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나는 리추얼로 만들어진 인간이다
[간호사의 단상] 나는 리추얼로 만들어진 인간이다
  • 김혜선 인재기자
  • 승인 2021.04.21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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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 ritual

: 항상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과 같은 일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남의 눈길에 끌리게, 남의 마음에 담기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일은 없다. 그 아름다움은 꾸준한 노력으로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 서툰 부분이 곧 발전의 모태가 된다. 어린 아이의 서툰 걸음마처럼 고운 삶의 모습이다.’

[조정래, 황홀한 글감옥중에서]

 

예술가의 특별함과 독특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기행이나 질서의 부조화가 창조성의 원천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예술가들을 살펴보면 단순하고 일상적인 자신만의 리추얼을 통해 위대함을 만들어갔다. 리추얼은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삶을 살게 한다. 위대한 유산의 작가 찰스 디킨슨에게는 7시 기상, 아침식사,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글을 쓰는 리추얼이 있었고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였던 볼테르는 하루 18시간이나 20시간 정도의 작업 시간을 가졌다. 영국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벤저민 브린튼은 영감이 떠오르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진부한 낭만주의적인 작업 방식을 혐오하고 정확한 시간표에 따라 일하는 걸좋아했다. 북회귀선의 작가 헨리 밀러는 창조적 리듬을 만들기 위한 규칙적인 시간을 지켰을 뿐 아니라 진정한 통찰의 순간들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절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글쓰기는 재능이 아닌 엉덩이의 힘으로 쓰는 것이라고 나의 스승은 말씀하셨다. 또 쓰기와 읽기, 고치기의 지루한 반복 과정을 수없이 거쳐야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음을 강조하셨다. 조정래씨는 글 쓰는 작업을 황홀한 글감옥이라 표현하고 스스로 그 감옥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독 · 다상량 · 다작을 4 : 2 : 2의 비율로 날마다, 바보처럼, 미련퉁이처럼 실천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삶은 매일 하는 일들의 퇴적물로 단순하고 지속적이며 반복적이다. 하루를 가만히 들여다보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제와 겹치는 일들이 오늘 또 반복된다. 인식하지 못해도 나 자신은 시간의 결과물로 존재하며 매일의 리추얼을 통해 만들어진다.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이자 지루하기 짝이 없는 리추얼. 그렇다면 위대한 인물들이 자신만의 리추얼을 고수한 까닭은 무엇일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씨가 쓴 리추얼추천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의미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추얼을 통해서다. 리추얼은 일상의 반복적인 행동패턴을 말한다. 사소하고 단조로운 반복으로 보이지만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로 확인되는 것이다. 그 삶의 사소함에서만큼은 내가 삶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칸트가 잿빛 코트를 입고 스페인 지팡이를 손에 쥐고 집 밖으로 나오면, 이웃들은 정확히 그 시간이 330분이라는 걸알았다. 칸트는 일정한 규칙성을 단순한 습관에서 도덕적 원칙으로 승화시켰다. 습관을 넘어 리추얼로 그리고 타인에게 도덕적 잣대가 되었던 칸트. 그에게서 보듯 일정함이란 최고의 리추얼이다. 당신은 리추얼이 있는가?’  당신의 리추얼은 무엇인가?’
지금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다 해도 걱정할 것 없다. 지금의 서툰 부분을 시작점으로 리추얼을 만들어 가면 된다. 헤밍웨이가 모든 초고는 걸레라고 했듯이 시작은 다 미미하다. 꾸준함으로 서툰 부분을 메꿔가라. 사소함은 의미를 가지며 의미는 위대함을 만들어간다.

기억하라! 그 시작은 리추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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