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일의 사랑
900일의 사랑
  • 조문형
  • 승인 2016.01.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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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900일을 못 넘긴다”

언젠가  모 방송사가  ‘사랑’이란 주제를 사람의 뇌 촬영을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방영한 내용이다.

114쌍의 연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실험을 통해 정신적 신체적 반응이 변한 결과라 하니 신뢰도 갈 만한 결과로 보인다.

사랑의 온도가 식는 900일을 1년이라는 365일로 나누면 2년1개월15일정도가 된다.  

소위 사랑으로 가려졌던 상대방에 대하여 무조건적으로 좋았던 콩깍지가 벗겨지는 기간인 듯 하다. 그 이후는 결혼상대로 또는 연인으로서 관계를 유지할 지를 두고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의 잣대를 갔다 대는 시기로 접어든다는 의미다.

 

사랑의 온도 보존기간이 이렇게 짧은 것일까? 하지만 약혼을 해 놓고 곧 파혼을 하고, 신혼여행길에서 곧 바로 이혼을 결정하는 요즘 세태를 보면 이해가 가는 숫자이기도 하다.

결혼 후 3년 이내에 이혼하는 율이 약1/3을 차지한다는 어느 신문기사의 통계청 인용 보도가 이 분석결과를 어느 정도 뒷받침 해 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한다.

 

만난 지 100일 또는 300일을 기념하기 위해 서로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교환하기도 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풍습은 무언가 구실을 삼아 하루 하루의 만남이 더 의미 있도록 하는 방법이기도 하거니와, 100일 또는 300일의 고지까지 달려 온 날들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의미인 것도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다소 우스개 소리로 들릴 줄 모르지만 최근 자녀들이 결혼할 나이를 가진 사람들은 이런 4원칙을 지키려 한다는 말을 들었다.


(1)혼인신고는 벌금을 물더라도 최대한 늦게 하고  

(2)집은 전세 또는 월세로 얻어주며,

(3)아이는 3년 뒤쯤 갖게 하고

(4)며느리 될 신부(또는 신랑)에게는 패물은 어떤 핑계를 대던지 값싼 것으로 해 주라는 것이다.


​이혼 걱정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결혼을 시키는 부모들의 심리가 그대로 노출된 슬픈 이야기인 듯 하다. 이쯤 되면 “사랑은 900을 못 넘긴다” 라는 말이 꽤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태가 아무리 변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900일이 아닌 9,000일을 3곱이나 더한 일생을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만난다.


​수필가 피천득씨는 그의 수필 ‘인연’에서 아사꼬를 그렇게 사랑한 것 같다. 청소년기에 아사꼬에 대한 사랑하는 감정을 갖게 되고, 그녀가 자기 아닌 다른 남자에게로 결혼을 한 후 먼발치서 늙어가는 모습 그대로 까지 사랑한다. 

​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니 만났어야 했던 마지막은 백합처럼 시들어 가는 모습이었다는 아사꼬…

​이 짧은 수필의 글이 마음에 사라지지 않은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우리들 각자의 사랑에 대한 영원성 추구가 피천득의 '인연'에 투영되어 9,000일을 3곱절하는 날보다 많게 오래도록 지속하고픈 소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젊은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조건이 경제력, 미모 등으로만 평가되는 시대에 무슨 사랑 타령이냐고 이야기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사랑이 삶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나의 생각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너무 공허 하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글 : 조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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