급’을 확대 운영함으로써 비난과 처벌의 방식이 아닌 성장과 변화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범죄피해자에 대한 보호뿐만 아니라 범죄소년에 대한 인권적 처우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심각한 죄를 지은 소년들을 교화·교정함으로써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소년보호처분을 좀 더 다양화하고, 보호시설의 유형을 특화하며, 재사회화에 초점을 둔 시설로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시설은 형사적 조치로 처벌받는 장소가 아닌 교육과 선도의 장소라는 원칙적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업적 숙련과 인격적 성숙을 위한 교육훈련이 가능하도록 시설 인프라 개선과 전문인력 증원이 필요하다.

다섯째, 소년범죄를 예방하고 이들을 보호하는 모든 기관과 지역사회의 거버넌스가 구축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네크워크와 사법제도 관련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률 감소, 재사회화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사회 복귀 후 건강한 청소년으로 학교와 가정으로 복귀하고 편견과 차별 없이 다시금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과 처벌 강화라는 의제 뒤에 숨은 우리 사회와 어른들의 무관심과 무책임을 더 명확히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정과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 모두가 청소년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믿음, 그리고 사랑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소년들은 결국 우리들의 자화상이다.(월간 복지저널 5월호 게재의 글)

구혜영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