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클린보이즈클럽, 아침마다 쓰레기 줍는 청년들!
제주 클린보이즈클럽, 아침마다 쓰레기 줍는 청년들!
  • 양서영 인재기자
  • 승인 2021.04.19 0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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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바다를 품는 청년들
제주 남포리 바다

 제주 애월읍 고내 남포리 포구, 4월의 아침 바다는 짙푸른 빛을 띠고 고요했다. 먹빛 하늘을 뚫고 아침 햇살이 흐릿하게 번지는 이른 시간, 바람이 차갑게 불었다.

비오는 날을 제외하곤 날마다 아침 8시에 모여 바닷가 주변 쓰레기를 줍는 청년들이 있다.

클린보이즈 클럽. 그들이 활동하는 이름이다.

기자가 네명의 청년들을 만난 날은 주말 아침이었다. 그들이 포구에 모여 쓰레기를 줍기 위해선 달콤한 잠을 거두고 왔으리라.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어떤 대가를 바라서도 아닌 자발적으로 모인 청년들이다.

이날 모인 청년들은 네 명이었다. 정연철(32세) 유제석(27세) 김민정(30세) 신지윤(23세)

기자와 짧은 인사를  나눈 그들은 폐기물 자루를 들고 성큼성큼 내려갔다. 풍경으로 볼 때와 직접 내려간 포구는 사뭇 달랐다.

구멍 뚫린 검은색 현무암은 미끄러웠고 발 디딜 평평한 곳이 없었다. 몸의 균형을 잡느라 애를 먹는 사이 청년들은 저만큼 멀어져갔다.

한시간 남짓 네명의 청년들의 손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준비한 자루에 가득 찼다.

겨우 걸음을 옮기는 기자가 다칠까봐 유제석(27세)군은 돌들이 흔들리니 조심하라는 당부를 했다. 살짝만 넘어져도 부상을 쉽게 입을 수 있는 작업환경이었다.

그들의 허리가 굽혀지는 횟수만큼 쓰레기가 모아졌다. 바람은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속도보다 빠르게 불었고 거셌다.

겨울 패딩이 그리워질만큼 매우 추웠다. 그 바람을 네명의 청년은 온 몸으로 맞고 있었다. 궁금했다. 무엇이 그들을 아침바다로 데려가는지.

팀을 이끌어가는 정연철님(32세)에게  물었다.

Q. 클린보이즈클럽 결성계기가 있나요?

A. 저희 제주 클린보이즈클럽은 제주 동쪽 마을 하도리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친구들끼리 하도 해변에서 비치클린을 하며 결성한 팀입니다. 근무시간 전에 아침 일찍 해변에 자주 놀러 나갔는데 쓰레기가 계속 밀려오는 것을 보고 더 깨끗한 해변에서 놀기 위해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왕 청소하는김에 사람들에게 알려서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지었고 인스타그램 활동을 시작한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Q. 연령대는 어떻게 구성되었나요?

A. 저희와 비치클린을 함께 한 사람들 대부분이 20~30대입니다. 아무래도 인스타그램 활동을 주로 하기도하고 비슷한 나이 또래 친구들이 해양 정화 활동에 관심을 많이 두는 것 같습니다.

Q. 활동 중 잊지못할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하도해변에서 쓰레기줍기를 하는데 저희에게 오셔서 몇 살이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본인 아들이랑 비슷한 또래같다며 아들 동영상을 보여주셨는데 아이돌그룹 세븐틴의 부승관 아버지셨습니다. 아들 자랑을 다 하시고는 좋은 일 한다고 하며 언제 짜장면을 사주신다고 했는데 멤버가 아침 시간 외에 따로 모이기가 힘들어서 멤버 중 두명만 짜장면을 얻어먹었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Q. 활동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일들이 있나요?

A. 저희처럼 해안가를 청소하기도 하고 다이빙을 해서 바다속을 청소하시는 분들도 꽤 많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SNS로 활동을 알리는 팀들이 있는 반면에 말없이 쓰레기를 줍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매일같이 해변에 나가다보니 어떤 쓰레기가 새로 떠밀려왔고 어느 해안가에 쓰레기가 어느 정도 있는지 눈여겨 보게 되는데 조용히 해변을 정리하고 떠나시는 분들을 보면 감동이 있습니다.

