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박사의 ‘서번트 리더십’ 특강(1)
박성준 박사의 ‘서번트 리더십’ 특강(1)
  • 김수동
  • 승인 2017.06.1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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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번트 조직을 세우는 리더"라는 보다 확장된 새로운 서번트 리더십 정의 필요해”


박성준

▲ 박성준 박사 / 숭실대학교 초빙교수

문 대통령의 국민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국민들은 ‘아 대통령이 저럴 수도 있구나, 저런 모습이 진짜 지도자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최근 국민들의 지도자상과 리더십에 대한 이해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분위기로 인해 최근 리더십이론 중에서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서번트 리더십은 미국의 로버트 그린리프(Robert K. Greenleaf)에 의해 처음 제시된 리더십 개념으로 ‘리더가 자신의 유익보다는 먼저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섬기고자 하는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열정으로 다른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이다. 즉 서번트 리더십은 ‘리더(leader)’와 ‘하인/섬김(servant/serving)’이라는 상호 역설적인 두 가지 개념이 합성된 개념으로, 한마디로 다른 사람을 섬기기 위해서 이끌고(lead to serve)하고, 이끎으로써 다른 사람에 대한 섬김과 봉사(serving by leading)의 목적을 추구하는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린리프는 헤르만 헤세(Herman Hesse)의 소설작품인 ‘동방순례(Journey to the East)’를 통해 위대한 리더는 먼저 다른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소설 속의 주인공인 레오(Leo)가 바로 자신이 찾던 새로운 리더의 전형적인 모델임을 발견하면서 ‘The leader as servant’라는 서번트 리더십 개념을 창안하였다.

 

그에 따르면 ‘동방순례’에 등장하는 모든 순례자들이 자신들의 허드렛을 일을 돕는 하인으로만 생각했던 레오가 나중에 바로 그 순례단을 후원하는 리더로 드러난 것처럼, 서번트 리더는 자신의 관심을 다른 사람의 요구를 만족시키는데 두고, 다른 사람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을 도와주고, 그들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일에 가장 우선시 한다고 제시하였다. 따라서 서번트 리더십 개념에서의 리더의 역할은 조직관리, 통제, 명령, 지시 등을 강조하는 전통적 리더의 역할과 달리 자신을 종업원의 하인(종)으로 인식하고, 지시와 명령, 통제보다는 부하의 성장과 발전, 성공을 우선시한다.

 

한편 그동안 서번트 리더십에 대한 개념을 정의하기 위한 노력이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예를 들어 심스(Sims)라는 학자는 서번트 리더십을 ‘모든 추종자들의 개인적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고, 그들의 리더로서의 창조적 역량을 일깨워 주는 리더십’이라고 정의하였고, 보이어(Boyer)는 서번트 리더십을 ‘섬세하며 경청하는 리더십, 부하와 동료의 발전을 장려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리더십’으로 정의했다.

 

또한 리더십 연구 권위자인 대프트(Daft)는 서번트 리더십을 ‘상하의 입장이 바뀐 리더십(upside-down leadership)’으로 표현하면서 ‘타인의 필요에 맞추어 봉사하고 타인을 성장, 발전시키며 다른 사람에게 정서적, 실질적 기회를 제공하는 리더십’으로 규정했다.

 

즉 그린리프나 여러 리더십 연구자들의 정의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서번트 리더십의 핵심적인 특징은 기존의 리더십 이론과 달리, 리더의 우선적인 역할을 추종자에 대한 봉사와 섬김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서번트 리더십은 리더가 리더 자신이나 조직의 이익이 아니라 추종자들을 향한 자기희생과 이타적 서비스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면에서 다른 리더십과는 근본적으로 차별성이 있는 독특하고 새로운 리더십 패러다임이다.

 

그런데 서번트 리더십의 개념을 규정함에 있어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는데, 그것은 서번트 리더십을 주창한 그린리프가 이 개념을 처음 제시했을 때의 본래 의도이다. 그린리프에 따르면 그가 이러한 서번트 리더십의 개념을 처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대학시절 어느 노교수의 노동사회학 강의를 들으며 교회, 기업, 정부, 노동조합, 대학 등과 같은 큰 기관들이 점차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사회적 상황에 반해 이들 기관들이 정작 설립 목적과 달리 사람들을 제대로 섬기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그리고 서번트 리더십은 그가 그 노 교수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나서부터 평생 동안 고민하며 연구한 끝에 찾아낸 ‘사회의 모든 기관들을 서번트처럼 섬기는 자세를 가진 기관’으로 다시 세우고자 하는 그의 철학적 비전이었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즉 교회, 기업, 정부, 노동조합, 대학 등과 같은 거대한 제도적 기관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기관들이 우리를 제대로 섬기지 못하고 있다. (중략) 하지만 만약 제도권 내에서 공공 이익을 위해 그 기관들을 선의의 방향으로 끌어가는 사람이 없다면 근본적인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거대한 기관에 뛰어 들어 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사람이 너희 가운데 있기를 바란다. (중략) 그날 나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노교수의 메시지를 받아들였다(Greenleaf, 1977, p.15-16)

 

서번트 리더십이란 개념은 1960년대 말고 1970년대 초 대학이 학생운동으로 신음하는 동안 그들과 함께 고민하면서 깨달은 것이다(Greenleaf, 1977, p.17)

 

따라서 서번트 리더십을 주창한 그린리프의 본래 의도와 취지를 충실히 반영한 개념 정의를 위해서는 봉사와 이타성 등 리더 개인의 서번트적 특성과 더불어 리더가 자신이 이끄는 조직을 보다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서번트 조직으로 세우고자 목적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측면이 함께 통합되도록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들과 강연자들에 의해 회자되는 서번트 리더십의 개념은 대부분 리더 개인의 서번트적 특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서번트 리더십이 가지는 본래의 철학, 취지, 영향력이 제한되어 왔다.

 

이에 저자는 그린리프가 본래 의도했던 서번트 리더십의 비전과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서번트 리더십을 ‘이타심과 봉사정신에 기초하여 추종자들을 섬기는데 우선권을 두면서 동시에 자신이 속한 조직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섬김의 조직(공동체)로 세우고자 하는 리더십’이라는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새롭게 정의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따라서 진정한 서번트 리더(servant leader)는 리더 개인이 이타적 봉사정신으로 조직 구성원들을 세밀하게 섬기는데 그치지 않고, 조직 전체가 본래 설립 목적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서번트 조직(servant organization)으로 변화되도록 전략적으로 역량을 발휘하는 리더라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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