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는 언어 - 수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하는 언어 - 수어
  • 박선주 인재기자
  • 승인 2021.08.06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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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언어 - 수어



청각장애인들은 소리로 말을 배울 수 없어서 ‘보이는 언어’를 사용한다. 이 ‘보이는 언어’가 바로 ‘수어 (手語, Sign language)’다.

이처럼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농인’이라고 한다.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르면 ‘한국수어’는 ‘한국수화언어’를 줄인 말로, 한국어나 영어와 같은 독립된 언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수어는 한국어와는 문법 체계가 다른, 대한민국 농인의 고유한 언어이다.

수어는 나라별로 모두 다르다. 한국수어를 사용하는 한국 농인과 미국수어를 사용하는 미국 농인은 서로의 수어를 배우지 않고는 소통하기 어렵다.

농인은 볼 수 있으니 한글로 의사소통을 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한국어 단어와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농인은 농인이 아닌 한국 사람이 외국어를 어려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어를 어려워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농인이 한국어로 말하는 사람의 입 모양만 보고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한국어 단어와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농인이 입 모양만 보고 상대가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 (국립국어원)

 

철원에서 농아인의 권익증진과 복지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철원군농아인협회 직원들을 만나보았다.



 

질문) TOP NEWS 구독자 분들께 철원군농아인협회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TOP NEWS 구독자 여러분!!

저희는 철원군농아인협회입니다. 저희 협회는 2003년 설립하였고, 수어통역서비스를 기반으로 사회교육, 여가활동, 지역사회 인식개선 활동 등 농아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권익옹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수어로 소통하고 더불어 함께 사는 아름다운 사회를 위하여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철원군장애인연합회 건물
철원군장애인연합회 건물



질문) 수어통역센터와 구성원 그리고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철원군수어통역센터는 장애인복지법 제58조 제1항 제2호 규정에 의한 장애인 지역사회 재활시설로 청각언어장애인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수어통역 및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운영법인은 농아인협회입니다.

저희 센터의 직원은 센터장 1명, 통역사 3명입니다. 통역사는 청각장애인통역사(농인)와 수어통역사(청인)가 있습니다.

청각장애인통역사는 농인과 수어통역사 사이에서 다시 한 번 수어로 중계통역을 담당하고, 수어통역사는 농인과 청인의 사이에서 한국어를 한국수어로, 한국수어를 한국어로 통역하는 일을 합니다.

수어통역사는 뉴스나 행사에서 많이 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지만, 청각장애인통역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농인이라고 모두 한국수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수어 한국어 사용이 능숙한 사람, 교육을 받지 못하여 한국어나 한국수어를 사용 할 수 없는 사람, 한국수어는 잘 구사하지만 한국어를 읽고 쓰는데 서투른 사람 등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때문에 수어통역사와 농인의 의사소통에서 오류가 발생될 경우 청각장애인통역사가 중계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한 경찰이나 법원 등 중요한 정보를 통역할 경우 농인의 권익을 보호를 위하여 수어통역사와 청각장애인통역사가 함께 통역을 맡게 됩니다.



 

(왼쪽부터 센터장 겸 지회장 김명환, 청각장애인통역사 김영근팀장, 수어통역사 김미선, 최진옥)
(왼쪽부터 센터장 겸 지회장 김명환, 청각장애인통역사 김영근팀장, 수어통역사 김미선, 최진옥)



질문) 시청각 중복 장애를 가진 농맹인을 위한 촉수어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시각과 청각에 중복 장애가 있는 사람을 농맹인(시·청각장애인)이라 부르는데요. 수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농맹인의 의사소통방법이 촉수화입니다. 촉수화는 농맹인의 손 위에 상대방이 손을 올려 손동작을 하여 농맹인이 그 움직임을 느끼게 해주는 소통방식입니다.

농맹인은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유형으로 규정돼있지 않아 적합한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 활동보조 인력이나 촉수어통역사 또한 찾기 힘들어 대부분의 농맹인들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으며, 사회에서 고립된 농맹인을 발굴하고 그들의 자립과 소통을 돕는 활동보조 서비스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질문) TOP NEWS 구독자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한국수화언어법, 수어의 날, 농아인의 날, 한국수어능력검정시험 에 대해 설명 해주세요.

- 한국수화언어법

2016년 2월 3일 공포되었으며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이며 한국수어언어사용자의 언어권과 삶의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수화언어법을 줄여 한국수어법이라고도 부릅니다.

- 한국 수어의 날

2월 3일로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로 2021년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었습니다.

