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오늘도 ‘씨앗’을 심는다!
[간호사의 단상] 오늘도 ‘씨앗’을 심는다!
  • 김혜선 인재기자
  • 승인 2021.02.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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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눈이 내려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일곱 시도 안 된 이른 시간, 길은 벌써 군데군데 눈이 치워져 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수고로움 덕이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하고 치워진 그 자리를 밟고 지나가는 것이 송구스럽다.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 따뜻한 이의 수고로움을 느끼며 직장으로 향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누리고 있는 상당수의 일들이 이렇게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모든 일들은 ‘씨앗’을 심는 것과 같다.

‘세상을 향해 아주 많은 씨앗을 날려야 한다. 어떤 것은 실종되고, 어떤 것은 시멘트 같은 마음속에서 죽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것은 결국 누군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씨앗이 적절한 곳에서 쉽게 발아할 수 있도록 늘 더 나은 방법을 연구하라. 사람의 마음속에서 싹이 나고 푸른 잎을 단 아름다운 줄기로 자라도록 늘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라. 그들을 감동시키고 행동할 수 있게 하며, 그들이 실천하게 해야 한다. 따라서 그들이 좋아하는 모습과 색깔과 맛을 담은 향기로운 과육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나 세상의 유행에 따르지 말라. 자연의 맛은 독특하고 차별적이다. 자신만의 맛과 향기를 지닌 품종을 만들어내라.’

<구본형, 『나에게서 구하라』중에서>

어느 날 유아교육 관련 서적을 읽고 있었다. 화초도 잘 길러서 좋은 꽃을 피우게 하려면 곁에 있는 잡초를 뽑아주고, 거름을 주고, 물을 매일 주어 잘 가꾸어야 하는 것처럼 모든 인간의 문화적 능력도 생후의 키우는 방법 여하에 달려 있다고 책은 알려준다. 책을 읽던 나에게 쓸데없는 책을 본다며 막말을 하던 상사가 있었다. 자신의 말이 진리인 그 분. 다른 이들의 수고로움은 당연하고 그 위에 군림하여 입으로만 사랑을 외쳤던 그 분. 그 분도 다른 이들의 마음에 ‘씨앗’을 심고 살아가고 있다.

입춘이 지났다. 입춘은 새해의 첫째 절기로 이날부터 새해의 봄이 시작된다. 나는 봄을 사랑한다. 겨울의 추위는 한없이 가라앉게 하고 맥을 못 추게 하지만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기운이 생동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의 필명이 ‘따뜻한 삼월의 봄바람’을 줄인 ‘삼월이’다. 봄바람과 더불어 꽃이 피기 시작한다. 꽃은 아름답다. 또 꽃의 아름다움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지만 똑같이 꽃을 본 다해도 바라본 이들의 삶이 똑같이 아름답진 않다. 내가 어떤 ‘씨앗’을 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기에.

내게 쓸데없는 책을 본다고 하던 그 분을 바라보며 심은 ‘씨앗’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를 사랑해주시고 축복해주세요’라는 기도의 ‘씨앗’을 심었다. 한 번의 기도와 인내로 무언가가 크게 바뀔 꺼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뿐이다. 한번이 두 번이 되고 또 쌓이고 쌓여서 나의 마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조금씩 확장되어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 되게 하고 싶을 뿐이다. 다소 침울했던 나에게 책이 보내져왔다. 읽으면 좋을 같다며 보내주신 책. 따뜻함과 수고로움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그 분이 나에게 뿌리신 따뜻함의 ‘씨앗’은 다른 그 분이 뿌린 독설의 뿌리를 몽땅 솎아내고 사랑의 싹을 틔워주셨다. 따뜻함은 그런 건가 보다. 나쁜 것을 빼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한 사랑으로 감싸주는 것 말이다.

오늘도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간에 어김없이 ‘씨앗’을 뿌리며 산다. 농부가 ‘씨앗’을 뿌릴 때는 좋은 종자의 ‘씨앗’을 엄선하여 뿌린다. 의도적으로 나쁜 ‘씨앗’을 뿌리는 농부는 없다. 뿌린 대로 거두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좋은 ‘씨앗’을 뿌려야한다. 고창영 시인은 그의 시 <누군가>에서 ‘누군가 / 내게 마음을 심었다 / 나도 꽃이 되었다’라고 했다. 채송화를 심으면 채송화가 피고 봉숭아를 심으면 봉숭아꽃이 핀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심어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는 그대가 되기를, 향기 나는 그대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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