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매력적인 영화, '암살'
<문화칼럼>매력적인 영화, '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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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05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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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자체에 대한 관객들이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암살>이 개봉 13일 만에 700만을 돌파했다.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전작 <도둑들>의 감독인 신동훈이 메가폰을 잡았고 호화로운 출연진 때문에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다. 개봉한 후에도 작품 자체에 대한 ​​​​

 

실제로 영화는 꽤 잘빠졌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히 입체적인 스토리가 영화 내내 긴장을 잃지 않고 진행되는데, 그 속도 또한 너무 빠르거나 루즈하지 않다. 또한 1930년대 경성과 상해를 오고가며 그 때의 낭만과 혼란을 잘 담아냈다. 개화기는 아주 매력적인 시간적 배경이다. 우리나라가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그 당시의 한과 울분의 감정을 바탕으로 항일 운동의 요소를 한국식 첩보물이나 액션물을 나타낼 수 있다. 이 영화는 많은 출연진과 그에 따라 넘치는 시퀀스들이 자칫하면 산만해보일 수 있었으나 적절히 배합하여 그 위험을 피했다. 또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배우들은 능숙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선을 넘지 않는다. 이런 것이 영화 <암살>을 관객으로 하여금 끌리게 만드는 요소인 것이다.

 

본래 신동훈 감독은 이미 익숙한 것을 자신의 것으로 잘 풀어내는 감독이다. 나올 것은 다 나온 것 같은 이 시대에 창작물에 대해 자신의 것, 남의 것이 어디에 있겠으며 완전히 새로운 것이 나오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또한 어디선가 봤던 것이라고 해서 그를 ‘못하는’ 감독이라고 할 수 없다. 그저 자신의 것으로 잘 풀어내면 그것이 감독의 능력이 되고, 영화의 색이 된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는 통속적으로 보일 수 있는 미장센들이 많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전지현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총을 쏘는 장면은, 그 전에 여성에게 극히 여성스러운 옷을 입혀놓고, 모순적으로 총을 쥐어주는 어느 영화들의 미장센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킬빌2>의 포스터에 여자주인공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일본도를 들고 있는 것이나 영화 <나잇앤데이>의 여자주인공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총을 쏘는 장면 등이다.

 

또한 국가의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민족적인 가치를 담는데, 그에 따라 영화 전반에 깔리는 ‘우리를 잊지 말아라.’라는 메시지는 어렴풋이 많은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역사적인 사건들을 조명했던 한국 영화들이 이런 메시지를 은밀하게 관객들에게 당부하곤한다. 영화 <명량>이나 <화려한 휴가> 등에서도 현대인들에게 그 때의 희생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전한다. 이 이외에도 영화의 미장셴들은 익숙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이미 많은 상업영화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들이다.

 

감독 신동훈은 확실히 더 노련해졌다. 2% 부족한 시나리오가 개연성을 떨어뜨려 ‘타임 킬링’용 영화의 느낌이 강했던 전작 <도둑들>에서 박수쳐줄만한 진화이다. 오락영화와 상업영화의 틀을 쓰고 관객들에게 여운을 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배우들은 그 위에서 맘껏 뛰논다. 다만 마지막에 ‘우리를 잊지 말라’는 메시지의 노골적인 노출이 아쉬웠다. 이미 익숙한 메시지를 익숙한 연출로 꼭 보여줬어야 했을까! 조금은 익숙하지만 매력적인 영화 <암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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