- 농아인의 날

6월 3일로 1946년 6월 설립된 조선농아인협회 설립을 기념하는 6월과 귀모양을 형상화 한 숫자 3을 합하여 1997년 6월 3일을 농아인의날로 제정하고 올해 제25회 전국농아인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 한국수어교육능력 검정시험

한국수화언어법이 재정된 후 한국수어가르치는 사람에게 법에서 정한 조건을 갖춘 경우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 입니다.



 

가치봄영화(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 화면해설 영화)를 상영중인 철원의 작은영화관
가치봄영화(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 화면해설 영화)를 상영중인 철원의 작은영화관



질문) 방송을 통해서 수어통역사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수어통역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수어의 구성 요소 중 비수지기호가 있습니다. 얼굴 표정을 비롯해 입술 모양, 눈썹의 움직임, 몸의 방향을 모두 비수지기호라고 하는데요. 수어에서 비수지기호가 가장 중요합니다. 표정이나 손의 위치 몸의 방향 등이 다르면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말의 톤이나 억양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전달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서 수어통역사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통역을 합니다. 대신 수어통역외에는 늘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소독제를 가지고 다니며 위생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질문) 농아인에 대한 사회인식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수어통역사로 근무하면서 "좋은일 하시네요!"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보통 외국어 통역사에게 “좋은일 하시네요!”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죠?

이처럼 농아인을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장애인인식개선을 통하여 사회적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차별적인 시선이 아직도 많습니다.

농아인은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의사소통방법과 문화가 다를 뿐 편견 없는 시선으로 대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질문) 철원에서 수어통역사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시겠어요?

작년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철원에 큰 홍수 피해를 입었는데요. 마을에서 하는 대피방송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저희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해드리고 피해 입은 곳을 방문하여 복구지원을 하였습니다. 또한 강원도농아인협회 임.직원 및 회원들이 빠른 복구를 기원하며 십시일반으로 모음 성금 800만원을 피해 농가정에 전달하였습니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 감동으로 전해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질문) 수화통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을 위해 자격증 과정을 소개해주세요.

수화통역사 자격증은 사)한국농아인협회에서 진행하는 [국가공인 민간자격 수화통역사 시험]에 응시하여 1차 필기시험, 2차 실시시험, 3차 합격자 연수를 거쳐 자격증을 발급 받습니다.

 

○ 1차 필기시험

1. 응시자격: 만 19세이상

2. 시험과목

: 한국어의 이해, 장애인복지, 청각장애인의 이해, 수화통역의 기초

3. 합격기준

가.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 각 과목당 40점 이상 득점한 자.

나. ‘가’를 충족시킨 자로서 ‘한국어의 이해’와 수화통역의 기초‘가 각각

60점 이상인 자.

 

○ 2차는 실시시험

1. 응시자격: 1차 필기시험 합격자

2. 시험과목: 필기통역, 음성통역, 수어통역

3. 합격기준

가.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 각 과목당 40점 이상 득점한 자

나. ‘가’를 충족시킨 자로서 ‘음성통역’이 60점 이상인 자.

 

○ 3차는 합격자 연수

1. 응시자격: 2차 실시시험 합격자

2. 원서접수

- 접수기간 내에 인터넷 접수 (http://slitt.deafkorea.com)

- 접수기간 내 우편발송 - 반명함판 사진 2매(자격증 발급용)

청각장애인 문화를 이해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을 도와줄 여러분의 도전을 응원하겠습니다.



 

청각·언어 장애인의 편의를 돕고 수어에 대한 비장애인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수어교실)
청각·언어 장애인의 편의를 돕고 수어에 대한 비장애인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수어교실)



질문) 철원군 농아인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수화통역사로서 개인적이 바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철원군농아인협회 가입 회원 중 80%가 고령입니다.

고령임에도 의사소통 문제로 마을마다 있는 노인정을 이용할 수 없는데요 그렇다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활동이 줄어들게 되어 우울증 및 대인관계에도 점점 소극적이 됩니다.

그래서 농아인들이 자유롭게 모여 소통할 수 있는 농아인쉼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수화언어법이 다양한 영역에서 국가와 지방자체단체의 의무들을 명시하고 있지만 농인들의 실질적 정보접근 보장을 위한 수어통역의 제공은 미비합니다. 철원지역에서 개최되는 행사나 정보전달 내용에 수어통역이 제공되어 철원농아인의 권익이 증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수어의 매력을 알고, 마주보면서 하는 아름다운 언어 수어를 비장애인들도 배워보면서 농인문화를 이해하고, 가벼운 인사정도는 수어로 나눌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로 인사정도는 가볍게 하듯이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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