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빵천동, 빵 마니아들을 열광케하는 ‘빵지 순례’의 메카
부산 빵천동, 빵 마니아들을 열광케하는 ‘빵지 순례’의 메카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9.0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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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
사진 : KBS

[톱뉴스=이가영 기자]2일 방송된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이하 다큐 3일)에서는 부산 남천동 동네빵집 72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광안리 해수욕장과 이웃한 동네 부산 남천동. 오래전부터 부산의 대표적인 고급 주택가, 아파트 단지를 낀 곳이자 부산 최대의 학원 밀집 지역인 곳이다. 학원가의 학생들이 간식 삼아 빵을 즐겨 찾으면서 자연스레 동네 빵집이 발달하게 된 동네다.

동네 빵집들이 설자리를 잃은 지 오래였지만 어떤 까닭인지 이 지역은 동네 빵집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이른바 ‘빵천동’으로 불리며 전국의 빵 마니아들을 열광케하는 ‘빵지 순례’의 메카, 부산 수영구 남천동이다. 이곳엔 동네 빵집 19곳이 골목마다 자리하고 있다.

■ 집주인의 개성이 담긴 빵들

언제,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는 몰라도 ‘빵천동’, 참 개성 있게 잘 지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 이름만큼이나 개성 있는 빵집이 즐비한 남천동. 학원 가기 전에 즐겨 사 먹어서 ‘학원전’이라는 이름이 붙은 빵부터 프랑스 정통 빵, 찹쌀로 만든 타르트, 붉은 쌀로 만든 건강빵 등 각 빵집마다 주인장의 고집이 담긴 제품이 가득하다.

이런 빵이 하루아침에 나오지는 않았을 터, 이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주인장들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어린 나이에 제빵 보조로 시작해 제빵기능장이 된 후 이젠 아들에게 제빵을 가르치는 한 우물 인생, 일본의 맛있는 빵을 사 먹으러 다니며 차 한 대 값을 쓰고 빵집을 시작한 마니아, 전업주부로 지낸 후 예순의 나이에 자신의 인생을 새로 일구는 늦깎이에 이르기까지 가게 주인들의 삶도 각양각색 빵만큼 다양한 맛과 멋을 자랑한다.

■ 빵집의 일상

빵집의 하루는 동이 트기 전에 시작된다. 잠에서 깨자마자 빵집으로 향하는 제빵사들. 밤새 숙성시킨 반죽을 오븐에 넣으면 얼마 안 가 고소한 빵 냄새가 골목에 새어 나온다. 남천동이기에 볼 수 있는 특별한 아침 풍경. 첫 빵 시간을 기억해 찾는 단골이 있을 정도니, 빵을 사랑하는 동네라고 할 수 있겠다. 유난히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여름, 손님의 발길은 줄어들었지만, ‘빵을 고를 재미’를 주는 것 또한 제빵사들의 몫. 많게는 130여 가지의 빵을 만들기 위해 찜질방과 다를 바 없는 제빵실에서 더위와 씨름한다.

한편 더운 여름에도 빵 투어를 나선 이들도 있다. 휴가를 맞춰 차 안 가득 ‘일용할 양식’을 모으는 남자들부터 빵집 지도를 보며 ‘빵지 순례’를 나선 사람들도 눈에 띈다. 여행용 가방, 캐리어를 들고 제과점에 오는 사람들을 빵천동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어느 지역을 가나 빵집은 있고, 빵집이 모여있다고 해서 다들 ‘빵천동’으로 불리는 것은 아닐 것. 그렇다면 이 동네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 자영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 갈수록 짙어지고 있는 자영업 위기의 그늘은 남천동 동네 빵집에도 어김없이 드리우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1인 가게를 유지하며 철인처럼 일하는 정은영(47) 씨. 일상처럼 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지만, 갈수록 떨어지는 매출에 속앓이를 한다.

누구나 그렇듯 백 년 가게를 꿈꾸지만 경기 불황은 뉴스에서만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여러 자영업자들이 심적으로 불안정해지는 나날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만족감 하나로 버티기엔 각박한 현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빵을 사랑하는 손님을 위해 버텨야 한다. 케이크 가게를 운영하는 김은수 씨는 지탱을 위해 일주일에 3일간 가게 문을 닫고 서울을 오가며 제빵 기술을 배운다. 안주하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곳, 동네 빵집의 힘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이 부산 남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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