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길의 공화주의(7)]세상을 바꾸는 진짜 보수
[정준길의 공화주의(7)]세상을 바꾸는 진짜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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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2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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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세력은 있고 보수이념은 없다?

새누리당

▲ 새누리당 광진구을 당협위원장 정준길 변호사

보수라는 단어에는 특정세력에 의해 의도된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습니다. 보수운동 초기만 하더라도 보수진영 내부에서조차 ‘보수’란 용어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진보’하면 뭔지 모르게 세련된 것 같고 ‘보수’하면 낡은 고집불통쯤으로 연상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습니다.

 

좌파와 우파라는 단어는 어감 차원에서 평등한 처분을 받지만, 진보와 보수는 다릅니다. 진보와 보수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의 차이는 진보가 월등히 우월합니다. 단어가 주는 느낌상, 보수는 고리타분한 기득권을 지키는 나쁜 세력이고, 진보는 세상을 지금보다 더 살기 좋게 만들어 나가려는 좋은(세력)이라는 이미지가 부지불식간에 투영됩니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에는 소위 좌파로 대변되는 세력이 ‘진보’라는 단어를 선점하고 그에 반하는 세력을 ‘보수’ 즉 ‘더 좋은 세상으로 가기위한 일체의 노력을 반대하는 가치 내지 정치세력’으로 규정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진보진영 내부에서조차도 무엇이 보수이고 무엇이 진보인지에 대해 다수가 공감하는 기준이 없는 상태입니다. 대개의 경우 주관적인 사상적 편향을 잣대로 삼아 자신의 편의대로 보수에 대해 부정적으로 정의한 후 이를 비판의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보수와 수구에 대한 동일시 전략

 

이런 맥락에서 많은 진보주의자들이 ‘보수’가 변화를 거부하는 태도를 갖는 것처럼 묘사합니다. 이것은 의심할 바 없이 보수를 수구와 동일시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수구와 보수는 다릅니다. 수구가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의 것을 지키려고만 하는 데 비해 보수는 기본적으로 변화를 인정합니다. 다만 기존의 경험을 토대로 변화에 신중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며, 그 변화가 특정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목적론적인 역사관을 받아들이지 않을 뿐입니다.

 

변화에 대한 보수의 이와 같은 태도는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의 한계와 불완전성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어디까지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서 살고 있고, 자신이 속한 사회가 겪었던 경험에 제약을 받으며, 때론 이성보다는 감정의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에 결코 완벽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보수는 인간은 미래를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존재이고,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 역시 그러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이 때문에 기본적으로 변화에 신중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불확실성에 대해 신뢰할만한 근거를 찾을 때까지 그 반응을 유보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보수는 불확실한 것보다는 알려진 것을 선호하며, 사회적 권위를 인정하고, 과거나 미래를 현재와 결부시켜 이해하면서 그 사회가 세대를 거쳐 경험을 통해 이룩해 온 가치와 제도를 소중히 여기고 지키려고 합니다.  

 

보수세력은 있고 보수이념은 없다?

 

간혹 한국의 보수는 철학이 없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이 논리는 ‘대한민국에는 보수 세력은 있으나 보수 이념은 없다’는 지적으로 이어집니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이 견해는 곰곰이 뜯어보면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건국 당시 보수주의 정치철학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왕조시대의 전통과 권위를 철저하게 배격하며 수립된 신생독립 공화국이었고, 자유민주주의든 사회민주주의든 그 어느 것도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에 존재하고 있던 사회질서가 아니었습니다.

 

산업과 과정에서도 속칭 ‘지켜야 할 기존의 가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일제식민지하의 수탈과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추진하게 된 산업화 과정에서 이뤄진 급진적인 변화 역시 기존 사회의 가치와 전통을 전제로 이를 보전하고 개선하면서 진행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가면서 추진하였기 때문입니다.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와 관련해서 자유민주주의, 인권 등과 같은 적극적 개념은 가능하지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취하게 된 반공주의나 이후의 발전주의가 보수주의의 내용이 될 수 없다는 일부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공주의 내지 발전주의 역시 그 시대에 적합한 보수주의의 한 양태입니다.

 

반공주의와 발전주의는 정치적으로는 보수주주의 한 양태로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공산주의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서방국가들이 대한민국을 비롯한 제3세계 국가들에게 자본을 투자하여 경제적 발전을 유도하여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아내고자 한 정책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분단 및 한국전쟁의 경험을 거치면서 강력한 반공주의를 채택하게 되었고, 후발국으로 압축적인 근대화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당시 대부분의 지식인이 주장한 균형성장론, 농업 중시정책 등과 같은 근시안적인 이론을 채택하지 않고 대외 무역을 통한 성장이라는 발전주의를 과감하게 실천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오늘이 있게 된 것입니다.   

 

진짜보수가 나아갈 길

 

다시 보수라는 단어의 뉘앙스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처음 보수진영에 붙여진 ‘보수’란 명칭은 부정적인 뉘앙스였습니다.

 

그러나 보수라는 명칭은 현 시점에서 보면 결코 틀린 표현이 아니었습니다. 보수가 사회운동에 뛰어든 근본적인 동력은 반(反)대한민국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의 가치’를 수호하고 지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건국 이후 약 7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가치들이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무분별하게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의 것만을 일방적으로 고집하는 것은 가짜 보수입니다.

 

우리는 1993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기억합니다. 그는 혁신경영을 주창하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꾸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 말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강조한 말이지만, 저는 반대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모두 바꾸더라도 마누라와 자식은 바꾸지 말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수용하되, 그것이 무엇을 위한 변화인지? 그로 인해 본질적인 가치를 잃어버려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는 말입니다.

 

진짜 보수는 끊임없지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지금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정말 중요한 가치와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할 진정한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주체성을 가지고 자주적으로 대한민국의 중심을 제대로 지키고 이루어내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역할입니다.

 

보수야 말로 가족과 이웃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건전한 공동체를 지키겠다는 의지,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자랑스런 국가의 안위와 미래를 생각하겠다는 굳건한 애국적 열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보수라는 깃발이야 말로 애국심을 가진 우리의 심장에 새겨진 자랑스런 훈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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