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이 아름다워지는 글(2016년 2월) -아멘과 순대국
감성이 아름다워지는 글(2016년 2월) -아멘과 순대국
  • 남양주
  • 승인 2016.02.22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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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에 훈훈한 미소를 짓게하는 행복을 만드는 작가. 이 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지식을 만드는 지식 한국동화문학」 제67권 『이영 동화선집』에 이 영 작가의 소개이다.  

" 작가 이 영은 1943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그는 척박한 가정환경 속에서도, 공주사범학교에 진학했다. 사범학교를 졸업한 그는 선생이 되었다. 그러나 선생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돈을 벌고 싶었다. 사표를 내고 교구 회사 영업 사원을 거쳐 직접 교구 공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교구 공장은 파산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해.’ 결국 작가는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복직해서 부임한 곳은 청평 호수 아래에 있는 분교였다. 아이들 곁으로 돌아온 것도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었지만,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았다.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닥치는 대로 엄청나게 읽어 댔다. 그곳은 풍광 하나하나가 동화였다. 다시 끼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촉수 낮은 전등불 밑에서 글을 썼다. 결국 그것의 산물이었을까? 1982년 ≪아동문예≫ 신인상에 단편동화 「징검다리」가 당선되었다. 39세 늦깎이 탄생이었다. 이상배 작가는 출판사에서 일을 하면서 이영 작가에게 많은 정보를 전해 주었다. 덕분에 소년중앙문학상에 중편동화가, 새벗문학상에 장편이 당선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작가가 가장 영광스러워 하는 상은 1995년에 받은 ‘올해의 인기작가상’이다. 전국 어린이들이 직접 뽑아서 준 상이어서다. 혹자로부터 상업적이라고 빈축을 사기도 하지만, 작가는 개의치 않는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작품이라고 결코 쉽게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화를 통해 어린이와 만나는 그 자체가 작가의 삶이고 낙이다. 2000년대 들어와서 내놓은 ≪키모 시리즈≫와 ≪왕따 시리즈≫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어떤 아이는 ≪키모 시리즈≫를 교과서처럼 책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읽는다고 했다. ‘아이 해방’을 부르짖는 그 책을 통해 대리만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영 작가는 ‘어린이 해방운동가’다."


2016년 2월에 소개되는 "아멘과 순대국" ..

이 영 작가의 글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소소한 소재를 해학으로 풀어내고 있어

훈훈함을 주고 있다. 25일에 좋은 일을 달라고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10번도 넘게 기도를 한 후 우연히 골목 순댓국집에서 그에게 마주친 행복감을 소소하게 풀어낸다.

짧은 글 안에는 독자로 하여금 교회에서 기도하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며 순댓국집으로 향하는 뒷모습의 작가와 순대국집에서의 털털한 작가의 모습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짧은 글을 읽고 입가에 훈훈한 미소를 짓게하는 행복을 만드는 작가의 글을 소개한다.

아멘과 순대국

영혼이 자유로운 나.

절에도 가고,

성당도 가고,

가고 싶으면 아무데나 가.


오늘은 교회에 갔어.

주님께 단단히 부탁할 일이 있어서

오늘 25일에

잘하면 기쁜소식이 뻥 터지거든

"25일, 저에게 틀림없이 기쁜 소식 터지게 해주옵소서"

주님께 기도했지.

열번도 더 했어.

"참 얌체다. 넌!"

주님이 흉을 봤을 게 분명해.

"사이비 같은 녀석!

호통도 치셨을 거고.


근데 내 앞에 어느 부부가 앉았는데,

"아멘, 아멘, 아멘..."

목사의 설교가 한 구절 채 끝나기도 전

와이프 되는 여인이 아멘을 입에 달지 뭐야

30대로 보이는 원기둥 같은 여인

마치 아멘 뱉는 기계 같았어.

와!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더라구


끝나고 집에 가는 데,

두 사람도 같은  방향으로 가는거야.

난 미행하다시피 뒤따라갔지

어느 순대국집 골목으로 들어가더라구

초라한 집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었어.


"에라 ​..."

점심대도 지나고 해서

난 순댓국집으로 들어갔어.

순댓국으로 스트레스도 풀 겸.


웬일로 순댓국집이 한산했어.

양과 품질 좋아서 인기 있는 곳인데

시킨 순댓국을 먹다가

"사모님, 더 젊어지셨네."

난 능청을 발동시키기 ​시작햇어.

"피부도 더 뽀애지시고...."

그러자 주방에서 얼굴을 빼꼼 내미는 주인맘.

"아니, 나 안 온 사이 더 예뻐지셨네! 이게 웬일야?"

"정말예요?"

"자 지금 교회갔다 오는 길이거든요. 거짓말 하면 하나님이 용서 안하죠."

"....."

입가에 미소를 물고 있던 주인맘이

잠시 위 순대와 머릿고기를 섞어 한 접시가져왔어.

"추가 안 시켰는데요."

"서비쓰에요"

계속 입가에 미소가 물린 주인맘.

"감사합니다!"

감격한 체해지.

그러곤 막 우겨넣었어.


"아. 잘 먹었다."

끄윽!

트림을 하며 나왔어.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며 걷다가.

우와!

난 홀려버리고 말았어.

저 하늘 좀 봐!

                                                                           글&사진 이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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