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스타 박혜경, 그녀를 말하다
쿠킹스타 박혜경, 그녀를 말하다
  • 양서영 인재기자
  • 승인 2021.06.05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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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가 예술이 되다

박혜경 쉐프 그녀의 이야기

쿠킹스타 박혜경 쉐프

 

예부터 벌교 가서 주먹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다른 지역 사람들에 비해 힘이 월등하다는 말이다. 무엇에 근거하여 이런 말이 유례된 것인지 정확하게 특정할 수 없지만 이런 말이 전해 오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거란 짐작을 하게 된다. 벌교는 생물 지리학적 특징이 있거나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 람사르협약에 의해 지정된 습지 중 한 곳이다.

 

이곳에서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의 할머니는 식재료를 다루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단지 배를 채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요리법을 스스로 연구하며 개발을 했다.

 

예를 들면, 게장을 담글 때 활게를 사들여 바로 조리하지 않고 활게에게 소고기를 다져서 먹였다. 일정 기간 소고기를 먹인 활게로 게장을 담그면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오묘한 맛의 게장으로 탄생되었다. 식량이 넉넉하지 못한 시절에 섬에서 오리를 사육할 때 물고기를 잡아먹였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물고기를 먹고 자란 오리를 잡아 요리하면 비린맛이 나서 먹을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오리를 요리하려면 열흘 정도 사료를 먹여 비린맛을 제거했다고 한다. 무엇을 먹이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이 새삼 새로웠다.

 

그녀의 할머니는 획일화된 요리법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했고 그 결과 전혀 다른 맛의 게장을 가족들에게 먹일 수 있었다. 할머니의 요리에 대한 남다른 접근 방식은 그대로 어머니에게로 또 그녀에게로 전해졌다. 그녀의 어머니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새로 만들었다. 그녀들에게 요리는 요리 이상이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식재료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갖고 요리를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스며들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녀는 어릴때부터 본인도 모르게 요리학교 학생이 되어 있었다.

엄격한 교장선생님 역할을 할머니가 담당했다면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사감선생님 역할은 어머니였던 셈이다.

 

그녀가 요리를 시작한 나이는 아홉 살 무렵이다. 그녀는 자신이 만든 요리를 앞에 두고 요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혼자 설명하며 놀았다. 마치 사람이 앞에 있는 것처럼 상상하며 가르쳐주는 놀이를 즐겼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사람들이 먹고 맛있다는 말을 상상으로 들으며 짜릿한 즐거움을 느꼈다. 그녀의 놀이는 먼 훗날 그대로 이루어졌다. 바라봄의 법칙이 생각났다.

한가지 식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쉐프들의 선생, 박혜경

 

사람들이 그녀에게 붙여준 닉네임이다.

그녀가 요리를 통해 세상과 어떤 소통을 하며 살아왔고 앞으로는 또 어떤 소통을 하며 살아갈는지 물어보았다.

 

Q.  쉐프님의 요리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배경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에 <박혜경의 명품 찬방>이 입점하게 되면서 알려지게 됐습니다.

정직하게 정성을 다해 만들었더니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사람들이 맛있다며 칭찬을 해주시니 고마움에 어떻게 하면 더 맛있고 건강한 요리를 만들까 매일 고민하며 연구하게 됐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시게 됐나요?

예를 들면 이런거예요. 어떤 식재료가 생각나면 먼저 머릿속으로 요리를 해요.

몇 명이 먹을 것인지, 기름에 볶을 것인지, 아니면 찌거나 구울것인지 요리 방법을 결정 해요.

그러면 양념의 비율이 결정되죠. 그렇게 가상으로 요리를 하면 믿기 어렵겠지만 전 그 맛이 느껴져요. 그 작업이 머릿속에서 완성되면 요리는 금방 식탁에 올라 갑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그 정도는 하는 것 아닌가 하시겠죠?

500인 분 요리를 할 때도 이 방법을 사용해요.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고 제 마음에 들지 않을때도 있었죠. 전 제 생각으로 먼저 맛본 맛이 나오지 않으면 그 맛이 나올 때까지 포기 하지 않았어요.

