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공학 전공하지 마라"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컴퓨터 공학 전공하지 마라" 엔비디아 CEO 젠슨 황
  • 장주영 객원기자
  • 승인 2024.02.17 10:44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조건 코딩과 프로그래밍을 해야 된다는 말은 잘못됐다"

 

출처: NVIDIA 블로그
출처: NVIDIA 블로그

 

"컴퓨터 공학 전공하지 마세요." 

젠슨 황이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 대담 프로그램에 미국 NVIDIA CEO 젠슨 황이 의견을 밝혔다. 젠슨 황은 인류가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며 미래 사회에 대한 통찰을 나눴다. 대담 내용 중 교육에 대한 의견이 특히 흥미롭다. 젠슨 황은 지난 15년 동안 이런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컴퓨터 공학을 강조했을 것이라고 했다.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을 겁니다."

하지만 젠슨 황은 반대의 말을 한다. 

"프로그래밍을 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이제 세상의 모든 사람은 프로그래머가 되었고 이것이 인공지능의 기적입니다. 우리는 격차를 줄였고 이제 기술 격차는 완전히 해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젠슨 황은 자신이 대학으로 돌아간다면 컴퓨터 공학이 아닌 다른 학문을 공부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제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생물학을 공부하겠습니다. 반도체와 컴퓨터는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생명과학은 아닙니다. 생명 과학과 생명 공학을 바꾸는 기술은 순수학문에서 응용학문, 즉 엔지니어링과 접목될 확률이 높습니다."라고 추가 의견을 덧붙였다.

젠슨 황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은 10년 단위로 바뀐다고 할 수 있다. 10년 전에 영어회화 모임에서 구성원 중 한 명이 자신을 웹디자이너라고 소개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닷컴 버블 때 웹디자이너가 유망하다고 해서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인터넷이 더 발전하면서 이제는 일반인도 홈페이지를 만들고 디자인을 해요. 웹디자이너가 너무 많다보니 변별력이 없네요." 2010년대에는 스티븐 잡스와 빌 게이츠가 인문학을 강조하면서 대학과 취업전선에서는 인문계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생활기록부에는 독서기록과 봉사활동이 필수였고 취업준비생은 한자자격증을 따기 바빴다. 최근에는 코딩과 프로그래밍을 하는 개발자 직군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 주춤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아직 컴퓨터 공학의 전망은 밝다고 주장한다.

 

이런 시대 흐름에 우리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모두가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는 것이 맞을까?

이 길이 내 길인지 모를 때 다음 세가지를 고려해보자.

첫 째, 화무십일홍이다.

화무십일홍은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뜻이다. 시대는 변하고 그 시대에 필요한 기술도 다르다. 지금 이 직종이 유망하다고 해서 30년 뒤에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현 시대가 요구한다고 해서 무작정 배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자동차가 많아진다고 해서 모두가 엔진 작동원리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디자인에 집중할 수도 있고 자동차를 타고 출장을 가는 등 활용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의 변별력 하나만 놓고 직업을 선택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둘 째, '너 자신을 알라'이다.

내 적성에 맞지 않은데 코딩과 프로그래밍이 유망하다고 해서 진로를 쉽게 결정하면 안 된다. 국비학원이나 각종 코스를 이수한 뒤에 1~3년 후에 퇴사하는 사람도 많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맛보기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대학교 1학년 때 전과가 쉬워지는 등 제도 개선이 진행되고 있으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기대해볼 수 있다.

셋 째, '넓고 얕게'이다.

필자는 꿈이 없다는 학생들에게 꿈을 찾으라고 하지 않는다. 아는게 없고 본 것이 없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알겠는가? 이 시기에는 우선 많이 보고 경험해야 한다. 청소년기와 20대 초중반 시기에는 다양성이 핵심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상의 한계이다'라고 주장한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용어나 개념은 내 세계관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시대 흐름과 다양성은 현실적인 벽이 있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장이 안 되는 만큼 확실한 것을 찾고 싶어한다. 그래서 각 대학 최상위권은 의대가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의대 진학을 생각하는 학부모와 학생은 현 대한민국 상황을 알맞게 바라보고 있다. 수많은 전공 중에 의대 진학은 최소한의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의대를 갈 수는 없다. 대한민국 청소년과 청년은 의사가 되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컴퓨터 공학을 해야만 성공하는 것도 절대적이지 않다. 전공은 바꿀 수 있으며 졸업 후에 전공을 살리지 않는다고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본 글의 취지는 젠슨 황의 '생명 공학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하고자 함이 아니다. 교육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똑같은 모양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와 대학 때 인생을 고민하며 전진하는 학생들이 되길 기대해 본다.

 

*제이제이는 현재 국제학교 현직자이다.

유튜브(youtube.com/@orangenglish), 인스타그램 (@orangeducator), 블로그(blog.naver.com/orangeducator)에 교육과 영어 콘텐츠를 업로드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우리 2024-02-19 18:10:23
좋은글이네요

권기성 2024-02-19 10:54:48
진로 결정에 있어 공감가는글이에요
좋은글 많이 부탁드려요

ㅇㅇ 2024-02-19 01:16:33
역시 젠슨 황 맞는 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