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미래] 중국에서 ‘황금알’ 낳고 있는 ‘가위 손’을 통해 엿보다
[뉴노멀-미래] 중국에서 ‘황금알’ 낳고 있는 ‘가위 손’을 통해 엿보다
  • 김유리 인재기자
  • 승인 2021.05.03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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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에도 ‘머리가락 미용실’은 호황 중...

그 이유는 고객 70~80%가 본토화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 칭다오한국(상)인회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약 5만여명, 크고 작은 기업들이 2300여개 상주하고 있다고 한다. 5년 전에 반해 반토막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칭다오 성양구 끝자락에 있는 천태성(天泰城)에 자리한 ‘머리가락 미용실(权明星美场)’은 코로나 팬데믹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호황 중이다.

2008년에 미용실을 오픈한 권원장 말에 따르면, 당시 고객 중 70~80%가 한국인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며 한국인 손님이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3년전부터 고객 70~80%가 중국 본토인이라고 하는데 주고객에는 항상 필자 같은 조선족이 곱사리처럼 끼어 있다고 한다. 아무튼 본토화 덕분에 권원장은 코로나 위기를 잘 넘기고 있다. 미용실 본토화의 성공에는 권원장의 뛰어난 ‘가위 손’ 재주가 주된 요인이 되었겠지만 10년 넘는 단골인 제가 봤을 땐 변덕 없는 그녀의 우직한 성품 덕분이기도 하다.

직접 찍음

2006년에 권원장의 남편이 갑작스레 칭다오에 있는 쥬얼리 액세서리 회사에 취직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에서 운영 잘되고 있던 미용실을 과감히 접고 준비도 없이 어린 두 아들(11살, 3살)과 함께 남편을 따라 중국에 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문화도 다르고 중국어를 한마디도 못했던 상황인 데다가 친구도 없어서 정말 막막했다고 한다. 그런데 때마침 2008년에 중국에서 올림픽이 개최되며 칭다오로 한국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그것도 권원장이 거주하는 천태성에 많이 터를 잡고 살게 되었다. 권원장이 중국에 온지 2년이 되어 어느정도 적응된 상태라 절호의 기회가 온 걸 보고 과감히 미용실을 오픈했다.

2008년 당시만 해도 한국에 반해 머리카락 미용기술이 한참 뒤떨어져 있던 칭다오에서 권원장의 손재주가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주위에 퍼지며 손님들이 몇 시간씩 기다릴 정도로 운영이 잘됐다. 하지만 ‘황금알’을 낳는 ‘가위 손’이 되기까지는 권원장이 겪어야 했던 가슴 철렁하게 했던 일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 중 지금도 잊지 못할 사건이 있는데, 권원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미용실이 잘돼 직원의 권유로 청양에 분점을 내게 되었다. 그런데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한번은 여손님이 장난꾸러기 아들 데리고 커트하러 왔는데 애가 놀다가 그만 문턱에 머리를 박아 이마가 찢어지는 불상사가 생겼다. 애가 다친 걸 보고 권원장은 당장 병원에 데리고 가자고 하며 치료비 드리겠다고 해도 당시 손님은 극구 마다했다. 그런데 며칠 뒤, 그 손님이 깡패들을 데리고 가게에 들이닥쳐서는 금고를 털어가며 권원장을 협박해 결국 오픈한지 얼마 안된 분점 가게 문을 닫고 말았다.

낯선 이국 땅, 그것도 중국에서 겪은 가슴 떨리는 일이 어디 이일 뿐이었겠는가? 하지만 권원장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남편과 어느새 장성한 두 아들(큰 아들은 한국에서 대학 졸업하고 광고회사에 취직했고, 둘째는 고등학생이 되어 의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함)이 만들어준 가족이란 울타이라 생각한다.

가끔 권원장을 만나게 되면 어려운 상황에도 여유가 생겼는지 웃으며 훗날 나이가 들어 미용실을 그만두면 한국시골에다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살기라고 한다. 그러면서 요즘 한국부동산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어 걱정이라고 해서 요즘 한국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에 대해 곰곰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소식통들에 의하며 최근 중국에 들어와 있던 100만정도 되던 한국인이 60만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에 있던 40만이나 되는 한국인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대부분은 귀국했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각국에 흩어져 있던 한국인들이 돌아와 일터를 잡고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당연히 부동산 값이 폭등하는데 원인제공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우왕좌왕하지 말고 잘 버티다 보면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몰려든 사람들이 뭘 해서 먹고 사는 문제다. 젊은이들 실업률이 높아서 안 그래도 아우성인데다가 좁아 터진 한국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으니 ‘헬조선’이란 말이 현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되는 시점인데 과연 그럴까? 단언컨데 절대로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다.

권원장의 큰 아들을 봐도 그렇고, 5년전부터 중국에서 자라고 중국문화에 익숙한 애들이 한국으로 돌아가 고등교육을 받고 일터를 잡으며 귀국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20년전부터 중국문화에 익숙한 80만정도의 조선족동포가 한국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터라 한국은 이미 중국 거대 투자금을 운영할 플랫폼이 만들어진 샘이다. 요즘 드라마제작을 봐도 중국회사들의 투자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게 바로 증거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

게다가 한국에는 오래전부터 자녀교육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세계 어디든 애들을 데리고 떠나는 헌신된 엄마부대, 거기에 기꺼이 기러기가 되어 외톨이로 살아온 아빠들, 이젠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자녀와 엄마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감사하게도 세계각국의 다양한 문화와 기술을 배워서 돌아왔다.

한국은 IT강국인데다가 세계가 필요한 플랫폼 구축에 풍부한 인적자원을 갖추게 되었다. AI 시대의 도래에 놀란 세계에다 인간의 존엄을 다시 한번 깨우쳐 준 코로나 팬데믹, 그러니 한국의 [뉴노멀-미래]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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