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히파티아‘의 피부를 그만 벗겨내라
[간호사의 단상] ‘히파티아‘의 피부를 그만 벗겨내라
  • 김혜선 인재기자
  • 승인 2021.03.2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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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Hypatia).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난 그녀는 천문학자인 테온(Theon)의 딸로 아버지로부터 수학을 배웠고 수학, 천문학, 철학 분야에서 천재성을 드러낸 신플라톤주의자다. 라파엘로의 작품 <아테네 학당>에서 히파티아는 유일한 여성으로 그림에 등장하였고 영화 '아고라'는 그녀를 현대에 재탄생시켰다. 뛰어난 지성과 더불어 빼어난 미모로 여러 사람의 구혼을 받은 히파티아는 그때마다 “나는 진리와 결혼했습니다.”라는 말로 거절하고 연구에 몰두했다고 한다. 그녀에 대한 평가는 애제자였던 시네시우스(Synesius)가 '플라톤의 머리와 아프로디테의 몸'을 지녔다는 찬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히파티아는 기독교가 공식적으로 새로운 권력이 된 시대를 살아갔다. 기독교 이외의 사상과 정치세력은 탄압받던 때였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연구와 강의에 집중하고 목소리를 냈다. 특별히 기독교와의 대립은 없었고 기독교도들도 제자로 삼았지만 기독교도에 의해 살해된다. 히파티아의 죽음에 알렉산드리아의 패권을 둘러싼 주교와 총독간의 정치적인 목적이 깔려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광신도들은 그녀를 납치하여 굴 껍데기로 피부를 벗기고 고문한 뒤 화형에 처했다. 히파티아의 죽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파괴, 자유로운 학풍의 소멸은 이후 총체적 망각의 시기인 중세의 암흑기를 불러온다.

 

히파티아의 역사는 진행형이다. 자신의 노선과 다르다는 이유로 또는 정치와 권력의 입지확보를 위한 상대편의 탄압은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히파티아의 피부를 벗겨냄은 상대의 존엄성과 가치관을 도려내고 그곳에 자신의 사상과 의지를 주입하려는 행태다. 권력과 기득권은 고분고분한 사람을 원한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다. 때문에 권위를 보이면서 복종하라고 무언의 협박을 한다. 어느 시대고 권력은 진실을 전파하려는 자를 매장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진실은 언제고 밝혀진다. 갈릴레이와 코페르니쿠스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지구는 돌고 있었던 것처럼.

 

지식인은 사회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계층이다. 때문에 권력이 주어지고 진실을 전파할 수 있는 힘과 덮을 힘, 모두를 가지고 있다. 세상은 순간순간 변하고 있으며, 우리의 머리를 넘어서는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돌아간다. 그런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지식인들은 진리를 탐구한다. 현실에서는 지식을 넘어서는 사건이 무수히 많이 일어난다. 그러기에 자신이 갖고 있던 지식에 집착하여 변화의 가능성을 놓쳐서도 안 되고, 자신의 답이 완전하다고 고집해서도 안 된다. 이미 나온 답이라 할지라고 답 자체에 또는 그 이외의 방법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취해야 히파티아의 피부를 벗겨내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물리학자 정재승 교수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보자.

“지식인은 자신이 속한 계급의 이익을 벗어나 우리 사회 전체의 이익을 성찰하고 대변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 시스템은 지식인들에게 권력을 준 것입니다. 그러기에 자신을 넘어서 다른 계급을 위해 애쓰고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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