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한국 여성 취재" BBC가 본 출산율 세계 최악인 이유
"1년 동안 한국 여성 취재" BBC가 본 출산율 세계 최악인 이유
  • 장주영 객원기자
  • 승인 2024.02.2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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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출산율 0.72, 작년보다 0.06 낮아



출처: BBC

2023년 출산율 0.72

2022년에는 0.78이었던 출산율 최저 기록을 또 한번 경신했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외부 시선에서 바라본 기사가 있어 소개한다.

BBC가 '한국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Why South Korean women aren't having babiels)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BBC는 "정부관계자들이 정작 여성과 청년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그래서 1년 동안 전국을 다니며 한국 여성들과 얘기를 나누었다."며 취재의 목적과 경위를 설명했다.

 

[국가 소멸의 시작]

대한민국 2023 출산율은 0.72이다. 2022년 0.78과 비교했을 때 0.06 감소했다. 한 국가가 인구유지를 하기 위해서는 출산율 2.1이 필요하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

(아래 단락은 기타 자료 참고)

숫자만 보면 감소하는 추세는 보여도 체감이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특정 지역에서는 한 반 20명 중 3명만 한국인인 경우도 있다. 옆에 있는 사람, 인프라, 시스템, 체계가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미 2023년 2월 화양초는 재학생 84명으로 폐교했다. 1990년 30학급에서 2008년 420명, 2013년 183명, 2018년에는 151명으로 줄었다. 서울에서는 홍일초(2015년), 염강초(2020년), 공진중(2020년)에 이어 네 번째 폐교다. 초등학교가 이 정도이니 몇년 후면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영향을 받는다. 

2100년에는 총 인구가 50% 감소한다. 군 복무 가능한 인구는 58% 이상 줄어들고 인구 절반은 65세 이상이 된다.

 

출처: pexels

 

[왜 아이가 줄어드나]

BBC는 왜 한국의 출산율만 유독 낮아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취재를 진행했다.

결론은 낳지도 못하고 키우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취재 내용을 통해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

 

1. 낳아도 못 기르는 이유

인터뷰에는 TV 프로듀서 예진씨를 소개한다. 예진씨는 근무 시간 때문에 육아 자체를 생각하기 힘들다고 한다. 근로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하지만 보통 오후 8시에 일을 마치니 집에 들어가면 오후 9시가 되어서 육아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2. 낳을 분위기가 아니다

한국에는 쉼과 여유에 대해 각박하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한 삶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평일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자기계발을 해야만 회사와 지인들에게 당당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예진씨는 월요일 출근을 위해 주말에 수액을 맞을 때도 많다고 전했다.

3. 둘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사회

BBC는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PIIE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자료를 인용한다. 하버드와 MIT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조사에서 한국 여성들이 사회에서 일 아니면 가정을 선택해야 한다고 밝힌다. 한국은 육아휴직 후에는 퇴사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가정과 일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하다. 2022년 기준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은 7%이다.

한국 여성은 OECD 국가 중 가장 고학력자 비중이 높지만 성별에 따른 보수차이도 가장 크다. BBC는 영어학원 강사 스텔라씨도 소개한다. 스텔라씨는 39세 여성으로, 결혼한지 6년 됐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아이 낳기가 힘들다고 한다. "출산 후에 2년 동안 일을 못하면 힘들 것 같아요. 저는 제 커리어가 좋습니다"고 밝혔다.

"육아휴직을 남편과 같이 사용하면 어떨까요?" BBC 기자가 물었다.

"설거지를 하면 조금씩 놓쳐요. 전적으로 맡기기에는 힘들어요."라고 스텔라씨가 답했다.

 

출처: pexels

 

4. 높아져만 가는 비용

아이와 함께 살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의견에도 대다수가 공감한다.

