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 아름다워지는 글 - 산새와 스님
감성이 아름다워지는 글 - 산새와 스님
  • 이영호
  • 승인 2016.01.04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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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세상이 설국으로 변했다.

전나무 가지마다 흰 떡가래들이 척척 걸쳐 있다.

소년은 눈 쌓인 산길을 걸어갔다.

뽀드득,뽀드득.......

발 밑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났다.

소년의 몸과 마음도 온통 흰빛이 되었다.

문득 산 밑 절에서 독경소리가 들려왔다.

눈 덮인 절의 모습은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그 절을 향해 내려갔다.

절간 당우(부처님을 모셔놓은 집) 처마에

산새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젖은 날개들을 말리고 있었다.

그러던 산새들이 날아갔다.

절간 앞마당에 양 팔을 쩍 벌리고 서 있는

한 스님을 향해 앞다투어 날아갔다.

그 스님이 양 주먹을 펴자

산새들이 스님의 손바닥으로 날아들었다.

그 손바닥 위의 쌀들을 쪼아먹었다.

즐겁게 짹짹거리며 먹어댔다.

다가간 소년이 신기해하며 바라봤다.

"이곳 새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단다."

인자한 생김새의 스님이 소년에게 말했다.

"왜요?"

더욱 신기해진 소년이 물었다.

"사람이 해치지 않으니까."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아침 햇살이 퍼졌다.

외진 산사에 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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