 

Q. 쉐프님과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원성이 들리는 것 같은데요? (웃음)

맞습니다. 직원들이 저 때문에 고생이 많았습니다.(하하)

 

Q. 쉐프님의 요리가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세운 원칙이 있습니다. 모든 식재료를 국내산으로 사용하는 거예요. 양념이나 각종 소스에 들어가는 재료 모두를 국내산으로 했어요.

 

Q. 양념류 전부를 국내산으로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원가가 올라간다는 겁니다. 사실 계산을 제가 못해요.(웃음) 자본에 반하는 사고방식인 줄 알지만 제 요리에 대한 품격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Q. 쉐프님에게 요리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요리는 하나의 인격체입니다. 요리가 완성된 결과도 중요하지만 제겐 만들어지는 과정이 더 중요해요. 조리과정은 보이지 않는 양심과 같다고 생각해요.

 

Q. 쉐프님 말씀을 듣다보니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와 정면으로 부딪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욕심을 덜 부리면 가능합니다. 전 사실 경영에 대해서 무지했어요, 그저 요리가 좋아서 하다보니 어느 날 <요리연구가 박혜경’> <쉐프들의 선생 박혜경’>이란 말을 듣게 된 것 뿐이예요.

 

Q.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쉐프님은 요리를 할 때 어떤 바람을 담고 만드시나요?

전 워킹맘들을 생각하며 요리를 해요. 워킹맘들이 맘 놓고 자녀들에게 먹일 수 있는 음식을 만들자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어요. 조미료 범벅된 음식은 지양하자, 참기름 맛을 낸 저렴한 기름은 사용하지 말자, 고기량을 늘리기 위해 떡갈비에 콩고기를 섞는다거나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산 마늘과 생강을 쓴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하며 제가 한 일이 천일염 50가마를 산 거예요. 간수를 충분히 뺀 천일염은 미네랄도 풍부하고 음식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Q. 쉐프님 말씀을 듣다 보니 감동이 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게 가능한 일인가 궁금합니다.

회사가 이윤을 내지 못하면 요리를 계속 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그래서 결국 망했습니다.(웃음)

 

Q. 망했다는 말씀을 이렇게나 호탕하게 하시니 당황스럽습니다.

괜찮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이 많고 배운 점이 많아서 감사합니다.

 

Q. 쉐프님의 원칙이 수정되거나 바뀌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에게 요리란 인격체라고 말씀드렸는데 어떻게 배신을 할 수 있겠어요. 제 원칙과 현실을 비교하며 스스로 빠져나갈 당위성을 찾기란 사실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전 원가절감을 위해 건강하지 못한 음식을 세상에 내놓고 싶지 않은 그 마음 하나뿐입니다.

 

Q. 그렇군요. 그럼 어떻게 다시 요리를 하게 되었나요?

요리는 제 삶이고 제 분신이예요. 한번도 쉰 적은 없어요. 회사를 정리하는 중에 기획사의 제의로 뜻하지 않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어릴 때 혼자 요리 과정을 설명하며 놀았던 일을 하게 되니 참 신기하고 재미가 있었어요.

 

Q.  , 그렇네요. 미리 준비된 유튜버셨네요.(웃음)

생각지도 못하게 구독자분들이 빠르게 늘어갔어요. 그분들과 함게 소통하며 요리를 만드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전 멀리 보고 달리는 장거리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제 앞에 놓여진 트랙을 달려가는 여정속에서 부끄러움이 없는 요리를 세상에 내놓겠습니다.

 

Q.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박혜경 쿠킹스타하면 정직이란 단어가 떠오르게 할 제품을 만들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 세상에 내놓겠습니다. 제가 만드는 떡갈비와 소불고기를 명품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립니다. 제가 눈속임으로 각종 화학 제품과 저렴한 식재료로 요리를 만든다면 이윤은 많이 남길 수 있겠지만 제 마음은 가난해져 갈 겁니다. 요리가 완성되는 조리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고기 특유의 잡내를 없애기 위해 세척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물에 담가 핏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작업이 아주 고된 일이라  아무도 쉽게 시도를 하지 않는 일입니다.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야 명품요리가 탄생합니다. 모든 양념은 국내산만 사용합니다. 전 원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원가 계산하면 절대 건강한 제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이윤을 덜 남기면 가능합니다. 이제는 절 신뢰해 주시는 분들이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고 있어서 망할 염려는 없다고 생각합니다.(웃음)

