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 연주로 대통령상 수상한 정누리, "남은 인생 중독자 치료위해 살터"
거문고 연주로 대통령상 수상한 정누리, "남은 인생 중독자 치료위해 살터"
  • 김변호
  • 승인 2015.06.2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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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4일(토) 12:10 KBS1TV에 출연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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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국악콩쿨에서 대통령상 수상을 차지한 거문고 연주자 정누리씨가 KBS국악한마당에 출연하고있다.

아픔과 고통의 나날을 딛고 일어서서 인간승리를 이루어낸 거문고 연주자 정누리(39) 씨를 기자가 만났다. 지인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고 ‘고통스런 삶을 살아온 흔적으로 지친 얼굴’일거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밝고 환한 얼굴을 보면서 놀랐다.


정 씨는 삶의 우여곡절이 있는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밝고 환한 인상이었다. 함께 식사하며 인터뷰하는 내내 숙성된 한 인간의 고고함을 엿보는 듯 했다.


우선 2015년 음악 콩쿨에서 거문고 연주 대통령 상을 받은 이야기부터 물어보았다. 그 힘든 상을 어떻게 받게되었냐고 질문했더니 정 씨는 주저함없이 “죽을 각오로 연습했어요.”라고 말했다.


 

거문고는 정 씨의 인생이었고, 삶이었으며 꿈이었다. 잠깐 거문고와 이별을 하고 일탈해 거문고와는 거리가 먼 중독상담 전문가로 변신했었다.


그러나 다시 거문고로 돌아와 거문고를 품에 앉고 울며 연습하고, 거문고를 끌어안고 잠을 자듯 지쳐 쓰러져 들어눕기도 했다. 누구에게도 인생의 아픔을 이야기 할수 없어 가슴에 남은 삶의 고통의 흔적을 털어놓을 수 없을 때 정 씨는 종종 거문고와 대화를 나눈다.


거문고는 정 씨의 마음을 헤아리고 품어주고 묵묵히 들어주곤 했다. 그런 거문고가 정 씨를 위로하듯 대통령상 수상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지금 정 씨는 거문고와 헤어질수 없는 숙명관계가 되어있다. 정 씨는 거문고와 꿈을 키우고 있다. 거문고를 통해서 영혼을 치료하고 회복시키며 자신과 같이 마음에 고통을 안고 사는 자들에게 거문고의 선율을 통해서 위로를 전하기위해 기도하고 있다.


오늘의 정 씨가 있기까지는 신앙의 힘이 컷다. 인생을 포기하려는 순간 찾아온 신앙이 오늘의 정 씨는 만들어 주었다. 또한 거문고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이제 정씨는 삶을 비관하지 않고 씩씩하고 당차게 도전하고 있다.


 

대통령상 수상과 함께 서울대대학원에 다시 입학하여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으며, 이곳 저곳을 다니며 거문고 공연을 벌이고 방송에도 출연했다. 또한 자신의 연주가 누군가에게 힘이되고 도움이 된다면 땅끝이라도 달려가겠다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다.


정 씨에게 지난날의 아픈 과거를 물었다. "무엇이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냐"고 물었다.


정씨는 “2009년 거문고 연주자로 활동하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때 남편을 따라 아이 셋을 데리고 미국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햄버거 가게, 한식당 등을 운영하며 다시금 삶에 희망을 가져보려고 몸부림쳤다.”라고 힘들게 말했다.


이어서 “한국에 돌아온 나는 숨돌릴새도 없이 남겨진 아이들과 다시 삶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활은 너무 어렵고, 세상을 향해 두려움이 앞섰기에 선 듯 다시 시작하겠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없었다. 이때 지인의 도움으로 제주도에 있는 열방대학에 입학하여 약 2년여간 DTS 훈련과 상담학교과정을 공부하게 되었다. 이때 중독회복을 위한 상담사역을 준비하는 ‘중독상담학교’를 하며 가까운 사람을 용서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저는 중독자들과 가족들의 회복을 돕는일에 비전을 가지게 되었고, 중독상담사로 일하며 중독회복방송(팟캐스트 '미친변기‘)를 만들어 음지에 있는 중독자들과 아픔을 공유하였고, 중독회복콘서트 등을 연출하고 진행하며 각종 중독에 빠져있는 많은 분들과 손을 잡고 함께 울고 웃으며 저의 삶도 놀랍게 회복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이후 저는 다시 거문고 연주자로써 재기를 꿈꾸며 앞으로 제가 할 일은 연주자로써 아파하는 많은 사람들,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것을 위해 영향력있는 연주자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고, 올해 6년의 공백을 깨고 콩쿨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저의 가는 길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에서 연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전공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연주력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과 호흡하며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아픔과 삶의 회복을 함께 노래하고 싶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 씨에게 거문고 연주자가 중독상담사와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중독상담사를 공부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정 씨는 “저는 처음에는 음악을 전공하여 연주자 및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가까운 가까운 사람이 심한 도박중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어떻게든 도움을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쉽게 정보를 얻을 곳도 도움을 받을만한 곳도 없었다.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느끼게 된 것은 참 많은 가정이 가족구성원의 중독문제로 많이 아파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중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가까이에 없다는 것이었고, 중독을 조기에 예방할 수 있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과연 중독이 무엇이길래 한 개인과 한 가정을 한순간에 파괴하는 걸까’ 하는 궁금증으로 직접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 이 분야에 뛰어들게된 동기이다. 먼저 심리상담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한 후에 중독상담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였고, 지금 일하고 있는 서울중독심리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중독상담사양성을 위한 인턴쉽 과정을 마치면서 중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실제적인 치료방법 등을 배우게 되었다. 인턴쉽 과정을 마친 후 서울중독심리연구소에 남아 인턴상담사로 일하게 되었고, 임상경험을 쌓은 후에 현재는 연구원 및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라고 중독상담을 공부하게된 이유를 말했다.


기자는 다시 정 씨에게 “중독자들을 상담하면서 힘들고 보람되었던 때는 언제였는가”를 질문했다. 


정 씨는 “상담하면서 힘든 점은 아무래도 중독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 만성적인 질병이자 평생 관리해야 하는 습관성 질병인 만큼 빠른 회복이나 변화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기다리고 인내하며 함께 해야 하며 치료의 과정에서 중독자가 느끼는 좌절과 고통을 함께 느끼며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일을 하게 될 때 느끼는 가장 큰 의미와 보람은 바로 중독을 통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이 가지는 고귀한 존재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깨닫고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비록 삶의 한 부분이 망가진 것이 중독이지만, 그 중독을 인식하고 회복해가는 과정에서 겸손함과 용기를 배우고 개인의 고유한 가치를 함께 배우면서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인생의 재기에서 성공한 정 씨가 지금처럼 밝고 환하게 살아가길 바라며, 용기를 내서 힘차게 도전하여 마침내 “나는 나 자신과 싸워 이겼다.”는 외침을 곳곳마다 다니며 외칠 때에 많은 자들이 용기를 얻고 일어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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