1) 부동산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스텔라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중심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했다. 서울은 출산율이 0.55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2) 사교육

BBC는 'unique' (특별한, 특이한, 생소한)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한국 상황을 표현다. 한국은 주거비가 비싸지만 사교육에 지출하는 비용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은 전세계에서 양육비가 가장 높은 국가이다. BBC는 베이징 싱크탱크인 YuWa Population Research의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한국의 양육비는 중국보다도 높으며 독일, 호주, 프랑스보다는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2022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를 통해 아이 중 2%만 사교육을 안하며 94%는 사교육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스텔라씨는 "아이들과 있으면 나도 아이가 있으면 어떨까 싶다가도 사교육 생각하면 생각이 바뀐다." 고 전했다.

 

39세 학원 강사 스텔라, "사교육 업계에 있으니 아이를 갖는 것에 더 회의적이다." 

 

BBC는 민지씨의 인터뷰 내용도 소개한다.

"부모님에게 아이 계획이 없다고 아직 말씀 못 드렸어요. 실망하실 것 같아서요."라고 민지씨가 말했다. 민지씨는 유년기와 20대가 불행했다고 밝힌다. "평생 공부만 했어요. 대학 가려고 학창시절 다 보냈고 성인이 된 후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다 썼어요." 민지씨는 28세에 첫 직장을 가졌다. 학창 시절에는 야간 자율학습과 수학에 집중된 학습이 부담 되었다고 한다. "제 꿈은 미술이었어요. 하지만 끊임없는 경쟁과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분위기가 힘들었죠." 32세가 된 민지씨는 이제서야 행복하다고 한다. 여행을 다닐 수 있고 다이빙도 즐기는 지금이 좋다고 한다. 남편도 처음에는 아이를 갖고 싶어했지만 지금은 그녀 의견을 존중한다.

부산 거주하는 민지씨, "한국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에요."

 

5. 인식의 변화

BBC는 대전에 사는 정연씨도 소개한다. 정연씨는 7살 딸과 4살 아들을 데리고 동네 공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남편은 일 때문에 저녁 늦게 들어온다. "출산과 육아가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어요. 얼마 안 있으면 일 복귀할 줄 알았죠."라고 정연씨가 말했다.

"너무 화가 나요. 저는 교육도 받을만큼 받았고 남녀는 차별이 없다고 했는데 이러한 상황이 이해가 안 되었어요."

 

출처: pexels

 

BBC는 이러한 상황이 현 상황의 핵심이라고 전한다(This sits at the heart of the problem).

지난 50년 간 한국은 고속성장을 거듭했으며 여성은 교육과 근로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을 위한 지원은 그동안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이 문제점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정연씨는 육아를 하는 다른 여성도 보니 모두가 우울해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아, 이게 지금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사회적 현상이구나."

정연씨는 곧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온라인에 올리기 시작했고 웹툰까지 제작했다. 웹툰은 큰 성공을 이루기도 했다. 정연씨는 지금 낮은 출산율이 여성들이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희가 선택권이 있는 1세대라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아이를 낳아야만 했잖아요."라고 정연씨는 말한다.

"이제는 선택을 할 수가 있고 안 낳기로 결정한거죠."

 

[이럴거면 한국을 아예...]

BBC는 처음에 소개한 예진씨 얘기로 기사를 마무리한다.

예진씨는 한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뉴질랜드로 이민가기로 했다. "남녀 임금차가 적은 곳 찾아보니 뉴질랜드더라고요."라고 예진씨가 말했다. BBC는 3개월이 지난 후 예진씨를 뉴질랜드에서 만난 얘기도 전한다.

"워라벨(직장과 삶의 균형)이 너무 좋아요. 평일에도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수 있거든요. 회사에서도 존중 받는 느낌이고 저를 평가하는 사람도 적어요."라고 말했다. 예진씨는 다음의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집에 돌아가고 싶지가 않네요."

 

이상이 BBC에서 취재한 내용이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아래는 BBC 기사 원문과 기사에서 제시한 참고자료이다.

BBC 기사 원문

한국 노동 시장에서의 남녀 격차

사교육에 부담 느껴: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자료

한국: 전세계에서 양육비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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