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일기, 베트남의 다낭을 걷다.
방학일기, 베트남의 다낭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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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16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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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낯선 곳이 넓은 곳이다.

다낭

▲ 다낭 시내 용다리(Dragon Bridge)의 러쉬아워. 한강(Han river) 거리에서 차를 마시며 형형색색의 오토바이 행렬을 감상할 수 있다.톱뉴스

방학(放學). 한자 그대로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잠시 내려놓는다는 뜻이다. 내려놓는 것은 여행을 하는 것과 많이 닮았다. 더 뜨거운 곳에서 방학일기를 써보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곳이 베트남의 다낭이다. 베트남의 중간에 위치한 다낭은 아시아의 하와이로 비교되는 곳이다. 베트남의 핏빛 역사를 떠올리면 한국인으로서 이 땅을 딛는 것이 미안해지지만 붉은 전쟁사를 이겨내고 구석구석 천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땅, 그래서 더욱 동병상련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땅, 베트남의 다낭을 걸어본다. 


◆다시 찾는 소리의 의미.


 다낭 시내에 들어서면 사방에서 울리는 오토바이 경적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클랙슨으로 각자의 향방을 알리며 활보하는 이들의 도로 문화는 시끄럽다기 보다는 오히려 정감을 일으킨다. 한국의 도로에서 클랙슨은 진로 방해에 대한 응징이자 조급함을 알리는 신호음일 때가 많지만 이곳의 경적은 무분별함 속에서 자아내는 이들 특유의 질서를 의미한다. 세상에 의미 없는 소리가 어디 있던가. 소리는 '울림'보다 '의도'가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다낭 시내 용다리(Dragon Bridge)의 러쉬아워. 한강(Han river) 거리에서 차를 마시며 형형색색의 오토바이 행렬을 감상할 수 있다.업코리아 

▲ 다낭 한시장의 풍경.톱뉴스


 시장 골목을 거닐다가 숙제를 하는 꼬마아이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잠시 멈춰 섰다. 더 좋은 환경에서 불평을 일삼았던 나와 우리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한국의 아이들은 이 방학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꼬마의 뒷모습에서 ‘꿈'이 보인다.  


▲ 시장의 소녀. 우리반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톱뉴스


 ◆미케(MYLHE)해변, 그리고 참(Cham)섬.


 세계 6번째 아름다운 비치로 알려진 미케해변. 낮에는 태양이 뜨거워 고요한 편이지만 석양에 방갈로와 야자수 나무 사이로 흐르는 라틴음악을 들으며 20Km이상의 해변을 따라 걷는 순간 미케해변의 아름다움을 직접 체감할 수 있다. 걷다보면 해가 완전히 지고, 이때 부드러운 파도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밀려온다. 삶이 무겁다고 여겨질 때 우리는 바다를 걸어야 한다. 파도의 끝이 있음을 알리는 자연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곳. 이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그래서 끝없이 아름다운 미케해변이다.  


▲ 밤의 미케해면. 다낭의 현지인들은 이곳에서 저녁에 먹을 고기를 잡기도 하고, 파도 앞에서 족구를 즐기기도 한다.톱뉴스


 스피드보트를 타고 참섬이란 곳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 또 하나의 샹그릴라를 마주할 수 있다. 야자수 나무그늘, 그리고 푸른 섬과 바다. 이 밋밋한 그림에 화룡점정을 찍는 것은 다름 아닌 비키니를 입은 사람의 모습이다. 창세기에 나오는 천지창조 이후 맨 마지막에 인간을 창조한 하나님의 완벽한 구도를 알아챌 수 있는 순간이다. 섬 안의 마을은 더없이 신비롭다. 노동이 있고 장사를 하는 풍경에서 잔잔히 흐르는 섬 안의 조용한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  


▲ 신의 한 수, 자연과 사람의 조화.


  

▲ 그물을 만지는 사람, 섬안의 숨소리.


 ◆바나힐, 내려다보는 것의 의미. 


 높이 1500m에 가까운 바나힐. 세계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5200m 길이의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다보면 장엄한 폭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산세가 뿜어내는 동양적인 미(美)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는데 시야에 줌인(zoom in)을 하면 울창한 숲 사이로 여기저기 이쑤시개가 심어져 있는 그림이 되고, 줌아웃(zoom out)을 하면 가지런하지 않은 거대한 브로콜리를 연상케 한다. 저마다 자연과 민족은 어딘가 닮은 데가 있다. 바나힐 숲의 가늘고 긴 나무는 수많은 침탈국과의 전쟁을 이겨낸 베트남인들의 길고 곧은 생명력과 생활력을 닮았다. 정상에 오르면 눈높이에서 구름의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고, 다낭의 전경을 그대로 내려다 볼 수 있다. 그러나 쉽게 오른 만큼 내려다보는 맛은 덜하다. 인간에게 수고란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것이다.  


▲ 바나힐 케이블카에서 마주한 폭포.


 

▲ 바나힐 정상에서의 풍경.


 넓은 곳이란 꼭 대륙이 넓어서가 아니다. 낯선 곳이 넓은 곳이다. 편견을 반성하고 자족을 배우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신비와 광대한 풍경 앞에서 겸허해지는 시간. 이제 넓은 곳을 보았으니 넓게 봐야 할 것이다. 나를, 그리고 아이들을.


☞베트남 여행, 두 번 째 이야기 ‘호이안’이 이어서 연재됩니다.


강현아 칼럼니스트(시흥중학교 음악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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