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ARM 인수, 득일까 독일까?
엔비디아의 ARM 인수, 득일까 독일까?
  • 김유진 기자
  • 승인 2021.01.30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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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선두 기업 엔비디아 vs 지적재산권 IP 기업 ARM

엔비디아(NVIDIA)가 소프트뱅크(손정의 CEO)로부터 ARM을 인수하는 과정에 있다고 발표하자, 많은 분석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데이터 센터 인공지능(AI) CPU 기업과 선도적인 기기 AI 프로세서 아키텍처 기업을 결합시켜 반도체 산업에 어떻게 변화를 선두할지 이목이 집중됐다. 합병이 인공지능 반도체 생태계에 미치는 위험과 혁신의 방향을 살펴봐야 한다.

엔비디아는 데이터 센터 AI 분야의 1위 기업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드라이버를 결합함으로써 최고의 GPU 시장을 선두하게 되었다. 경쟁사들과 달리 엔비디아의 드라이버는 최신 그래픽 카드뿐 아니라 그래픽 카드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드라이버를 탑재한 이전 세대 그래픽 카드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 이로 인해 그래픽 카드의 수명이 연장됐다.

모바일 디바이스에 탑재된 ARM 프로세서 (출처: Getty Images)
모바일 디바이스에 탑재된 ARM 프로세서 (출처: Getty Images)

엔비디아는 PC에서 그래픽 처리를 효율적이고 강력히 만드는 동일한 애플리케이션 병렬 처리가 비트 코인 채굴 및 AI 프로세서와 같은 무거운 컴퓨팅 워크로드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이를 소프트웨어에 탑재했다. 이로 인해 동일한 기본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PC 그래픽 카드와 데이터 센터 AI 컴퓨팅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를 토대로 그래픽 카드에 병렬 컴퓨팅 플랫폼과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추가해 엔비디아의 AI 강세와 시장점유율 선두의 토대를 마련했다.

반면, ARM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지 않아 다른 일반 반도체 기업과는 차이가 있다. ARM은 자체 칩을 생산하지 않는다. 타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설계도를 판매함으로써 지적재산권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IP(Intellectual Property)기업이다.

지적재산을 칩 제조업체에 라이선스하고, 칩 제조업체는 설계 기반으로 프로세서를 제조한다. ARM은 사실상 모든 모바일 기기가 ARM 기반 CPU를 사용한다.

현재 ARM 프로세서 설계는 낮은 전력 사용에 매우 적합하고 성능이 뛰어나 Intel, AMD 등 x86 기반 CPU에 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애플에서는 개발자가 맥에서 데이터 센터 앱을 기본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플랫폼 개발 문제를 해결하는 SKU에서 x86 아키텍처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따라서, 데이터 센터에 ARM 프로세서 설계가 나타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컴퓨터 시장에서 인텔과 AMD의 지배가 절대적이라면, 모바일 시장에서는 ARM이 절대강자다. 인텔과 AMD가 사용하는 명령어 집합 구조 x86은 복잡한 연산의 CISC(Complex Instruction Set Computer)방식이다. 이는 고성능인 동시에 고전력, 고발열이다.

ARM은 유연성을 기반으로 아키텍처 자체가 명령어를 최소화하여 단순하게 연산하는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이다. 이는 저전력, 저발열로 나타난다. 또한, 모바일에서도 고성능을 갖추기 위해 ‘빅리틀(bigLITTLE) 솔루션’을 개발했다. 간단한 작업을 할 때는 가볍고 효율이 좋은 코어를 사용하고, 무겁고 어려운 작업을 시행할 때는 거대한 슈퍼스칼라 코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이브리드’ 구조를 지니고 있다.

구글은 빅리틀 솔루션을 적용하기 위한 OS 업데이트를 마련했고, AP(Application Processor) 기업들은 해당 솔루션을 응용한 새로운 구조를 채택했다. 삼성전자와 퀄컴도 ISA와 솔루션을 구입하고, 코어를 스스로 설계했다. ARM만의 독특한 사업 전략 덕분에 모바일 시장에서 기술이 부족한 기업을 흡수하여 저전력 다목적 AP를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었다.

전 세계 스마트폰의 95% 이상, 태블릿 85% 이상, 스토리지 90% 이상, 가전 55% 이상이 ARM 설계도로 제작된 반도체를 사용한다.

엔비디아와 ARM의 비즈니스 모델 간의 주요 차이점은 이와 같다. ARM은 프로세서 설계를 생성하여 가능한 한 많은 기업에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반면, 엔비디아의 비즈니스 모델은 자체 프로세서 설계를 생성하여 하드웨어로 전환한 다음 통합 솔루션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이 두 모델은 상이하여 조화로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엔비디아가 제안한 ARM 인수는 반독점 활동이 강화되는 시점에 이뤄지고 있어, 페이스북이 기업 인수를 통하여 받은 일부 비난의 목소리와 비슷하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모두 구매주체가 고객 선호도에 상관없이 성장전략을 헷지하면서도 혁신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인수가 위험이 될지, 혁신이 될지는 시간이 증명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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