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웨이터의 법칙’을 명심하라!
[간호사의 단상] ‘웨이터의 법칙’을 명심하라!
  • 김혜선 인재기자
  • 승인 2021.05.04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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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너를 ‘딸’로 생각하는데 너는 그렇지 않더라.”

시어머니의 이야기에 며느리는 시큰둥하다. 일전에 거의 매일 야근하던 시절, 시어머니는 “아이고 아가야, 너 힘들어서 어쩌니.” 하며 며느리를 위로했다. 며느리는 웃으며 “뭐 어쩔 수 없죠. 정 힘들면 직장 그만두고 아범한테 돈 벌라고 하면 되죠.”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정색하며 한 마디 하는 시어머니.

“일 계속해라. 너 그만두면 우리 ‘아들’ 힘들다.”

 

#2.

후배의 잘못을 나무라고 있는 선임자. 후배가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자 한마디 한다.

“너는 말투가 왜 그 모양이니? 그리고 일도 못하는 주제에 내가 물어보는 것마다 꼬박꼬박 말대꾸하더라. 너희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쳤니?”

엉뚱한 곳으로 화살이 돌아간다. 한 사람의 인격 뿐 아니라 가족 전체를 모욕하는 언사다.

 

‘인간의 마음은 말에 나타나고 말에 정이 없으면 남을 감동시키거나 바꿀 수 없다. 사람은 마음이 오고 간 후에 이론과 논리가 더해질 뿐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말을 잘하거나 논리적이라고 존경하지 않는다. 그에게 진정성이 보일 때, 그의 생각과 뜻이 달라도 존중을 하게 된다.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이 내보내는 냄새다. 마음의 냄새가 향기인지 악취인지는 표현하는 언어를 통해 알게 된다. 행운도 행복도 좋은 향을 따라 다닌다.’  [김승호, 『돈의 속성』중에서]

 

한때 말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줄줄 꿰어내는 이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언쟁을 벌이는 상황이면 머릿속은 하얘지고 가슴은 두근거렸다. 상대의 말 폭탄으로 인한 상처, 패배감, 언변의 부족함은 나를 침체시켰다. 감정을 다치고 나면 그 사람과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다. 언쟁에서 이긴 상대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우쭐대지만 결론적으로 그는 사람을 잃게 된다. 한 사람은 우주와 견줄 수 있는데 그 무한함을 스스로 걷어찼으니 말이다.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말과 글과 숨결이 지나간 흔적을, 그리고 솔직함과 무례함을 구분하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를.”  [이기주, 『말의 품격』중에서]

 

경비원들을 대상으로 심한 욕설, 폭행, 모욕을 가했다는 기사는 끊이지 않고 보도된다. 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곳에서 두드러진다. 혹시 주변에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함부로 하면서 당신에게는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언젠가 그 대상이 당신으로 바뀔 수 있으므로 멀리하라. 식당 종업원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삼지 말라는 ‘웨이터의 법칙‘을 명심하라.

 

철학자 최진석씨의 책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에는 ‘어떤 사람을 성인聖人이라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눈 내용이 있다. 최진석씨는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안 할 수 있는 사람이 성인’이라고 답했다. 또 『논어』를 인용하여 “길가에서 들은 소문들을 여기저기 옮기고 다니는 것은 덕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대부분은 누군가의 험담, 약점 파헤치기 등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말은 쉽게 내뱉을 수 있기에 참고 마음에 묻어두기 어렵다. 이토록 쉬운 일을 의지적으로 참아내야 하니 성인의 조건에 합당하다.

 

좋은 말도 세 번 이상 듣는 것은 지겹다. 명절에 친척들이 모여 덕담 삼아 해주는 말들이 상처가 되면서 사회적으로 명절 기피 현상까지 생겼다. 감정을 건드리는 말은 삼가야 한다. 특히 상대의 약점을 꼬집는 발언은 피하라.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 건 오만함이다. 솔직함을 가장한 직설은 상처를 주는 행위이자 나의 속 시원함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가 원치 않는 솔직함은 무례함이라는 걸 명심하라. 말은 내뱉기는 쉬우나 한번 내뱉으면 되돌릴 수 없고 그로인한 상처는 아물기 어렵다. 신중해야한다. 나의 말은 나에게 되돌아오고 온 우주는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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