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꽃을 보면서
개나리 꽃을 보면서
  • 조문형
  • 승인 2016.03.1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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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한겨울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개나리를 꺾어 사무실 작은 화병에 꽂아 둔 모양입니다.

일주일 만에 노랗게 활짝 핀 개나리 사진을 카카오톡을 통해 보내 왔습니다.

지난 늦가을 이상기온으로 핀 개나리에서는 아무 감흥도 없었는데, 비록 인위적이었지만 겨울을 넘긴 개나리 꽃에서 여린 봄을 보게 됩니다.

 똑 같은 개나리 꽃을 보고 이렇게 감정이 달라지는 것은 꽃 자체가 아니라 과정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봄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꽃이 아니라 추운 겨울인 것 같습니다. 겨울이 없었다면 봄은 이렇게 기다림의 계절이 될 수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봄을 봄이 되도록 하는 것, 그것은 꽃이 아니라 겨울이라는 것을 이 작은 꽃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비록 계절 뿐이겠습니까. 긴 기다림의 끝에 오는 어떤 결과는 비록 그것이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얼마나 반갑고 의미 있는 결실이라는 것을 겨울 같은 추운 기다림을 견디어 온 자만이 알게 되니까요.

그래서 겨울은 춥고 힘들지만 봄을 잉태하고 있어서 우리는 그 인고의 시간들을 이겨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3월이 다가 옵니다. 비록 꽃샘추위가 몇 번 우리를 중무장하게 하겠지만, 그래도 ‘꽃샘’이라는 말이 그렇듯이, 봄은 어딘가에 이미 와 있고 그것을 ‘시샘’하는 추위일 것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아름다운 표현으로 듣게 될 것입니다.

봄이 오면 취업을 기다리는 청년들에게, 회복을 기다리는 아픈 이들에게 환한 개나리 같은 봄이 오길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나도 보내온 사진을 보면서 봄을 재촉해 보고자 양재천 개나리 줄기를 꺾어 사무실 다기에 물을 부어 놓고 노란 꽃이 활짝 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곧 노란 꽃이 보이겠지요. (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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