 

Q. 그런 신뢰는 단기간에 이뤄낼 수 없었을텐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 제가 자부심을 갖고 무쇠 철팬 뿐만 아니라 칼, 도마를 판매하는데요. 코팅된 제품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무쇠 팬을 길들이는 게 어렵습니다. 그래서 매뉴얼에 자세히 설명을 해놓고 유튜브를 통해 설명해 드려도 실수를 하시는 분들이 초창기에 많이 계셨어요. 전 판매자 입장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을 해요. 얼마나 속상하시겠어요. 엄밀히 따지면 전 교환해 드릴 의무는 없어요. 생산자의 실수가 아닌 사용자의 실수니까요. 하지만 전 모두 교환해 드렸어요.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세운 원칙 중 하나가 소비자 한 분을 만 분으로 생각하자예요. 한 분 한 분을 진심으로 대했더니 처음엔 제게 화를 내시다가도 이내 감사하다는 말씀들을 해 주셨어요. 소비자분들은 저를 믿고 구매 하신 건데 제가 변명하면 촌스럽잖아요. 아무리 완벽하게 점검한다 해도 실수는 있을 수 있으니까요. 전 제 실수에 바로 손을 드는 장점이 있어요.(웃음)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소비자 분들의 마음을 좀 더 편안하게 해드리는 방법을 고민하다 칼과 철팬은 5년이상 A/S해드리고 도마는 평생 해드리자고 결정했습니다.

 

Q. 말씀을 듣다 보니 참 이상한 요리연구가란 생각이 듭니다. 세상은 듣기에 좋은 말로 가득차 있는데요. 아무리 좋은 가치관을 말한다해도 그 가치관대로 행동하며 사는 일은 별개일 수 있는데 쉐프님은 그것을 실천하며 살고 계시는군요.

어릴 때 할머니께서 음식을 만드셔서 마을 분들과 나누시고 어머니께서도 그렇게 하시는 걸 보며 저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을 살리는 요리를 하는 일에 점점 더 책임감을 갖게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저는 꿈을 꿉니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밥을 먹이는 일이 제 꿈입니다. 훌륭하신 분들이 이미 하시고 계신 그 일에 저도 걸음을 옮기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녀와 인터뷰를 하며 느낀 건 올곧음이었다.

시원시원하게 말을 이어가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던 그녀가 숨을 가다듬고 단호한 목소리를 내는 대목이 있었다. 그 대목은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였다. 식재료는 그렇다쳐도 양념류 전부를 국내산으로 쓴다는 건 자본주의에 반하는 행동이다. 함께 일하던 직원들과 지인들의 타박에도 자신이 세운 원칙을 고수했다.

이쯤되면 사람들은 감탄을 하기보다 의심을 할지 모른다. 그건 이상주의자의 이론에 불과하다고 머리를 저을지도 모른다. 원칙대로 하다간 반드시망할 거라는 생각을 하며 혀를 찰지도 모른다.

맞다. 그래서 그녀는 망했다.

그러나 그녀는 오늘도 요리를 한다. <한 분을 만 분으로 >여기며 요리를 한다. 자신이 만든 제품을 명품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 낸 전략적인 단어가 아님을 그녀의 행보를 통해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나는 일은 많은 부분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한다. 직접 만들지 않은 음식을 식탁에 올리는 일에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워킹맘들에겐 기쁜 소식이 될 것이다. 그녀의 명품 요리들은 <박혜경 쿠킹스타 네이버밴드 >에서 판매되고 있다. 기자에겐 요리계의 유기농을 만난 기쁨이었다.

원칙의 기준이 모호해지는 시대에,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바쁜 시대에, 박혜경 쉐프의 세상을 거슬러가는 경영 시스템은 감동을 넘어 숙연하게 만든다. 올곧은 마음으로 트랙을 달리는 박혜경 쉐프는 이미승리한 경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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