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영화 한편 읽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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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문형
  • 승인 2015.11.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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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 리스트

어두운 집안에 촛불이 켜지고 조용하게 기도소리가 들리다가 이내 촛불이 꺼지면서 촛불심지에서 가느다랗게 피어 오르는 양초 연기가 방안에서 사라질 즈음에 힘센 증기 기관차가 기적을 울리며 시내로 막 도착한다. 그 큰 연통에서 품어대는 연기는 촛불이 꺼지면서 사라지는 작은 연기와 비교되면서 무엇인가 불행이 예상됨을 느끼게 한다.

 

1939년 9월 독일은 폴란드 군대를 2주 만에 완파한 후 폴란드에 거주하고 있는 유태인들을 그들이 살고 있는 지방을 떠나 크라코프로 이주하게 한다. 그들은 매일 만명이상의 유태인들을 가족단위로 이름을 등록하게 한다.

(크라코프는 히틀러가 세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6Km정도의 도시)

헬레나, 후레스이자크, 바이츠만 마커스, 엘사바우만,요제프클라인….

 

장면이 바뀌고 한 신사가 돈을 두둑이 지갑에 준비하고 정장에 어울리는 넥타이를 골라 맨다. 그리고 그 공포의 상징인 나찌의 철십자로 불리는 스바스티카 문양의 마크(하켄크뢰츠)를 양복 깃에 정확하게 단다. 그리고 신사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바(Bar)로 간다. 바에는 흥겨운 음악이 울리고 전쟁에서 돌아온 고급장교들이 여인들과 춤을 추고 있다. 

신사는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리다 자리를 잡는다. 담배연기 사이에 자신의 얼굴을 감추며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윽고 그는 한 무리의 장교들이 앉아 있는 곳을 주목한다. 이때 계급이 높아 보이는 장교가 아가씨의 안내를 받으며 예약석인 빈자리를 찾아 앉는다. 신사는 그 장교가 자리에 앉은 것을 보면서 종업원에게 팁을 건네며 장교가 앉은 테이블에 술을 돌리라고 주문한다. 누가 보낸 술이냐고 물으면 내가 보냈다고 하면서…

이렇게 해서 신사는 유태인을 관할하는 지역사령관인 거트 소령과 한 자리에 앉게 된다. 전쟁 중에 군에 납품할 공장과 그 공장에서 일할 인건비 지급이 필요 없는 유태인들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한 건 멋지게 해 보려는 속셈이다.

 

이런 속셈을 가진 신사는 지배인에게 창고에 제일 좋은 와인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37년산 독일산 백포도주가 있다고 하자. 프랑스산 보르도나 28년산 샤토 라투르가 있냐고 묻는다. 장교들은 그 신사의 돈 씀씀이에 푹 빠진다.  

건너편에서 장교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신사를 한참 주시하던 또 한 사람의 독일군 고급장교가 지배인에게 저 친구가 누구냐가 묻자. 지배인은 신사의 이름이 ‘오스카 쉰들러’라고 일러준다.

 

24인으로 구성된 유대인평의회 멤버들이 이주한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행정을 돕지만 이들 역시 독일군들에 의해 시키는 일을 할 뿐이다. 노동, 음식, 주택 등에 대하여 항의를 하고 있는 복잡한 평의회 사무실로 쉰들러가 들어오면서 이작스턴을 찾는다. 그가 그릇공장 회사에서 회계를 보았던 경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쉰들러에게 자신이 법에 의해 회사의 중요한 일을 할 수 없는 유태인임을 밝히자, 쉰들러는 자기는 독일인이라고 하면서 더 이상의 설명을 끊는다. 그러면서 곧 바로 군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식기 세트 같은 물품을 제조하는 사업이야기를 꺼낸다. 전쟁 중이라 좋은 장사거리가 될 수 있다면서….

이작스턴을 통해  더 이상 돈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유태인  투자자를 모아 그는 그릇공장을 가동한다. 처음 투자자들은 회사의 지분을 요구했지만 전쟁 통에 그것도 법률적으로 유대인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도록 해 둔 독일의 비상령에 묶여 쉽게 쉰들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공장에서 일할 사람을 선발하는데 지원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폴란드인들은 하나도 고용하지 않고 오로지 노동력이 헐값인 유대인들만 고용이 된다. 공장 작업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기능을 가진 자들이 선발되어야 하지만 공장 운영을 맡은 스턴은 유대인 평의회 회원들의 눈을 피해 학식이 있고 유능한 인재들의 서류를 속여 공장 직공으로 취업을 시키는데 지원을 한다. 공장이 아닌 군인들이 관리하는 막노동의 현장에서는 일하는 것이 서툴러 이들은 쉽게 총살이 되기 때문이다.

 

공장은 풀가동 되어 바삐 돌아가고 돈을 투자한 유대인들은 그릇으로 자기 몫을 받아 갔다.공장 운영에 대한 보고를 스턴으로 받은 쉰들러는 공장이 잘 돌아가냐고 묻자 전쟁이 끝나지만 않는다면 별일 없을 것이라 보고한다. 그러나 공장 밖의 유대인들의 상황은 최악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매일 강제 노동으로 끌려가고 그들이 분류한 한 무리의 사람들은 어딘지 모르게 기차와 트럭에 실려 가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차에 타면서 강제로 빼앗긴 가방에는 보석, 가죽신발 등의 아끼는 것들이 있어 이것들을 또 한쪽 공장에서는 유대인들을 동원하여 분류작업이 이루어진다.

