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앞이 보이지 않는 분들에게 등대와 같이 한줄기 빛을 전하는 이철희 약사님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인터뷰] 앞이 보이지 않는 분들에게 등대와 같이 한줄기 빛을 전하는 이철희 약사님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 최지연 인재기자
  • 승인 2021.04.17 2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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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의약품 점자 표기율 0.2%대
- 시각장애인 복약지도를 위해 직접 점자를 배운 이철희 약사, 그의 이야기를 듣다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출한 국내 의약품의 점자표시 현황 파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의약품 4천751개 중 점자가 표기된 약품은 단 94개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점자 표기가 필수가 아닌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늘은 시각장애인들의 복약지도를 위해 직접 점자를 배워 힘쓰고 있는 이철희 약사를 만났다.

 

기자 : 안녕하세요 약사님, TOP NEWS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약사님 : 반갑습니다. 전주에서 플러스 약국 운영하고 있는 약사 이철희라고 합니다. 점역교정사로서 시각장애인 분들께 점자로 의약품의 이름과 복용법을 안내하고 있고, 분야별 점자 사전을 만들고 있습니다.

전주 플러스 약국 이철희 약사님
전주 플러스 약국 이철희 약사님

기자 : 점역교정사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약사님 :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어느 날 약국에서 약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수입의약품 중 하나에 겉 포장지가 울퉁불퉁한 것이 붙어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약이 잘못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제약회사로 문의를 하였는데 「점자 표기」라고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이런 것도 몰랐다는 생각에 순간 부끄러웠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점자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점역교정사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기자 : 우연한 기회에 점자를 접하시고, 점역교정사까지 취득하셨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약사로서 알게 되신 점자로 더 많은 영역까지 하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약사님 : 점역 교정사는 정안인의 일반 문서를 점자로 번역하고 교정하는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의약품에 점자 라벨을 붙여서 약 이름을 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복용법도 더하게 되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시각장애인 분들이 자료가 없어서 공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점자 자료를 만들어 주는 일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다른 분야의 점자 자료를 만드는 일을 병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자를 시작한 지 8~9년 정도 되었네요. 그동안 「쉬운 의약학 용어 사전」을 완성했습니다. 또 「속담 사전」, 「독립선언서」 등 다양한 방면에 점자를 제작하였고 또 진행 중이 것도 있습니다.

 

기자 : 현직 약사님으로서 하루 종일 환자분들의 약을 조제하고 복약지도를 하시면서, 점자를 작업까지 병행하시는데 힘든 점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약사님 : 아무래도 주 업무는 약국 업무이고, 약국 업무는 환자분을 만나고 약을 제조하고 복용법을 지도하는 일이다 보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틈나는 시간과 휴일을 이용해 틈틈이 점자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점자 작업을 하는 데 있어 힘든 점은 각종 법령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저는 각종 법령 사안에는 문외한인지라 지금도 그 부분은 나름 조심하고 있지만 어렵습니다. 저작권에서부터 허가를 받아 작성해야 하는 것들까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관계자분들께도 취지를 말씀드리면 대부분은 많이 도와주시고 잘 해결되는 편입니다.

 

환자분이 없는 잠깐의 틈에도 점자 사전 작업을 하고 계신 이철희 약사님
환자분이 없는 잠깐의 틈에도 점자 사전 작업을 하고 계신 이철희 약사님

기자 : 점자 작업이 여러모로 힘들지만 보람도 많으실 것 같아요.

약사님 : 저는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하다보니 국회의원 표창 및 여러 상을 받는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임시정부 100주년 국민 참여 기념사업으로 선정되어 독립선언서를 점자로 번역하기도 했었습니다. 봉사를 한다고 표현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오히려 제가 배우는 점이 더 많습니다.

혼자 점자 사전을 만들고, 의약품에 점자 라벨을 붙이는 것이 언뜻 무모해 보이고 배보다 배꼽이 더 커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수많은 자료를 검토하며 준비한 경험은 제게 좋은 경험과 훌륭한 자신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라벨 하나하나 붙이는데 정성을 다함으로써 한걸음 한걸음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다고 믿습니다.

 

점자 스티커 출력하여 시각 장애인 기부 약품에 부착
점자 스티커 출력하여 시각 장애인 기부 약품에 부착

기자 : 점역교정사로서 바라는 것이 있으실까요?

약사님 : 네, 점역교정사로 바라는 바가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분들께서 24시간 복지사 선생님과 같이 계실 수는 없습니다. 최소한 몸이 아파 드시는 약에는 제가 붙여드리는 점자 라벨을 통해 무슨 약인지 스스로 알고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올바른 복용법을 통하여 약물 오남용을 막는 것만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면 모든 지식의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는 사전을 통하여, 정안인들과 시각장애인 모두가 같은 자료를 바라보며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기자 : 약사님께서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약사님 : 속담 사전은 마무리 되었고, 관용구 사전을 만들고 있습니다. 내년 중으로 완성이 될 듯합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잠깐 충전 시간을 가지고 약사인 점역교정사로서 약의 이름을 점자로 번역해서 목차를 만드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추후 여력이 되면 역사나 다른 분야에서도 좋은 자료를 틈나는 대로 점역을 해서 제 블로그에 기록해두려 합니다.

점자는 언어이자 글이기 때문에 많은 화자가 있어야 지속적인 발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정안인들에게 한글 점자에 대해 알리는 것 또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 점자 필사라는 취미에 접목하여 한글 점자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약사님 : 점자도 하나의 언어입니다. 언어는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사라지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안인 여러분들도 점자에 더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모습
인터뷰 모습

기자 : 저는 우연히 약사님의 블로그를 통하여 약사님의 점자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보는 QR코드처럼 생긴 VOICE EYE와 짧은 점자가 기록되어 블로그를 보고 약사님께 인터뷰 요청 드리고 난 후 문서작업 중에 프로그램 내에 [점자로 바꾸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분명히 예전부터 있었을텐데 그동안은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약사님의 바람처럼 점자가 더 많이 알려지기를 소망합니다.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들여 헌신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셔서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시간을 드리고 힘을 쏟고 계시는 약사님께 존경을 표하며, 약사님의 앞으로의 모든 발걸음을 응원합니다. 약사님의 점자 도서관과 점자 사전, 그리고 유튜브가 더욱 알려져 약사님께서 작업하신 자료가 많은 분들에게 도움되기를 바랍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1) 등대 약사의 점자도서관 : https://blog.naver.com/bloodmage1

2) 등대 약사의 점자사전 : http://blog.daum.net/lovelch234

3) 등대 약사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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