Q. 활동 전과 후 삶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새나라의 어린이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 매일 아침을 더 활기차게 시작하게 되고 나머지 하루의 시간을 더 알차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하다보니 저희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도 해 주셔서 보람을 느낍니다.

Q.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요?

A. 활동을 시작했던 처음 마음을 유지하며 살고 싶습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나누며, 절약하되 강퍅해지지 않고 때로는 문명의 혜택을 누리기도 하며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Q. 활동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자연이 사람에게 제공하는 공기와 물, 산과 바다를 생각하면 힘든 마음이 사라집니다. 그것 외에도 아주 많은 것들을 그저 누리며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해서 기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회용을 남용하고 있지는 않나 잠깐 멈추고 생각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갖고 계신 물건들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사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Q. 클린보이즈 클럽에 대해 각별한 애정이 있으신지요?

A. 활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에게 가장 애정이 많이 갑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같이 쓰레기를 주우면서 동지애도 생기고 함께 보람을 느낍니다. 뜻을 같이 하고 땀 흘려 일 할 수 있다는 것이 각별합니다.

Q. 팀원들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A. 처음에 저와 제석이 둘이서 하도해변을 청소하며 <제주클린보이즈클럽>이라는 이름을 지었지만 보이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함께 하는 클럽이 되길 팀원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꾸준히 활동을 하다보니 함께 해주는 친구들이 생기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저희 팀원들은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공예가, 개발자, 바리스타, 연기자 등 다양합니다. 각각 다른 일과 다른 꿈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A. 사실 제주도 쓰레기장이 포화상태라 아무리 치워도 처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도 청소를 하는 이유는 잠시나마 깨끗한 바다를 보고싶어서 입니다. 청소를 하는 동안 저희 마음이 정화 되기도 하고요. 최근에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비치클린은 바닷가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집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라고요. 각자가 적당히 쓰고 잘 처리하는 습관을 만들어서 다음 세대는 깨끗한 바다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자의 소감>

젊은 청춘이라 아름다웠을까? 아니면 아무런 대가 없이 매일 아침 온기 남은 이불을 박차고 나온 마음이 아름다웠을까? 묵직한 흐뭇함이 내 안에서 회오리처럼 맴을 돌았다. 바닷바람은 차가웠다. 그들의 수고는 담백했고 거침이 없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쓰레기를 줍는 일은 결코 녹록치 않을터였다. 이 일을 왜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거침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요"

감동도 일회용으로 포장 돼 쉽게 소비가 되는 시대에 정연철님의 대답은 기본으로 돌아가 삶을 새롭게 재건해야 옳지 않겠는가! 라는 묵직한 화두로 받아들여졌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새나라의 어린이가 되었다는 말은 조금 더 산 어른으로서 고개가 숙여졌다.  걸음을 내딛기도 힘든 거친 현무암 사이로 허리를 굽혀 다양한 쓰레기들을 줍는 그들의 등을 보는 일은 기자에겐 행운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가 됐다. 일상의 힘은 이런것이리라. 바닷바람에 한기가 들즈음 그들은 가지고 간 자루에 쓰레기를 가득 채워 돌아왔다. 그 어떤 전리품보다 값져 보였다. 비틀거리는 내 발걸음이 위태로워 보였는지 김민정님이 차가운 내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음을 옮겨갔다. 마치 '이인일각' 게임을 하는 것처럼 평평한 땅위로 올라올 때까지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고맙고 따뜻했다.

다음 일정이 있어서 시간이 없다는 그들에게 따뜻한 음료라도 건네고 싶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행히 편의점이 있었다. 편의점으로 향하는 내게 그들은 감사함을 담아 차가운 음료가 좋다고 말했다. 노동이 끝난 청춘의 뜨거움은 차가운 바람에도 식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빙그레 미소가 번졌다. 도로를 건너며 슬쩍 돌아 보니 그들은 몸을 풀며 싱그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에게 장난을 치고 싶었다. 같은 맛의 음료수를 네 개 사려던 난 각기 다른 맛의 음료수를 구매하며 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들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아니나 다를까 네 명의 청춘은 각자 좋아하는 맛의 음료를 놓고 '가위 바위 보!'를 경쾌하게 외쳤다. 

 

#Instagram@jejucleanboysclub

(아름다운 청춘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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