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글로벌스쿨 교사칼럼(5),아름다운 꽃밭 만들기
등대글로벌스쿨 교사칼럼(5),아름다운 꽃밭 만들기
  • 박진희 교사
  • 승인 2018.11.19 0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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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꽃은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다. 여러 꽃나무들이 모여 꽃밭을 이루어야 서로 견고하고 아름답게 자라날 수 있다.
등대글로벌스쿨 초등학교 어린이들. 업코리아.
등대글로벌스쿨 초등학교 어린이들. 업코리아.

몇 년 전 수년 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서 마음이 많이 상한 학생이 입학한 적이 있었다. 그 학생은 마음의 상처가 커서 다른 학생들과 관계를 원활히 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이 하는 말 하나에도 자신의 이야기라고 착각하거나 눈치를 심하게 보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게다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힘들어 해서 소그룹 안에서 발표하는 것조차도 무척 부담스럽고 어려워하곤 했었다. 그랬던 그 학생은 학교 안에서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예배와 교육을 통해 마음을 많이 회복하게 되었다. 그래서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국문학과로 대학도 진학했고, 졸업식 때는 전교생 앞에서 졸업생 대표로 답사를 읽을 정도로 많이 발전된 모습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졸업식 때 그 학생의 어머니께서 조용히 다가와 필자에게 했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이야기는 다름이 아니라 필자의 결혼식 때 이야기이다. 그 학생이 고3 이었을 때, 학기를 마치고 필자의 결혼식이 있었다. 그때 먼 거리였지만, 그 학생은 결혼식에 참석했었다. 예식이 모두 마무리되고 단체사진을 찍었을 때였는데, 모두 나와서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뒤쪽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학생을 필자가 본 것이다. 그래서 “OO야, 이리 와서 같이 사진 찍자.” 라고 학생에게 이야기를 했고, 그 학생은 활짝 웃으며 다가와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었다. 필자에게는 그 일이 별 것이 아니었는데, 그 학생에게는 그 일이 무척이나 큰 사건이었던 모양이었다. 학생이 그날 집에 가서 어머니께 이야기하기를 선생님께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셔서 단체사진을 같이 찍었다면서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것이다. 평소 학교에서 그 학생이 찍은 대부분의 사진은 웃음기가 하나도 없는 무표정한 사진인데, 아마도 필자의 결혼식 단체사진과 졸업식 사진이 유일하게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은 사진일 것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김춘수의 시 「꽃」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나는 단지 그 학생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뿐인데, 그 학생에게는 그 ‘이름 부르기’가 필자에게 자신이 중요한 존재로 인식된 것이라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시의 구절처럼 그 학생이 ‘이름 부르기’를 통해서 ‘하나의 몸짓’에서 ‘꽃’과 같은 의미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필자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전하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그 학생에게는 큰 의미가 될 수도 있는 생각에 더 신중하게 행동했던 것 같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요즘 우리 사회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는 되고 싶어 하지만 다른 사람을 그런 의미 있는 존재로 불러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 그 맥락 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을 무시하듯이 바라보았다고 해서 싸움이 나기도 하고,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폭행을 하기도 하는 사건들이 그것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존중을 받기 원하지만, 정작 자신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거나 인정해 주는 모습에는 인색한 것이다.

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사회는 존재와 존재들이 모두 모여야 가능한 것이다. 한 사회 안에서 타인이 없고 ‘나’만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이름 부르기’를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먼저 ‘꽃’이 되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후에 나도 그 꽃들 속에서 또 하나의 ‘꽃’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사랑이고 배려이다. 누가 먼저이고, 높은 자리이고, 더 중요한 자리인가의 문제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하나의 꽃은 건강하게 자라지 못한다. 여러 꽃나무들이 모여 꽃밭을 이루어야 서로 견고하고 아름답게 자라날 수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이름을 불러주고,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전해서 ‘꽃’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전해준 사랑을 바탕으로 나도 ‘꽃’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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