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경영의 놀라운 원칙, 한비자의 법치(法治)
조직 경영의 놀라운 원칙, 한비자의 법치(法治)
  • 김유진 기자
  • 승인 2020.10.14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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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사상의 창시자’, ‘동양의 마키아벨리’ 한비자, 법(法)·술(術)·세(勢) 이념 창시
군주의 이념에 반(反)하는 신하는 모두 제거…그렇기에 진시황의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유교사상 500년, 학연·지연·혈연에 의한 조직 경영의 한국, 이대로 괜찮을까. 언제까지 우리는 연식이 쌓이면 승진되고 호봉제로 운영되는 기업에 다니며, 부정부패로 물든 정경유착을 바라만 보아야 할까.

필자는 현재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포문을 이제 활짝 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국면해 있다. 기업과 조직 경영의 흐름이 발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인간중심의 인본주의사상이 대입된 덕치(德治)사상이 아닌, 성과 중심의 법치(法治)사상이 기업과 나라가 사는 길이라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장 바라는 점은 내가 다니는 기업과 내가 사는 이 나라가 건실한 것이다.

한비자(韓非子·기원전 280~?)는 중국 전국(戰國)시대 칠웅(七雄) 중 가장 작고 약한 한(韓)나라의 서자 출신 공자이다. 전쟁이 끊이지 않던 한나라는 서쪽으로 진(秦)나라, 북쪽으로 위나라, 동쪽으로 제나라, 남쪽으로 초나라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나라의 존폐 위기에 처했다. 한비자는 한나라 왕에게 법으로 다스릴 것을 촉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그 후 10만 자 이상에 달하는 ‘한비자’를 저술하게 되었다. 그는 ‘법치사상의 창시자’, ‘동양의 마키아벨리’라고 불리며, 군주의 권력을 유지하고 신하들에게 권력을 뺏기지 않기 위한 통치술을 제시한다.

진시황은 ‘한비자’를 토대로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를 세웠다. 유비의 아들 ‘유선’은 ‘한비자’를 토대로 40년간 촉나라를 수성했다.

 

【한비자의 핵심은 무엇이길래 이토록 거대 제국이 완성될 수 있었을까】

한비자가 집필한 ‘한비자’를 살펴보자. 한비자 이전에 법(法)을 강조한 상앙, 술(術)을 강조한 신불해, 세(勢)를 강조한 신도의 세 학파가 존재했다. 한비자는 세 학파의 주장을 모두 아우르고 발전시켜 법가(法家)사상을 창시했다. 이는 약소국인 한나라의 굴욕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가를 바탕으로 강력한 군주론과 제왕학으로 통치해야 한다는 사상이다.

한비자의 통치이론은 한 마디로 '법·술·세'이다. 법은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지켜야 할 원칙, 술은 신하의 능력을 검증하는 방법, 세는 법과 술을 행할 때 군주의 권세를 뜻한다.

한비자가 핵심으로 생각한 것은 술인데, 군주는 신하를 다스려야 하고, 마음을 숨기고 지켜보아 지혜롭게 불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나라를 온전히 통치하는 것에 있다. 군주는 신하의 행실을 끊임없이 살피고, 신하는 군주의 의중을 파악하여 나라와 자신의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에 조금 더 가까우면서 이해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한비자의 법치 사상과 대비되는 것이 유가의 인치(仁治)사상이다. 유가의 정치사상은 인생철학에서 출발한다. 정치와 윤리는 서로 결합해야 하며, 정치의 원동력은 윤리에 있다고 본다. 인(仁)을 중시하여 모든 덕(德)을 총괄하여 인격을 완성한다. 준엄한 형벌로써 인민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못하며, 도덕적인 감화를 통해서 백성이 심복하여 국법을 준수하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비자는 유가 사상이 대입된 초나라 장왕, 제나라 환공, 연나라 소공이 영토를 확장했는데 그들이 세상을 떠나자마자 나라가 몰락했음을 비판했다. 사람에 의한 통치에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식으로 재해석하자면, 인과 덕만을 중시하는 리더십은 비리에 최적화된 구조를 생산한다.

한비자는 팔간(八姦)편에서 주의해야 할 대상으로 동상(同床·처와 첩), 재방(在傍·측근), 부형(父兄·친인척)을 언급하고, 맨 마지막에 사방(四方·이웃 나라 제후)을 이야기한다. 현대 사회의 정부, 기관, 조직에서 친인척 및 최측근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 적용할 점은 무엇인가】

단순히 “사람 좋은 세상”으로 통치하는 것이 과연 나라에 도움이 될까. 모두가 평화로운 세상은 결국, 간신에게도, 외세에게도 평화조약을 맺으며 경계를 허물 때 침략받기 딱 좋은 상황이 아닌가. 군주는 필요할 때 냉정해져야 한다.

한비자는 법불아귀(法不阿貴), “법은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고 한다. 법은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조선왕조 500년을 지나 지금까지도 유가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학연·지연·혈연 등에 의한 사적 관계, 정(情)을 중시한다. 이는 부정부패와 비리를 양산할 가능성이 농후하며 조직이 타락할 가능성이 짙다. 따라서 사적 관계보다는 공적 관계로서 조직을 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판단한다.

대한민국의 늘 외세 침략으로 나라의 운명이 좌우되어 왔다. 따라서 늘 뭉치고 하나 되는 것이 중요했다. ‘단일민족’이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직도 미국과 중국 등 외교 상황에 의해서 국내 정세가 영향을 받고 있지만 더 이상 정(情)에 의해서만 나라가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다.

또한, 필자는 기업의 호봉제도 마냥 반가운 시선으로만 보지 않는다. 나이가 지나서 승진이 되고, 연봉이 쌓이는 것은 50대 이상의 기업문화였다. 우리 2030 세대는 더 나은 기업문화와 조직을 위해 이러한 기존의 문화를 타파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

성과주의 모델로 조직이 경영된다면, 개인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창조성을 발휘할 것이고, 개인의 사상이 기업에게 반영되어 더 나은 아이템과 비즈니스를 이룩할 것이다. 기업의 성장은 국가의 성장으로 곧장 연결된다. 연줄로만 이뤄진 조직이라면, 누군가는 그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없게 된다. 이는 물줄기를 막는 것이고, 썩은 물로 고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법치를 채택하야 하는가?

한비자의 핵심은 법 앞에서 모두가 공평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을 모두 배제하고 공정성에 의거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기업에서의 채용, 성과판단, 국가 통치 영역 모두 공적인 영역이다.

필자는 최고경영자와 다른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회사에서 과감히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얼핏 들으면 잔혹해 보이지만, 기업과 임직원 전체를 살리는 길일 수 있다. 물론 충신의 조직을 위한 조언은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충신의 쓴소리는 오히려 고인 물의 아부가 아니니 구분하여 수용하여야 한다.

조직 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서로를 위해 각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다. 지속적으로 의견이 충돌될 가능성, 동기부여의 결여 측면에서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빠른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보았을 때, 자칫하면 경쟁상대에게 뒤쳐질 수 있기 때문에 조직 전체가 합일되는 이념으로 동일한 선상에 편승해야 한다.

악(惡)을 내포하는 사람과 반(叛)하는 사람을 품고 가는 것은 옳고 그름의 영역으로 보았을 때 그르다. 또한, 불평과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과도 함께 가는 것은 조직에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 법치의 도에 따라 정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조직관리자라면, 이 사람이 정말 조직을 위해 비판적 의미를 내포한 것인지, 자신의 감정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친 것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할 지혜도 필요하다. 아픈 손가락까지 품고가기에는 우리 모두 시간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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