 

1943년에 이르자 유대인들의 개인 주택은 완전히 폐쇄되고 그들이 강제노동을 통해 지은 공동숙소로 이주하게 된다. 이주 과정에서 군인들은 유대인 아이들을 동원하여 혹시 숨어 있을 사람들을 찾게 하고 들키면 가차없이 총살이 그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한 할머니가 발견되어 호루라기를 불어 군인들을 부르려다 친구의 할머니임을 알아보고 군인들의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죽음을 바로 앞둔 할머니는 한 시간의 생명도 생명이며, 한 생명을 구한 것이 세계를 구한 것이라고 하면서 아이에게 축복을 빈다.

총살은 여기 저기서 벌어지고 말을 타고 높은 곳에서 이 모든 광경을 바라 본 쉰들러의 얼굴이 굳어간다. 그 중에 공장 노동자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상부의 지시로 공장 가동이 멈추게 되자, 쉰들러는 군 고급장교들이 함께 모여 술자리를 즐기는 곳으로 간다. 그리고 그들을 개별로 만나 단판을 짓는다. 그들도 쉰들러가 화끈하게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그를 홀대하지 않고 이리저리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

다시 공장이 가동되면서 어떻게든 생명을 보존하려는 유태인들은 쉰들러 공장에서 일하기를 원하지만 기술자도 아닌 노약자들이 득실거리는 공장으로 비춰질까 봐 공장을 책임지고 있는 스턴에게 쉰들러는 수용소 전체를 관장하고 있는 커트 소장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혜로운 처신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쉰들러는 유대인들이 눈에 거슬리기만 하면 아무런 거리낌없이 총을 쏘아대는 것을 막기 위해 그와 일부러 술을 마시면서 진정한 힘은 용서임을 말해준다. 거트는 ‘위대한 힘’을 내 보이기 위해 한 두번 거슬리는 사람들을 용서하지만 이내 곧 방아쇠를 당겨 사람을 겨누기 시작한다.

집안의 하녀로 일하고 있는 헬레나에게 묘한 이성의 감정을 보이지만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오히려 심한 폭력을 휘두른다.

새로 수용소로 끌려온 이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들 군인들 앞에 완전히 벌거벗겨진 채로 달리게 하고 병약한 사람이면 모조건 트럭에 태워 아우슈비츠로 보내진다. 아이들은 트럭을 타지 않으려고 심지어 더러운 화장실 똥통에 겨우 목만을 내 놓고 죽음을 피하기도 한다.

 

그 해 겨울 독일군들은 땅에 묻은 만명이상의 유태인들을 다시 파내어 불에 태우는 작업을 했다. 사람들을 태우는 재 때문에 온 사방이 검은 색으로 뒤 덮였다.

이런 일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거트 소장이 쉰들러에게 앞으로 40일이 지나면 이제 남은 모두는 아우슈비츠 행이라고 알려준다. 더 이상 공장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 동안 스턴은 공장 운영을 하면서 쉰들러로 하여금 현실을 직시하도록 마음을 움직여왔다. 마침내 쉰들러는 유태인을 강제 노동 수용소로부터 구해내어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결심하게 된다. 쉰들러는 가방 여러 곳에 돈을 담아 거트 소장을 다시 만난다. 공장 직원들을 그대로 자기에게 넘겨 줄 것을 요구하는 협상을 하기 위함이다. 다른 폴란드인들도 괜찮은데 왜 이들이어야 하냐고 그 이유를 묻지만 쉰들러는 이들의 기술에 익숙해졌으므로 이들에 의한 공장 운영이 생산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 명당 엄청난 돈을 지불하기로 하고 공장 직원들 중심으로 명단을 작성한다. 처음에는 450명의 명단을 작성하지만 그들의 가족을 추가하고 어린아이들을 추가하면서 마침내 1,100명이 된다.

 

명단을 작성하던 스턴은 이 명단이야말로 선의 극치이며 생명의 명단이라고 말한다.

마침내 그들을 구해내어 기차에 태워 쉰들러의 고향인 체코슬로바키아의 즈비타우로에 있는 대포의 탄피를 만드는 공장으로 이동을 한다. 

그 와중에도 착오에 의해 여자 직공들을 태운 기차가 아우슈비츠로 가게 되고 이들은 그곳에서 머리를 깎고 가스실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그 촌음을 다투는 숨막히는 시간에 쉰들러는 그들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있는 돈을 다 털어 이들을 어렵게 구해낸다.

 

그러나 탄피를 만든 경험이 없는 자들로 이루어진 쉰들러의 군수공장에서 만들어진 군수품들은 모두 불합격되어 공장이 어렵게 되고 원자재를 살 수 없을 정도로 무일푼이 된다.  쉰들러에게 혹시라도 감춰둔 돈이 없느냐고 스턴이 묻지만, 처음부터 시설, 인력, 자재 등 모든 것들이 공장을 운영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기에, 쉰들러는 당연한 결과로 여기며 어떻게든 시간을 끈다.

 

1945년 전쟁이 종식되고 러시아 군대가 동유럽을 자유화시켰을 때, 쉰들러는 모든 공장 직원들과 나찌의 당원인 군인들을 앞에 모아 두고 연설을 한다.

나는 여러분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죄로 이제 몇 시간 이후면 도망자가 될 줄 모르지만 이제 여려분은 자유인이다. 살아 있다는 것을 감사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총을 들고 있는 군인들에게도 상부로부터 노동자들을 모두 총살하라는 지시를 받았겠지만, 살인자가 되지 말고 모두 가족에게로 돌아가라고 권유한다.

 

쉰들러 자신도 연합군에게 잡히지 않도록 도망을 가기 전, 자신이 살아있다는 안도감보다는 죄책감과 후회에 시달리게 된다.

“왜 나는 더 많은 유태인들을 구해내지 못하였는가?”

 

우리 모두는 자기의 삶의 터전에서 나보다 못한 이웃에게 쉰들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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